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왼쪽)과 안선영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미시코리아>는 출산, 모유수유와 다이어트, 일과 육아 등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그렇다. 사랑뿐 아니라 일과 우정엔 나이가 없다. 시간을 더할수록 연륜과 공감은 더 커진다. 오죽하면 ‘친구’라 했을까. 최은경(44)과 안선영(41). 이 둘은 연예계 대표적인 ‘절친’이다. 동시에 아줌마들의 든든한 벗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 팟캐스트 <미시코리아>(시즌 1)를 진행하며, 아줌마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이들의 방송은 30~40대 아줌마들한테 인기 ‘짱’이다.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일 것 같은 이들이 친해지고, 함께 방송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여성 전문 방송인으로서 20년 넘게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들의 ‘절친’인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이 직접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나섰다.
김성일(이하 김) 둘은 어떻게 친해지게 됐어?
최은경(이하 최) 방송을 서로 오래 해서 안면은 예전부터 있었어. 인사만 하는 정도? 급격히 친해진 건 <동치미>(엠비엔)를 5년 동안 함께 하면서였어.
안선영(이하 안) 신기하게 웃음과 울음 터지는 포인트가 딱 맞는 거야. 웃음 터졌을 때, 슬쩍 보면 은경 언니도 ‘빵’ 터져 있고, 내가 눈물 나면 저 언니도 울고 있어. 희한하더라고. 친하게 지내자고 한 적이 없는데, 가까워졌어.
김 내가 봐도 둘은 공통점이 많은 거 같아. 무남독녀에다 효녀지. 영화 <작업의 정석> 때 선영이 의상을 담당했는데, 옷들이 다 잘 맞는 거야. 배우가 아닌데도. 은경이는 아나운서 데뷔 직후쯤에 잡지 화보 촬영을 했는데, 키도 크고 다리도 길어서 ‘깜놀’했잖아. 몸매가 드러나는 치파오를 입혔는데, 너무 잘 어울렸어. 배우 탕웨이 같았어.
안 탕웨이? 탕수육 잘못 말한 거 아냐? 계좌번호 찍어봐. 칭찬 하나 할 때마다 오빠한테 5만원씩 송금할게.(웃음)
최 난 이미 송금하고 왔거든. 하하.
안 영화 속 역할이 송일국한테 버림받는 섹시한 정신과 의사였어. ‘섹시한’ 꼭 들어가야 해. 개그우먼이라 티셔츠 한장 협찬 못 받을 때였는데, 성일 오빠 덕분에 ‘돌체앤가바나’ 블라우스와 ‘폴 스미스’ 치마를 입어봤잖아. 완전 감동받아 ‘실장님, 너무 고마워요~’ 그랬지. 그날 나, 옷에 고춧가루 튈까봐 밥 한끼도 안 먹었다.
김 둘이 다른 점도 꽤 있지 않아? 은경이는 완전한 아침형 인간, 선영은 야밤형 인간. 은경이 술을 전혀 입에 못 대는 반면 선영은 정반대고.
최 아침이 너무 좋아.
안 우리 아들이 새벽 6시에 일어나 너무 힘들어.
최 지금 얘기하는 건데, 내가 <한국방송>을 그만둔 계기가 심야 라디오 디제이 맡아서였잖아. 집에 오면 새벽 2시야. 기분이 너무 우울한 거야. 나는 어두워지면 집에 있어야 불안하지 않은 사람인데. 스스로 디제이를 그만둘 수 없으니, 회사를 그만둔 거야. 프리 선언하고 이듬해 낮 12시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너무 좋았어.
김 은경이는 저녁식사를 함께 해도 저녁 9시면 집에 가잖아. 말수 확 줄고, 졸린 눈으로 턱만 괴고 있고. ‘나 집에 가고 싶다’ 신호지.
안 맞아. 난 오히려 하루 14시간 일해. 피곤해도, 일과 상관없는 사람과 술을 마시고 수다 떨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체질이야. 그러면 다시 기력이 살아나고, 그다음 날 녹화나 방송도 더 잘돼.
최 나는 ‘집순이’. 집에서 페인트 칠하고, 가구를 옮기고, 쿠키를 굽기도 하고. 나한텐 그게 충전이자 힐링이야.
안 나는 인테리어 잘하는 친구 불러서 도움 받고, 그 핑계로 함께 술을 먹지. 나는 전생에 남사당패였나봐.
최 나는 수도승. 산에 정자 지어놓고 수도하는 사람. 지금 운동을 죽기 살기로 하는 것도 나는 몸을 혹사시켜야 편해. 필라테스, 피티(퍼스널트레이닝), 유산소까지. 운동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아.
안 나는 술 마시는 돈이 가장 안 아까운데. 언니야! 언니 예쁜 몸매 그렇게 숨기지 말고, 이참에 세미 누드 하나 찍자. 오빠! 어떻게 좀 해봐!
김 당장 화보 촬영 섭외해?
최은경(왼쪽), 안선영, 김성일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최은경은 1995년 <한국방송> 공채 아나운서로 데뷔하자마자 큰 키와 짧은 커트머리, 통통 튀는 입담으로 신세대 아나운서로 주목받았다. 안선영은 2000년 <문화방송>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개그우먼보다 <섹션 티브이(TV) 연예통신> 리포터로 활약하며 그해 예능 신인상을 거머쥐었고, 이후 여성 방송인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김 데뷔할 때부터 주목받고, 방송을 쉬지 않고 해온 비결이 있어? 반짝 인기는 쉽지만, 20년 가까이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일하는 게 쉽지 않잖아.
최 남편 따라 미국 간 시기 말고는 쉰 적이 거의 없네. 애 낳고 4주 쉬었어. 심지어 내가 애 낳은 걸 모르는 사람도 있어. 글쎄 계속하는 비결은 잘 모르겠네. 여하튼 방송을 끊이지 않고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아. 매 순간 위기이고, 뭘 해야 할지 고민하지. 박미선 선배나 컬투 오빠들처럼 오래 사랑받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 젊을 때는 그걸 몰랐어. 지금 돌이켜보면 아나운서가 된 건 행운이었고, 나한테 잘 맞는 직업을 어떻게 찾았을까, 지금 생각해도 고마워. 68살까지 일할 수 있었으면 해. 이후엔 나도 좀 쉬어야지.
안 안 돼. 난 80살까지 할 거란 말이야. 웃긴 개그맨이 아니고, 개그우먼치고 그나마 얼굴이 평범해서 리포터나 엠시 등으로 방송 쪽 일을 많이 했지. 어릴 적부터 그쪽에 재능이 있기도 했었고. 유치원 때부터 소풍, 수학여행 등 사회란 사회는 다 내가 봤거든. 부산에서 나랑 같은 시절에 학교 다녔던 친구들은 다 나를 알았을 거야. 하여튼 나도 방송을 오래 하고 싶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고, 재밌게 하는 일이니까. 다행인 건 30대 비호감, 40대 호감으로 바뀌었다는 거. 아마 50대 되면 나 (인기) 폭발할 거 같아. 하하하.
김 네 얼굴과 몸매가 예뻐 비호감이었을 거야.(웃음)
안 오빠 자꾸 그런 얘기 하면 40대인 지금 또 비호감 된다. 나는 신혼여행 때 한달, 아들 낳을 때 석달 빼고는 드라마, 영화, 예능, 라디오 등 방송 일을 했어. 어느덧 마흔두살이 되었네.
김 힘든 적은 없었어?
안 롤모델이 없어서 힘들었어.
최 나 역시. 뉴스 안 하는 신세대 아나운서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그런 캐릭터의 여자 아나운서는 없었으니까. 연기도 하고, 예능도 하고, 노래하고 춤도 추고. 참 많이 울었어. 난 그땐 아나운서만 하고 싶었거든.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많은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던 것 같아. 참 고마운 기회들이었는데.
김 앞으로 둘 다 더 잘될 거야. 또 둘이 잘돼야 후배들에게 든든한 롤모델이 되는 거 아니겠어? 당신들은 내가 보기에 여성, 특히 아줌마들한테 힐링을 주는, 장소팔 고춘자 같은 존재잖아.
최 오빠, 우린 남철 남성남이 될 거야.
최은경(오른쪽)과 안선영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미시코리아>는 출산, 모유수유와 다이어트, 일과 육아 등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최은경과 안선영은 지난해 9월부터 팟캐스트 <미시코리아>를 진행하고 있다. ‘여자들을 매번 오해하던 남자들이 여자들을 십분 이해하게 되는 방송. 세계 평화는 미스코리아가, 여자의 평화는 미시코리아가 책임진다’를 내걸고 있다. 출산, 모유수유와 다이어트, 일과 육아 등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여성 특화 프로그램을 자부한다. 남성 위주의 팟캐스트에서 6천여명이 구독 중이고, 9천개가 넘는 팟빵 팟캐스트에서 늘 10위권에 랭크되는 인기 프로였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듣던 유일한 낙이 사라졌다”, “시즌2 방송은 언제 재개하나요?” 등의 댓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김 <미시코리아>는 어떻게 하게 된 거야?
안 내가 노산의 아이콘이잖아. 서른여덟살에 43시간 진통하면서 3대 독자를 낳았잖아? 다들 모유수유 해서 살 뺐다고 하고 방송에 나오는데 내 몸을 보니, 절대 그게 아닌 거야. 임신 중에 17㎏ 쪘는데, 애 낳고도 15㎏가 남더라고. 안 먹고 죽기 살기로 2개월 운동하고 수천만원 들여 관리받지 않으면 출산 전 몸매가 될 수 없어. 그런 얘기 하다가, 더 많은 여성들과 이런 솔직한 얘기를 나눠야겠다 싶겠더라고. 때마침 은경 언니가 제안했고.
최 선영이가 아날로그형 인간이잖아. 지금도 이메일 대신 연말에 손카드 보내는 거 알지? 첨에 제안했을 때, ‘깜놀’했잖아. 선영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암캐, 수캐도 아니고 팟캐는 뭐야?’ 빵 터졌지.
김 나도 너희 덕분에 <미시코리아>에 한번 출연했잖아. 패션 관련해서. 정작 말은 거의 못 했지만. 너희들이 워낙 수다를 많이 떨어서.
안 ‘변기 물 내리듯이 그냥 흘려 듣는 방송’이 우리 콘셉트야. 그냥 듣고 스트레스 풀라고.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가 아니라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 알려주는 방송이야.
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봐봐. 나는 회사 다니면서도 이유식 직접 만들고 밥은 매 끼니 칠첩반상 차린다고 자랑하잖아. 다 그렇게 산다고? 아니야. 그거 할 때만 그런 거지. 반면 그걸 보는 여성들은 어떻겠어? 박탈감, 부끄러움, 부러움 느끼며 우울해하잖아. 그런 분들이 우리 방송을 들으면 그런 마음이 확 달아날 거야. ‘절대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 알려주는 방송이니까.
안 맞아. 나도 배달 이유식 먹여. 결혼해서 4년간 남편 밥 제대로 못 챙겨줬어. 일하면서 어떻게 다 해? 다 그렇게 산다고. 연예인이라 다 날씬하다고? 지금 내 몸무게가 58㎏이야. 나도 살쪄서 다이어트하고, 또 먹고. 또 다이어트하고 그러면서 산다고. 안 먹고, 운동 안 하면 우리도 다 똑같아.
최 지난 11월22일 <미시코리아> 시즌1을 마무리하면서 공개방송을 했어. 많은 분들이 올까 싶어 150석을 준비했는데, 신청자가 600명이 훌쩍 넘어 감동했지. 지방에 사시는 분들이 힐링하러 온다 하시고, 공개방송 이후엔 ‘덕분에 애 잘 키울 수 있다’고 얘기해주시니까 너무 고맙더라고. 공개방송을 꾸준히 계속 해볼 참이야.
김 ‘시즌2’는 언제 재개되는 거야?
안 내년 1월부터.
김 앞으로도 너희들이 지금 같은 일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 여자들이 원하는 곳이면 찾아가는 여자들, 여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그런 여자들의 아이콘이 되었으면 해.
최 선영이가 너무 듬직해. 추진력이 있고.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실행하는 스타일. 선영이가 있는 한 가능하지.
안 오빠도 알지? 내가 싫증 잘 내는 거. 근데, 언니랑 있으면 그런 게 없어. 서로 같은 부분도 있지만 라이프스타일 면에서는 다른 부분도 많아서 그럴 거야. 또 한편으로는 조신하고 똑똑한 언니를, 내가 언니를 평균치로 내리는 역할을 부여받았기도 하고. 하하.
최 나는 헬렌 켈러고, 선영이는 설리번 선생님이야.
안 ‘컬투’처럼 <미시코리아>를 지켜나가야지.
김 다음에 공개방송 하면 나 꼭 초대해. 왜냐면 난 30~60대 아줌마들의 아이돌이니까.
안 맞아. 오빠가 ‘방탄중년단’이구나.
최 그러고 보니, 중년 여성들에게 오빠는 랩몬(랩몬스터)이었어. 아니, 쇼몬(쇼핑+몬스터)이네~
정리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