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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꺅~’ 비명에 다리가 휘청…진땀 나네~”

등록 2017-12-14 10:54수정 2017-12-14 13:58

롯데월드 어드벤처 VR 스페이스 가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속도 등 현실보다 ‘짜릿’
‘서바이벌 모탈블리츠’ 체험 땐 <에이리언> 여전사처럼
김미영 기자가 ‘서바이벌 모탈블리츠’ 체험을 하고 있다. 롯데월드 커뮤니케이션팀
김미영 기자가 ‘서바이벌 모탈블리츠’ 체험을 하고 있다. 롯데월드 커뮤니케이션팀
데프콘 게임기, 닌텐도 위(Wii)…. 머리와 눈에 무언가를 쓰고 게임을 하는 일이 게임 마니아에겐 익숙한 모습이다. ‘가상현실’(VR)임에도 눈에 비치는 모습이 역동적이어서 게임 속 한복판에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게임 속 배경이 판타지임에도, 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것이거나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해 더욱 흠뻑 게임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브이아르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브이아르 체험 또는 게임도 슈팅, 액션, 어드벤처, 스포츠, 여행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게임이 아닌 현실 공간에서 ‘브이아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올해 3월 초 오픈한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위치한 ‘브이아르 스페이스’다. 국내 최대 브이아르 체험 공간을 자랑해 요즘 ‘핫 스페이스’로 꼽힌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솔직히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브이아르 게임이나 체험에 대해서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하지만 ‘국내 최대’라고 하니 기자로서 브이아르 스페이스만큼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 7일 이곳을 찾았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 3층에 위치한 브이아르 스페이스는 외관만 봤을 땐 특별할 것이 없었다. 일반 놀이기구나 체험존과 흡사했다. 다른 것이라면 체험을 할 때마다 일회용 아이패드와 에이치엠디(HMD·머리에 뒤집어쓰고 보는 브이아르용 장치)를 써야 한다는 것. 눈에 띄는 놀이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곳에서는 야구와 탁구 같은 ‘스포츠’, 빠른 속도와 고공에서 느끼는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스피드’와 ‘스카이 하이’(고공탈출·SF징검다리·피어라이즈), 핀볼?슈팅 등을 즐기는 ‘슈퍼 챌린지’, 시공간을 알 수 없는 곳에서 외계인을 물리치는 ‘서바이벌 모탈블리츠’ 등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5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브이아르 체험 해본 적 있으세요?”

“아뇨.”

“근데,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처음이라 떨리네요.”

“놀이기구 타는 것 좋아하세요?”

“네.”

“그럼 잘하실 수 있어요. 가장 쉽고 난도가 낮은 것부터 해보시죠.”

탁구와 야구 경기를 하는 ‘스포츠’ 부문부터 체험했다. 평소 익숙한 공간인데다 날아오는 공을 단순하게 받아 치는 것이어서인지 약간(?) 시시했다. 난도도 높지 않았다. 탁구는 쳐본 적이 있어 수월했다. 실제 탁구공을 치는 것보다 정확도가 더 높기도 했고, 나를 응원하는 이들이 벤치를 가득 메운 모습을 보니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물론 ‘가상현실’이다. 상대 선수는 프랑스 로봇. 11점을 먼저 내면 승리한다. “와우~” 점수를 낼 때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경기 결과는 나의 승리. 야구는? 시속 100㎞를 능가하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겁 없이 ‘딱! 딱!’ 쳐낼 수 있다는 그 자체로 황홀경이었다. 평소엔 공에 몸이나 얼굴이 맞을까봐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홈런도 여러 번 쳤다. 홈런을 쳤을 땐 공을 따라 내 몸도 운동장 위를 날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어 신기했다. ‘브이아르의 재미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겁 많은 여성이나 아이들이 안전하게 탁구와 야구를 실감나게 즐기는 데 유용할 것 같았다.

고소공포(?)를 경험하는 ‘스카이 하이’ 체험에 나섰다. 고공탈출, 에스에프(SF) 징검다리, 피어라이즈 등 3개의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하다. “고소공포증 있으세요?” 직원이 물었다. “없어요.” 제법 씩씩하게 답했지만, 시작과 동시에 잠실롯데월드몰 123층 서울스카이 꼭대기에 오르자마자 다리가 벌벌 떨렸다. 심지어 맞은편 건물까지 이어진 허공을 걸으며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재밌겠는걸?’ 했던 자신감은 이내 사라졌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헉~’ 떨어질 것 같다. 이 상황에서 발을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담력의 소유자라는 뜻일 게다. 미션은 간단했다. 다리 중간에 멈춰 상자를 테이블로 옮기거나 바구니 안으로 던져 넣는 것. ‘이거 실제 아니야!’ 최면을 걸었지만 가상현실의 생생함에 이미 푹 빠져버려서인지 결국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미션은 실패.

김미영 기자가 비행 장비를 타고 빠른 속도로 도심 빌딩 사이를 누비는 ‘패스터 댄 윈드’ 체험을 하고 있다. 롯데월드 커뮤니케이션팀
김미영 기자가 비행 장비를 타고 빠른 속도로 도심 빌딩 사이를 누비는 ‘패스터 댄 윈드’ 체험을 하고 있다. 롯데월드 커뮤니케이션팀
다음은 가장 기대했던 ‘스피드’ 체험. 워낙 바이킹, 롤러코스터 등의 놀이기구를 주저 없이 타는 편이기에 더욱더. 스피드 체험은 1인용 비행 장비를 타고 도심·숲속·설원·정글 등을 가로지르며 속도를 즐길 수 있도록 13개의 미션으로 구성됐다. 나는 건물 사이를 오가며 스피드를 즐기는 6번 ‘패스터 댄 윈드’를 택했다. 동그란 발판 위에 올라 손잡이를 잡았다. 별거 있겠어? 손잡이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자 직원이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꼭 잡아야 합니다.” 웬걸? 내가 올라탄 비행 장비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자 발판도 함께 심하게 자유자재로 흔들렸다. 오른쪽, 왼쪽, 위, 아래로 급하게 회전할 때는 손잡이에 허리가 닿아 통증이 느껴졌고, 손에서는 땀이 흘렀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보다 속도가 빨랐으며, 낙폭도 컸다. 360도로 회전할 때는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러웠다. 그럼에도 또 타고 싶어졌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띵’해도, 바이킹 타는 걸 즐겼던 것처럼 말이다.

이외에 100초 안에 적의 로봇 공격을 뚫고 옥상에서 벗어나는 고공탈출, 레이저를 피하면서 고공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는 에스에프(SF) 징검다리도 체험했다. 고공탈출의 경우 로봇의 공격을 혼자서 막아야 한다는 두려움과 막막함에 등골이 오싹해져 순간순간 나도 모르게 ‘악~’ 비명이 튀어나왔다.

“무서워서 중단하고 싶을 땐 손을 드세요.” 직원이 왜 체험 때마다 이 주의사항을 안내했는지 알 것 같다. 가상체험이지만 절대 가상 같지 않은 스릴과 짜릿함. 가상체험이 현실을 능가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서바이벌 모탈블리츠’ 체험에 앞서 직원에게 안내를 받고 있는 김미영 기자. 롯데월드 커뮤니케이션팀
‘서바이벌 모탈블리츠’ 체험에 앞서 직원에게 안내를 받고 있는 김미영 기자. 롯데월드 커뮤니케이션팀

김미영 기자가 ‘서바이벌 모탈블리츠’ 체험을 하고 있다. 롯데월드 커뮤니케이션팀
김미영 기자가 ‘서바이벌 모탈블리츠’ 체험을 하고 있다. 롯데월드 커뮤니케이션팀
이날 체험의 백미는 15분 동안 가상의 공간들을 오가며 괴생명체를 물리치는 ‘서바이벌 모탈블리츠’다. 이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에이치엠디(HMD) 외에 등에 2㎏의 백팩 피시(PC)를 메고 손에 특수장갑을 착용한 뒤 마지막으로 헤드폰을 쓰고 장총을 손에 쥐는 추가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그동안 40대 여성분 중에 이만큼 미션을 수행한 경우는 드물었어요. 이번에도 잘하실 거예요.” 직원의 격려에 두려웠지만 힘이 났다. ‘할 수 있다’는 말을 주문을 외듯 수시로 되뇌었다.

넓은 가상의 공간,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외계인들. 실제 체험을 해보니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외계인 생김새도 징그러웠고, 한시라도 긴장을 놓치면 바로 코앞까지 접근해 공격을 했다. 외계인이 공격할 땐 백팩 피시에서 진동이 울려서 더 무서웠다. 쉼 없이 나타나는 외계인을 향해 정신없이 총을 쐈고, 외계인을 격퇴해야만 화살표를 따라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이 가능한 것이 특징. 문제는 총을 무차별적으로 쏴도 잘 죽지 않을 정도로 외계인의 생명력이 끈질기다는 것! 에라, 모르겠다. 까짓것. 영화 <에이리언>의 전사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되어보기로 했다. 기왕이면 날렵하고 씩씩하게 하는 거다. 15분 임무를 끝내고 드디어 귀환, 그제야 안심이 됐다. 이마와 등, 손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상태. 리플리가 되어 영화 한 편을 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을 꾸~욱 참았지만. 그럼에도? 또 하고 싶어졌다. 약간의 중독성이 있는 걸까. 어찌 됐건 현실에서 맞닥뜨릴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서 스릴을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스포츠도 컴퓨터 게임도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푹 빠져들다니, 무엇보다 재밌고 흥미로웠다. 다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Virtual Reality(VR)

가상현실. 실제는 아니지만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 사용자가 가상의 현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뮬레이션과 다름.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기술과 만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음.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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