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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여배우 메이크업 ‘대표 금손’이 꼽는 최고의 실물

등록 2017-11-16 10:56수정 2017-11-17 11:43

배우 민낯 보는 남자, 메이크업아티스트 손대식·박태윤
전지현·송혜교·이나영 등 작업하며 실력 인정받아
“K-뷰티 널리 알리는 일에 도움이 됐으면”
메이크업아티스트 박태윤(왼쪽)과 손대식은 고교 동창으로 20년 넘게 선의의 경쟁을 하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오고 있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메이크업아티스트 박태윤(왼쪽)과 손대식은 고교 동창으로 20년 넘게 선의의 경쟁을 하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오고 있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손대식과 박태윤은 꽤나 특이한 남자들이다. 우선 여성들의 텃밭이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업계에 명함을 내민 것이 그렇다. 이미숙, 장미희, 고준희, 이나영, 전지현, 송혜교, 김희애 등 수많은 톱스타들이 이들에게 얼굴을 맡길 정도로 메이크업계의 ‘신의 손’으로 불리지만, 정작 이들에겐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메이크업 전문 숍’이 없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이 세계에서 친구이자 동료로 20년 넘게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홈쇼핑 화장품 브랜드 ‘셉’(SEP)에 이어 최근에는 ‘제스젭’(gesgep)을 선보이며, 전 세계에 한국의 화장품산업(K-뷰티)을 알리는 일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성일(이하 김) 내가 두 사람을 만난 게 1990년대 말이었지? 20년 전이네. 그만큼 두 사람은 이쪽에서 꽤 오랫동안 명성을 쌓아왔지. 보아, 이효리, 김희애, 손예진, 김정은, 유진, 한예슬 등 이들의 손을 거쳐간 연예인들이 수없이 많지. 이들의 손만 거치면 뭐랄까. 자연스러우면서도 고혹적인 매력이 더해지거든. 연예인 메이크업을 담당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어?

손대식(이하 손) 처음부터 연예인 메이크업을 해보자 했던 건 아냐. 패션잡지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화장을 해주는 일부터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배우들이 우리를 찾기 시작했어.

박태윤(이하 박) 나중에 들어보니, 연예인들도 트렌드를 읽을 목적으로 패션잡지를 즐겨 본대. 우연찮게 우리가 메이크업한 걸 봤고, ‘나도 저 사람들과 해볼까?’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하더라고. 메이크업할 때 중요한 건 평소 모습과 다른 이미지 변신을 얼마나 하느냐, 그러면서도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했느냐인데, 우리 메이크업이 그렇게 와닿았나 봐.

여하튼 지금은 ‘메이크업 달인’이 됐잖아. 연예인들이 1순위로 선호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잖아. 홀로 일하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달리 둘이 늘 함께인데, 어떤 인연이야?

손·박 우리 동창이잖아! 전남 광주예술고.

손대식과 박태윤은 어릴 적부터 패션과 미용에 남다른 관심과 재주가 있었다. 유독 다른 사람을 꾸며주는 것을 좋아했고, 고교 시절 같은 반 여학생들의 화장을 조언해주기도 하고 고쳐주기도 했다고 한다. 박씨는 “엄마가 화장할 때 도구를 뺏어 직접 메이크업을 고쳐줄 정도로 소질이 있었다”고 했다. 손씨는 “치마 길이를 줄이고, 바지의 폼을 줄이거나 카브라(바지 밑단을 만들 때 조금 접어 올려 만드는 모양)를 넣는 ‘교복 리폼’의 선두 주자가 아마 우리일 것”이라며 “메이크업뿐 아니라 의상, 헤어 등 꾸미는 것 전반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며 웃었다.

어머니가 패션 디자이너였고, 누나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전공했어. 어릴 적부터 패션, 미용 등 예술적 영감을 받고 자란 편이지. 마론인형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힐 정도로 손재주가 좋다는 소릴 들었어. 자연스럽게 미술을 전공하게 됐고, 결국엔 도화지 대신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게 된 거지.

20년 전만 해도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드물었는데?

정말 하고 싶은 일이어서였는지 그런 건 전혀 고민해보지 않았어. 어떤 분야든 실력으로 승부하면 인정받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고.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했어. 졸업 작품으로 패션쇼 메이크업을 담당했다가 소질을 발견했지. 뒤늦게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 메이크업 스쿨을 수료하고 본격적으로 이쪽에 발을 들인 거지.

둘이 경쟁하면서도 서로에게 조언을 하기도 해? 그래서 그런가, 둘은 다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어. 정형화된 패턴이나 스타일이 없다고 할까? 메이크업만으로 모델과 여배우의 얼굴을 변신시켜놓거든. 깜짝 놀랄 정도야. 그게 손대식과 박태윤의 진가겠지.

하하. 과찬의 말씀. 당시만 해도 우리처럼 하는 이들은 흔치 않았지. 예를 들어 윤은혜 표지를 찍는데, 다른 메이크업은 다 지우고 입술에 보라색 립스틱만 바른다거나. 지금은 우리 같은 아티스트가 많이 생겼고, 윤은혜 때 했던 ‘원 포인트 메이크업’도 많이 해. 전지현 같은 경우엔 쇼트커트 가발을 썼을 때, 소년 메이크업을 했는데 그것도 당시에 화제였지. 생명줄을 걸고 한 작업이었는데, 결과가 좋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메이크업도 전담할 수 있었고.

지금은 누구와?

최근에 1년 넘게 이나영 메이크업을 전담하고 있어. 워낙 화장을 안 해도 예쁜 배우지. ‘전지현, 이나영, 송혜교 다 예쁜데 네가 뭘 더 해주는 거야?’ 묻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인데, 하여튼 나로서는 진짜 할 게 많아.

보통 몇 시간씩 공들여 화장해주는 걸로 유명하잖아?

아니거든. 지금은 30~40분이면 족해. 손 빠르거든.(웃음)

손대식이 청순 메이크업을 주로 하는 전지현, 이나영 같은 연예인과 작업했다면 박태윤은 이미숙 등 세련되고 화려한 여배우들과 주로 작업한 거라고 보면 되나?

아니, 그건 아냐. 손대식도 미스코리아 메이크업 잘해. 나도 투명 메이크업 잘하고. 다만, 개인적으로 화려한 화장을 할 때 내 색깔이 좀 더 드러나긴 하는 거 같아.

투명한 화장과 화려한 화장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신경 쓰이고 어려워?

글쎄…. 딱히 쉽거나 어려운 건 없어. 배우에 따라 좀 다르긴 해. 예를 들어 장미희 선생님 같은 경우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과감하게 내게 맡기는 편이거든. 그럴 때 좀 더 편한 거 같아. 장미희뿐 아니라 이미숙도 자기 자신의 매력을 잘 아는 배우지. 무조건 어려 보이려고 하지 않아. 자기 나이에 맞게 멋져 보이는 스타일을 원하기 때문에 작업할 때 참 좋아.

김민희, 공효진 등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맡기는 스타일인데, 나도 그런 분들이 더 편하고 메이크업할 때 재밌더라고. 새롭게 뭔가를 해볼 수도 있으니까.

박태윤, 손대식, 김성일(왼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박태윤, 손대식, 김성일(왼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 손 “고준희 화장할 때 즐거워” 박 “이미숙 얼굴 가장 완벽”

연예인의 ‘쌩얼’(화장 안 한 얼굴)은 다 예쁘지만, 쌩얼이 더 예쁜 사람, 메이크업 이후가 더 예쁜 사람이 있다면?

여배우는 괜히 여배우가 아냐. 내가 가까이서 봐서 아는데, 진짜로 다 예뻐. 피부도 좋고. 얼마 전 결혼한 송혜교만 해도 완벽에 가까운 얼굴에 속하지.

내가 가장 자신 있게 메이크업해줄 수 있는 연예인을 꼽으면?

고준희는 메이크업을 할 때 나 스스로가 너무 즐겁고 신나.

메이크업하기 어려운 얼굴인데?

진짜? 나는 잘 맞아. 김혜수도 잘 맞는 편이고. 영화 <타짜>, <얼굴 없는 미녀> 포스터 작업을 같이 해보니, 그만의 아우라가 있더라고.

고소영, 김희선도 아름답지만 이미숙 선생님이 가장 완벽한 얼굴 같아. 메이크업 일러스트 그림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 겨울철 건조한 피부? 크림 ‘듬뿍’ 파운데이션 ‘살짝’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것을 물어볼게. 겨울철 피부 관리 비법이 있다면?

피부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 너무 씻어대면 더 건조해지거든.

나는 피부가 건조하다 싶으면 아침 세안 대신 크림을 발라 화장솜으로 닦아내. 그것만으로도 세안 효과는 충분하거든. 그런 상태에서 바로 스킨 제품 등을 발라.

보습을 잘하려면 ‘스킨 케어’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매번 순서가 헷갈린단 말이지?

무조건 점성이 묽은 것부터 두꺼운 순서대로 바르면 돼. 예를 들면, 묽은 스킨 제품을 바르는 것에서 시작해 입자감이 무거운 크림이나 오일 제품으로 마무리를 하는 거지. 묽은 계열의 스킨 제품은 빠르게 흡수돼 수분을 보충해주고, 크림이나 오일은 더디게 흡수되는 대신 보습막을 형성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 연말 파티에서 돋보이려면? 길고 짙은 눈썹 ‘포인트’

연말 모임이나 파티 등에서 돋보이게 하는 메이크업 팁이 있을까?

흔히 눈, 입술 등을 강조하는 ‘원 포인트’ 메이크업을 추천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눈썹을 강조하는 메이크업을 권하고 싶어. 눈썹을 관자놀이까지 뚜렷하고 길게 그리면 얼굴이 상대적으로 갸름하고 작아 보이거든.

눈썹 외에 섀도나 아이라이너로 눈매를 뚜렷하고 깊게 표현해도 좋을 거 같아.

추천하고 싶은 섀도나 립스틱 색상이 있다면?

펄이 살아있는 스카이블루 섀도. 특히 검정 옷을 입었을 때 포인트가 될 수 있지. 붉은 립스틱과도 제법 잘 어울려.

립스틱은 빨간색이 진리지. 만약 부담스럽다면 가운데만 바르고, 입술 테두리는 코럴색(산호색)을 발라 그러데이션 효과를 주는 것도 방법이야. 입술만 동동 뜨는 불상사를 막고 입술도 한결 자연스럽게 표현되거든.

보라색 립스틱 강추! 특히 입술이 검붉은 이들이 바르면 붉은 톤이 더해진 자줏빛으로 발색되거든. 피부 톤도 하얘 보이고 입술도 더 생기 있게 보이게 하거든.

턱이나 광대뼈를 덜 두드러지게 보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풀 메이크업이라면 볼 터치 등으로 음영을 주거나, 내추럴 메이크업이라면 얼굴 안쪽과 바깥쪽 파운데이션 색상을 달리해 입체적으로 표현하면 될 거 같아. 물론 안쪽이 더 밝아야 하지.

볼 터치를 광대뼈 위쪽에 발라주는 것도 방법이야. 젊어 보이고 생기 있어 보일 거야.

끝으로 ‘제스젭’에 대해 물어볼게. ‘제스젭’의 차별점이 무엇이고,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메이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색조가 아닌 피부 톤이라는 인식을 널리 알리고 싶었어. 그게 가장 큰 차별점이기도 하고.

앞으로 계획은 뭐, 지금처럼 우리 일을 열심히 잘하는 거고.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화장품과 메이크업 기술을 널리 알리는 일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

여하튼 손대식, 박태윤 두 사람이 대한민국의 ‘케이-뷰티’를 널리 알리는 전도사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우리 다 같이 힘내자고. 파이팅!

정리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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