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난 10월 열린 ‘2018 S/S 헤라 서울패션위크’ 무대에서 ‘더 스튜디오 케이’의 홍혜진 디자이너는 증강현실(AR·실제 영상 위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기술)로 쇼를 연출했다. 런웨이 무대는 보라색 천뿐이었지만, 관객들이 휴대전화를 무대에 갖다 대고 보면 쇼에 나온 의상들이 어울리는 학교, 야외체육공간, 풀 파티장 등의 가상 공간이 배경으로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패션·뷰티 산업에서도 가상 및 증강 현실이 빠르게 응용되고 있다. 이를 활용한 가상 피팅룸, 가상 메이크업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기기를 갖춘 매장들이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에프엑스미러’가 설치된 가상 피팅존. 마음에 들어 고른 옷을 실제로 입어보지 않고도 몸에 맞는지 여부를 거울에 비친 3D 가상현실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번 번거롭게 갈아입지 않아도 손가락만 움직여 몇초 만에 자신에게 잘 맞는지 여부를 알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러한 가상 피팅룸은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중동 ‘바인드(BIND)’, 매장, 석촌동 소재의 축구용품 전문 멀티샵 ‘카포스토어’ 등지에 설치돼 있다. ‘에프엑스미러’를 개발한 에프엑스기어 최광진 대표는 “증강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상 피팅룸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유통 및 패션업계의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뷰티업계서는 강남본점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스토어로 꾸민 올리브영이 주목된다. 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스마트테이블 위에 올리면 상단 화면 내 제품 정보와 매장 안 제품 위치를 프린트할 수 있어 직원 도움 없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상 메이크업 어플리케이션을 매장에 비치해 색조 제품들을 직접 발라보지 않고도 내 얼굴에 어떻게 발색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상 메이크업 스마트기기는 제품을 얼굴에 바르고 지우는 불편함을 없앴으며,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의 발색 정도를 자유자재로 확인할 수 있어 고객들의 호응이 높다. 아리따움은 최근까지 서울 강남 아리따움 매장에 뷰티미러 앱을 통한 가상 메이크업인 ‘라네즈 뷰티미러’를 통한 체험 공간을 제공했으며, 고객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았다. 아리따움 쪽은 현재는 매장 내 체험공간은 철수했지만, 고객들이 가상 메이크업 체험 서비스인 ‘라네즈 뷰티미러’ 앱을 다운받으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시연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신은경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대인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상현실을 활용한 마케팅은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