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카페에서 한 고객이 마사지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카페는 차만 마시는 곳? 카페에서는 책을 읽고 수다를 떨어야 제맛이다? 아니다. 요즘 직장인들은 건강과 휴식을 위해 카페를 찾는다. 차를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마사지를 받고 숙면을 취할 수도 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피로를 푸는 힐링 공간으로 카페가 변신한 덕분이다. 굳이 마사지업소나 찜질방에 가지 않아도 1만원 안팎에 이용이 가능해 관심도 뜨겁다. 전국적으로 ‘힐링 카페’를 표방하는 곳이 수십 개에 이르며 미스터 힐링, 퍼스트클래스 등처럼 프랜차이즈 힐링 카페도 성업 중이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 뒤에는 10살 아이를 돌보느라 하루 5~6시간 자기 힘들 정도로 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요즘 같아선 밥 한 그릇 먹는 것보다 누워서 마사지를 받거나 낮잠을 자는 게 훨씬 더 개운해요. 힐링 카페에 다녀오면 하루 일과를 능률적으로 마칠 수 있고 잠들기 전까지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재충전할 수 있어요.”
13년 차 직장인 신혜리(가명·38)씨는 점심시간에 주로 ‘힐링 카페’에 간다.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건 1년여 전부터. 지금은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다. 안마 의자에서 시원하게 마사지를 받고 30분 남짓 낮잠을 자고 나면 피로가 확 풀린다. 일반 카페에 가는 비용으로 음료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 안성맞춤이다. 지난 10일 서울 지하철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헤븐리29’에서 만난 그는 “회사 근처에 이런 곳이 있는 게 행운”이라며 웃었다.
신씨처럼 힐링 카페를 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며 재충전하기에 힐링 카페가 제격이라고 말한다. 은은한 조명과 음악을 들으며, 푹신하고 안락한 침대나 의자에 누우면 눈꺼풀이 절로 감긴다고 한다. 주 이용객은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 힐링 카페 다수가 서울 명동, 을지로, 강남 등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자리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크게 수면이 목적인 수면 카페와 마사지와 휴식 위주의 힐링 카페로 나뉘는데, 둘 다 공통적으로 음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 짬을 내 휴식·힐링에 빠지고 싶다면?
‘헤븐리29’는 들머리만 보면 평범한 카페 같다. 수면 공간과 카페 공간이 분리돼 있어서다. 김소미(43) 대표는 “주변 직장인들이 편안하게 이용하고 만족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청결과 친절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카페를 오픈한 건 지난해 3월. 고객이 점점 늘고, 회사가 복지 차원에서 이용권을 단체로 구입하는 등 ‘일하는 사람들의 휴식권 보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가장 붐비는 시간은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2시. 안마 의자가 설치된 수면실 20개가 만석이 된다. 음료 외에 샌드위치, 라면 등 요깃거리도 주문이 가능하다. 단골고객인 회사원 최기남(27)씨는 “전날 야근이나 회식을 했을 때, 혼자 있고 싶을 때 등 주일에 1~2번 들른다”며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 요긴하다”고 했다.
전국 8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미스터 힐링’은 마사지 위주의 대표적 힐링 카페 프랜차이즈다. 직장인뿐 아니라 젊은층의 데이트 코스 등 ‘휴식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위한 공간’을 표방한다. 10일 명동점을 찾았을 때 분위기는 여느 커피숍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인 여성 관광객과 젊은 연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윤경숙 명동점장은 “연인뿐 아니라 주부들이나 친구들 모임장소로 이용되기도 하는 등 빠르게 대중화가 진행되는 추세”라며 “직장인들이 회식 전 이곳에 들러 단체로 마사지를 받기도 하는 등 회식 코스로도 힐링 카페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헤븐리29
강남구 삼성로85길 26 V&S타워 B1/(02)565-0029/평일 10~22시, 주말 13~22시/꿀잠 패키지 6500원(30분), 푹잠 패키지 1만900원(1시간)
★미스터 힐링
중구 명동10길 36 3층(명동점)/(02)3789-4690/11~23시, 연중무휴/1만3000원(50분)
■ 부족한 잠 보충하고 싶다면?
안락한 소파베드에 누워 티브이(TV)를 보며 음료와 맥주를 마시거나 잠을 자고 싶다면 지하철 강남역 인근의 ‘꿀잠’을 추천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올 유 니드 이즈 슬립’(All You Need is Sleep)이란 글귀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말 그대로 ‘잠을 잘 수 있는 카페’다. 조명도 어둡고 그 흔한 음악도 없다. 커튼이 천장부터 내려오기 때문에 다른 이한테 방해받지 않는 아늑하고 독립된 공간을 제공한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리클라이너 소파. 리모컨으로 등과 발의 각도를 조절해 자신에게 맞는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노웅현(46) 실장은 “각각의 소파베드 머리 쪽에는 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조용하게 티브이를 시청할 수 있다”며 “소파베드 옆에 공기청정기, 피톤치드 화분을 설치해 쾌적한 실내공기를 연출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회사원 윤우정(32)씨는 “퇴근 후 약속시간 전까지 시간이 남아 잠시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고 왔다”며 “굳이 잠이 아니라도 편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베스트슬립 힐링카페’는 매트리스 생산업체인 베스트슬립이 운영한다. 카페 공간에서 음료 외에 핫도그, 샐러드, 와플 등 당일 준비한 요깃거리를 즐길 수도 있다.
★꿀잠
강남구 역삼동 827-42 B1/(02)569-4151/24시간(월~금요일), 토요일 저녁 6시까지, 일·공휴일 휴무/5500원(1시간), 9900원(2시간)
★베스트슬립 힐링카페
중구 을지로2가 163-3 보승빌딩 2층/(02)3789-7247/평일 8~20시, 주말 11~20시/1만2000원(1시간), 9000원(30분)
■ 힐링의 자유 만끽하고 싶다면?
쉼스토리는 다양한 휴식 콘셉트를 지닌 복합쉼터를 표방한다. ‘내 집에서 쉬는 것 같은 편안함’을 추구한다.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 위치해 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부터 한두 시간 쉬고 싶은 주부들까지 소비자층이 다양하다. ‘빈 백’(Bean Bag)에 누워서 쉴 수 있는 대화마루, 개인 또는 커플용 거실 개념의 쉼마루, 내 집 침실 같은 꿈마루, 안마의자로 구성된 시원마루 등 4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커피와 차,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공원처럼 인테리어를 꾸민 대화마루에서는 음식을 가져와 먹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비치된 보드게임을 즐기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정운모(60)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마사지숍이나 안마방이 퇴폐적으로 변질되고, 사람이 북적이는 찜질방은 편하게 이용할 수 없어 쉴 곳이 많지 않다”며 “수면, 마사지 등으로 국한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휴식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하게 꾸며 여성 이용객이 60%에 이를 정도로 많다”고 했다.
줌바댄스 강사인 권미숙(43)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 오후 2~5시에 주로 오는데 마사지를 받거나 1시간 정도 숙면을 하면서 스트레스와 피로를 푼다”며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는 가격으로 눈치 안 보고 혼자 있을 수 있어 애용한다”고 했다.
★쉼스토리
강남구 역삼로3길 17 혜진빌딩 3층/070-7778-6441/10~22시/대화마루 3000원(1시간), 쉼마루 6000원(1시간), 꿈마루 7000원(1시간), 시원마루 6000원(30분), 야간자유이용권 1만3000원(17시부터 적용, 19시 이후 1만원)
Relaxation
휴식. 쉼. 즐거운 일을 하면서 취하는 휴식을 가리킴. 긴장 풀기, 근육 이완을 뜻하기도 함. 일을 하다 틈을 내어 잠시 쉬는 것, 휴가처럼 일정 기간을 통해 취미 생활 등을 즐기는 것도 포함됨.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