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콜(santacole) ‘블랑코화이트 디1/디2’(BlancoWhite D1/D2). 두오모(Duomo&Co) 제공
집안 분위기를 바꿔볼까. 가을을 맞아 집 단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마음뿐, 정작 실천이 쉽지 않다. 도배를 하고 장판을 바꾸거나 가구를 재배치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다. 대안이 없을까. 바로 조명이다. 인테리어와 가구엔 신경을 쓰면서 그동안 조명에 대해서는 너무 인색했다. 밝고, 저렴하며, 수명이 길면 된다는 식이었다. 최근까지 엘이디(LED) 조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다.
며칠 전 서울 당산동 99㎡(30평대)로 이사한 직장인 김윤희(41)씨.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조명’이었다. 4년 전 실패한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4천만원을 들여 거실, 욕실, 벽 등을 프로방스풍으로 꾸몄다. 간접 조명이나 스포트라이트 조명 등은 전혀 설치하지 않았다. 실용성만 고려해 천장에 엘이디 조명만 단 것이 화근이었다. 비싼 돈을 들였지만 가구도 인테리어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은은한 실내 장식과 대낮처럼 밝기만 한 엘이디 조명은 부조화의 극치였다.”
김씨의 사례처럼 최근 인테리어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조명’이 인테리어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집이 단순히 먹고 자는 주거 공간 개념을 넘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등 ‘나만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어서다.
빛은 공간을 완성할 뿐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주거 공간조차 다양한 색상으로 변신시킨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집을 자기만의 휴식 공간으로 꾸미는 데 가치를 두기 시작하면서 조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무엇보다 조명은 적은 비용으로 공간 변신이 가능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다. 박재우 지음 아틀리에 소장은 “요즘 유행하는 경향은 인테리어는 단순하게, 조명은 다양하게 배치해 개인의 취향을 살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특히 조명은 조도와 명암, 직간접 여부, 색상과 디자인, 소재 등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성윤 인스타워즈 기획실장은 “스탠드 한 개만 켜도 분위기가 달라지듯 조명은 공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소품”이라며 “그림, 사진 등처럼 조명이 공간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예술품의 하나라는 인식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테미데(Artemide) ‘달루’(Dalu) 조명. 두오모(Duomo&Co) 제공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서울 논현동 가구·조명 거리나 을지로 조명 상가는 찾는 이들의 발길로 생동감이 넘친다. 방문하는 이들이 많아지니 조명도 다양해졌다.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루이스 폴센, 무토, 플로스, 베르판, 메누, 노르만 코펜하겐, 아르테미데, 루체플란, 잉고 마우러 등 고가의 외국 유명 조명 브랜드 제품부터 몇천~몇만원대 중저가 국산 조명 제품까지 다양하다.
플로스(Flos) ‘람파디나(Lampadina)’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7년 전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2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공교롭게도 가장 역점을 둔 건 천장, 벽, 바닥을 채울 벽지와 장판의 색상과 디자인이었다. 조명은 공사 막바지 예산에 맞춰 인테리어 업자의 조언대로 거실, 주방, 방, 욕실 각각의 천장에 네모난 형광등 1개씩만 달았을 뿐이다. 인테리어에서 조명이 왜 중요한지 깨닫지 못했다. 천장에 거는 펜던트 조명 외에 벽부등(벽에 붙이는 형태의 조명), 스포트라이트 조명이나 레일 조명, 스탠드 조명, 풋라이트 조명(집 바닥과 가까운 부분에 매립 또는 부착하는 조명) 등 종류가 다양하고 조명마다 특색과 개성이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Lighting’(라이팅·조명) 취재를 하며 조명 설계를 잘한 네 집을 둘러봤다. 가구나 인테리어만 봤을 땐 평범한 주택이었지만, 조명을 비추니 공간이 180도 달라졌다. 분명 하나의 공간인데 어떤 조명을 켜느냐에 따라 카페나 식당이 되기도, 정원이나 극장이 되기도, 도서관이나 사무실이 되기도 했다. 앗! 조명은 그런 것이다. 미련하게도 나는 불과 며칠 전까지 형광등이 어둡고 자주 갈아야 한다는 이유로 엘이디로 교체할 생각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지금,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올가을, 집안 조명 꾸미기에 도전하기.
Lighting
조명 혹은 조명 시설. 빛을 발생시키는 장치. 대부분 전기를 이용하며 백열등, 형광등 엘이디(LED) 등으로 나뉨. 최근에는 엘이디가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음. 같은 광원을 사용하더라도 직접 조명, 간접 조명 등 빛을 비추는 방법과 위치에 따라 밝기와 분위기가 달라져 인테리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최근 부각되고 있음.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