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공원 안에 위치한 숲속도서관. 북카페형 열린 공간으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 중에는 ‘라이브러리’(Library. 도서관)가 있었다. ‘대구에 사는 한겨레 독자’라고 밝힌 ‘절세가인’님은 “초등학교 6학년 딸도 신문을 같이 본다. 책도 함께 즐겨 읽는다. 40대 부모와 10대 딸이 함께 가면 좋은, 책 읽을 만한 쉼터나 도서관 등을 추천해 달라”라고 제안했다. 10살 안팎의 딸 셋을 키우면서도, 정작 딸들과 함께 도서관에 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참에 도서관 나들이를 해볼까? 서울의 이색적인 도서관 4곳을 둘러봤다.
도서관이 달라졌다. 더 이상 책을 읽거나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의 꿈과 재능을 키우는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열람실 위주의 딱딱하고 엄숙한 공간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함께 노는 놀이터, 다양한 문화 강좌와 체험의 장,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교육의 공간이 되고 있다.
삼청공원 안에 위치한 숲속도서관. 북카페형 열린 공간으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숲과 책의 앙상블,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서울 아름다운 건물 찾기 공모전’에서 입상하기도 한, 삼청공원 안에 위치한 작고 예쁜 도서관이다. 2013년 종로구가 선정한 ‘종로구의 13번째 작은 도서관’으로 북카페형 열린 공간이다.
1층엔 독서와 차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북카페가, 지하엔 방처럼 꾸며진 열람실이 있다. 외형만 봤을 땐, 도서관이 아닌 아담한 오두막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도서관을 운영하는 ‘북촌인심협동조합’이 선별한 7천여권의 양서들에 압도당하고 만다. 책은 1년에 2번씩 신간이 들어오고, 기증을 받기도 해서인지 오래된 책보다는 신간 도서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방문하면 따스한 햇볕과 청량한 가을바람, 단풍과 더불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 특히 지하 열람실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따스한 방바닥에 편한 자세로 앉아 탁 트인 유리창으로 펼쳐지는 숲을 감상하며 책을 읽으면, 책장이 절로 넘겨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역사놀이터, 세밀화 그리기 등 지역주민의 참여로 다양한 체험과 학습 활동도 진행된다. 도서관 주변에 삼청동길, 삼청공원 유아 숲 체험장, 놀이공원 등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있어 가족들이 산책과 휴식을 하기에도 좋다. ‘종로애서 작은 도서관’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02)734-3900.
어린이들이 아이티체험실 벽에 마련된 전자 스케치북에 손을 대어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다양한 신기술 체험 가능한 마포중앙도서관
현재 시범운영 중인 마포중앙도서관(상암동.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3번 출구. 11월 중 개관 예정)은 서울시내 구립도서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구상 단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정재희 중앙도서관 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맞춰 어린이와 청소년의 역량과 잠재력을 키워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는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며 “세계로까지 시야를 넓히라는 취지로 어린이자료실 중앙에 커다란 지구본 미끄럼틀을 놓는 등 색다른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자료열람실 외에 아이티(IT)체험실, 아이돌봄방, 키즈카페, 영어교육센터, 북카페, 진로직업체험센터 등이 있어 독서와 체험 모두 가능한 곳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이티체험실. 손의 터치만으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효과를 내는 체험, 지하·극지·사파리·해저 등 브이아르(VR) 체험, 세계 유명 도시 가상여행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여행 체험을 하며 찍은 사진은 곧바로 전자우편으로 체험자에게 전송되는 등 최첨단 아이티 기술도 접목됐다. 영어 외에 중국,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타이, 인도네시아 등 10여 나라 어린이책들도 완비돼 있다. (02)3153-5800.
원어민 영어 선생님과의 체험활동을 하며 웃고 있는 어린이들. 용암어린이영어도서관 제공.
■ 영어야 놀자, 용암어린이영어도서관
우리 아이한테 다양한 영어책, 영어 시디(CD)나 디브이디(DVD)를 접하게 하고 싶다면? 영어도서관에 가보자. 영어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을 없애고 친밀감을 높이는 데 요긴하다.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일부 위탁)하는 어린이영어도서관이 꽤 있다. 2011년 개관한 용산구 용암어린이영어도서관도 그중 하나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데, 마음만 먹으면 요즘 뜨고 있는 해방촌 탐방까지 가능하다. 사운드북, 팝업북부터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원서까지 준비되어 있다. 영어책을 읽고 대여하는 공간 외에 자체적으로 레벨 테스트, 북 코칭 서비스, 스토리텔링 수업 등 다양한 영어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송수진 관장은 “도서관 선생님 외에 원어민 선생님도 계셔 음악, 미술, 요리, 핼러윈 파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며 “아이들이 영어에 대한 흥미는 물론 상상력과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7살 아들과 방문한 홍은자(43·한남동)씨는 “두번째 방문인데, 다양한 영어책들을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며 “영어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큰데, 이곳을 정기적으로 다니게 된다면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02)798-4181.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다도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아늑한 한옥의 정취,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한옥의 멋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도서관(구로구 개봉동)이다. 조선시대 유생들이 공부하던 도산서원이나 소수서원을 본떠 2011년 전국 최초로 서원 형태로 지어 개관했다. 한옥의 모든 것을 두루 갖춘 이 도서관은 딱딱한 의자가 놓인 다른 도서관 열람실과 달리 온돌방, 마루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제집 안방이나 거실처럼 들어가 앉거나 눕거나 기대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소나무의 향과 대청마루, 옛 다락방 같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어우러졌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개관 이래 51만여명이 다녀갔을 정도다. 어린이도서관인 향서관, 옛 서당을 재현한 별채 성학당 외에 너른 마당과 장독대가 있어 투호, 제기차기, 굴렁쇠 굴리기 등 전통놀이나 예절을 체험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 27일 방문했을 때 성학당에서는 매주 금요일 진행되는 ‘다도 수업’이 한창이었다. 여덟살 박채준군은 “지난해부터 다도를 배우며 차분해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책도 읽고, 여러 친구들과 함께 차 예절을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했다.
김건형 관장은 “3만여권의 장서 보유와 별개로 한옥도서관의 특성에 맞도록 전통문화와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한복을 입은 채 훈장으로부터 사자소학에 나오는 군자가 갖춰야 할 덕목과 전통예절 등을 배우는 ‘서울 까치 서당’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구로구 통합도서관 지혜의 등대’로 검색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02)2615-8200.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