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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장미여관 “우리는 짐승 이미지 아니야”

등록 2017-08-17 10:32수정 2017-08-17 11:47

‘장미여관’의 다섯 남자
김성일 스타일리스트와 만나다
방송·공연 일정 빡빡하지만
틈틈이 목공·소설쓰기도 도전
5인조 록밴드 ‘장미여관’. 왼쪽부터 임경섭, 배상재, 윤장현, 육중완, 강준우.
5인조 록밴드 ‘장미여관’. 왼쪽부터 임경섭, 배상재, 윤장현, 육중완, 강준우.
<한국방송>(KBS)의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의 첫 무대에서 노래 ‘봉숙이’로 벼락같이 스타가 되어버린 ‘장미여관’도 어느덧 6년 차에 접어들었다. 보컬 육중완을 비롯한 멤버들이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리라 짐작했지만, 그들의 스케줄 표는 방송 활동만큼이나 공연 일정으로 빼곡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한여름의 땀방울이었다.

지난 9일 인터뷰 역시 밴드 연습으로 이어졌다. 각자 오랫동안 음악을 해 오다가 삼십대 중반에 뭉친 장미여관의 다섯 남자, 음악과 인생을 함께하는 이들을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이 만났다. 강준우(기타, 보컬), 육중완(기타, 보컬), 임경섭(드럼), 윤장현(베이스), 배상재(기타)가 한자리에 모였다.

김성일 (이하 김) 2012년 (KBS 2TV에서 2012년 5월5일부터 10월13일까지 방송한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시작했을 무렵에 친구에게 문자가 왔어. ‘장미여관의 ‘봉숙이’라는 노래 너 들으면 기절할걸.’ 찾아서 봤더니 정말 너무 좋은 거야. 그래서 내가 (강)준우 트위터에 팬이라고 메시지를 보냈었지.

육중완 (이하 육) 그때랑 지금이랑 저희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요?

너흰 바뀐 게 없어.

임경섭 (이하 임) 기억에 오래 남는 게 그때 형님이 코디도 해주셨잖아요.

준우가 우리 다음주에 뭐 입어야 되냐고 물어봤어. 파란색 슈트 안에 줄무늬 티셔츠 입고 머린룩을 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동대문에서 옷 사서 입고 사진도 찍어 보내고.

잡지 촬영이라는 걸 처음 경험하게 해준 것도 성일이 형이었어요.

중완이랑 준우는 부산의 음악다방에서 만났다면서?

그렇죠. 어떤 누나가 노래를 참 잘하는 애가 있다고 소개를 시켜주는데, 와! 정말 얼굴이 딱 봐도 노래 외에는 관심이 있는 게 없어 보였어요. 패션도 관심이 없고 공부도 관심이 없고, 얼굴이 오직 소리의 그 한길로만 갔던….

<서편제> 주인공들 같은 얼굴.(웃음)

따로따로 서울로 올라왔는데, 우리 둘 다 아는 지인도 없고 힘들어서 서로 의지하는 느낌으로 팀을 했던 거죠. 2009년에 (인디밴드가 활동하던 클럽들이 모여 있는) 홍대 쪽으로 왔는데, 아무 데도 저희를 안 받아주는 거예요. ‘무대에 서고 싶은데 우짜지’ 하던 무렵에 옆에서 늘 술 먹던 사람들이 (윤)장현이 형과 경섭이 형이었어요.

음악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저들과는 음악을 절대 같이 하지 않겠다 생각했죠.(웃음)

왜냐하면 성공을 위해서는 조금 잘생기고 어린 사람들을 영입해야 하기 때문에. 장현이 형이 그때 몇 살이었지?

서른여덟이었지.

지금 내 나이네. 그때는 무지 형 같았었는데.

‘봉숙이’ 이전과 이후로 나눈 장미여관

(임경섭과 윤장현이 차례로 합류한 후) 우리 네 명이서 합을 맞춘 지 두 달쯤 되었나? 준우가 탑밴드에 지원서를 냈어요. 우리가 각자 오래 음악을 했어도 만난 지 겨우 두 달인데, 10년 넘게 한 팀들을 상대로 감히 승부를 낼 수가 없다는 생각에 처음엔 반대를 했어요. 그러다가 경섭이형 소개로 (배)상재가 기타리스트로 들어왔죠.

다른 밴드들은 몇 년씩 해온 레퍼토리가 있을 텐데. 너희는 진짜 힘들었겠다.

그때 하루에 합주를 여섯 시간씩 했어요. 두 시간 하고 밥 먹고, 두 시간 하고 밥 먹고, 두 시간 하고 해산.(웃음) 중완이랑 저는 인디밴드 판을 잘 몰랐어요. ‘저 팀이 억수로 대단한 사람이고 저 팀이 우리 바로 뒤에 할 거다’라고 생각하면 겁을 먹었을 텐데 일단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탑밴드 대기실에서는 다 큰 성인들(장미여관)이 기타도 없이 입으로 ‘당다다당 다다다당 핫!’ 하면서 발을 쭉 뻗는 동작 연습을 하는데, 뒤에서 보던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겠나.

그런 모습이 바로 장미여관이었지. 탑밴드 첫 회에 너희가 ‘봉숙이’를 불렀잖아. 너희 인생은 봉숙이를 부르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 것 같아.

2012년 5월5일 밤 11시. 방송이 나가고 나서 삼천팔백도 달라진 거지.

그때 전화와 문자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오니까 전화기가 너무 뜨거워져서 저절로 꺼질 정도였어요. 그때 이슈가 된 후에는 우리 좀 차분하지 않았나?

뭐라 하노? 우리 일주일 내내 검색어 올라갔다 아이가. 합주하다가 잠깐 쉬면 다 휴대폰 들여다보고.

중완이는 바로 복분자 광고 들어왔는데 거절했지.

우리는 짐승 이미지 아니다….

사람들이 괜히 수군거리는 말 있잖아. ‘쟤네 뜨더니 변했다’ 하는 소리도 들어봤지?

거의 다 들어봤을걸요.

저는 원체 세상에 잘 못하는 타입이잖아요. 차이가 없어가지고 그런 소리 안 들은 거 같은데.

배상재 (이하 배) 그건 제가 정확하게 알아요. 경섭이 형이 변했단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어. 후배들이 만나면 “와, 돈맛 보더니 변했네! 사람 좋아졌네!”(웃음)

뭐라노.(웃음)

저는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들어왔어요. 어느 순간, 이걸 다 해버리면 본질인 밴드 ‘장미여관’을 놓치는 정도를 넘어서 와해가 될 거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스타일리스트도 일로 돈은 못 벌어. 그렇지만 이걸 하지 않으면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이라는 정체성이 없어져 버리는 거야. 중완이가 정말 중요한 생각을 한 거야. 난 중완이가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걸 봐도 단 한 번도 팀이 와해될 거라는 의심을 가져 본 적이 없어.

중완이가 일이 제일 많던 때, 중완이의 수입을 엔(n)분의 1로 나눴어요. 조금 주춤해진 다음부터 중완이 쪽으로 조금 더 많이 가죠.(웃음)

음악 할 때도 밸런스가 잘 맞아야 하는데 너희는 궁합이 참 잘 맞아. 예전에 그룹 ‘송골매’도 더블보컬이었는데 곡별로 따로 노래를 했지. 어쩌면 배철수의 목소리는 육중완의 목소리고 구창모의 목소리는 강준우의 목소리라고 할 수도 있거든. 너희처럼 한 곡을 1절과 2절로 나눠 부르면 비교가 될 텐데, 둘의 다른 목소리가 희한하게 잘 어울리지.

비교될 거 같은 것은 빼서 그래. 형님! 저희가 머리 좋게 다 배치를 싹 다 바꿨습니다!

김성일(오른쪽)과 대담하고 있는 ‘장미여관’ 일행.
김성일(오른쪽)과 대담하고 있는 ‘장미여관’ 일행.

‘팬심’·육아·목공···여러 영역에 관심도 많아

나, 궁금한 게 있어. 음악 이외에 가장 큰 관심사가 뭐니?

다른 음악가에게 전에 없던 ‘팬심’이 생겼어요. 작곡과 작사를 하는 이규호 형을 좋아하게 돼가지고. 제가 말수가 적은 편인데 (그 형 만나면) 말도 ‘억수로’ 하게 되고. 괜히 친해지고 싶은 느낌이 드는데 이게 팬심인 걸 나중에 알았지. 윤종신, 이소라, 이승환 등과 작업을 많이 하신 분인데 자기 속의 얘기들로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이는 전달력이 어마어마해요.

제 관심사는 육아죠. 아이가 19개월 되었는데 이유식도 제가 다 만들었어요. 요즘은 피아노를 좀 배울까 하고. 곡 작업할 때 간단한 거라도 치면서 하면 좋을 거 같아서요.

그래. 박진영도 보면 코드만 잡아.

멤버들에게는 처음 얘기하는데 팀에 기타 파트가 둘이니까, 준우가 치는 부분에서 제가 나머지 대역을 골라내서 쳐야 밸런스가 딱 맞거든요. 다들 15년씩 음악을 하다가 만났고. 저는 여기 적응하기까지 4, 5년 걸린 거 같아요. 그 세월이 좀 힘들었어요.

상재가 성격이 강했으면 많이 부딪쳤을 거예요. 그런데 형으로서도 챙겨주는 부분이 보여요.

배상재는 1979년생, 육중완과 강준우는 1980년생, 임경섭은 1978년생, 윤장현은 1974년생이다. 배씨가 나이로는 ‘장미여관’의 가운데인 셈이다.

장현씨는 어때?

저는 요즘 자꾸 머릿속에 목공이….(일동 웃음) 고등학교 졸업하고 철공소에서 용접도 두 달 배웠고. 여력이 된다면 조그만 공방을 해보고 싶어요. 멤버들 아기 낳으면 의자 만들어줘야지.

저는 요즘 최대의 고민은 사람인데요.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쉽게 만나거나 믿지 못할 거 같다는 불안감이 확 들어온 거예요.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싶은데 내 마음이 갑자기 슬퍼지고 하니까.

나도 처음 일 시작할 때, 어디 행사가 있으면 무조건 가서 얼굴 비치고 그랬지. 많은 사람을 알아야 좋은 일을 할 수가 있으니까. 세월이 지나니까 쉽게 믿음을 가질 수가 없고 ‘뉴 피플’(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을 검증을 해보고 싶고.

지금 마음은 ‘뉴 피플’ 자체가 힘들어요.

(중완이가) 마음고생 심했는가 보네. 저의 원대한 꿈은 소설 쓰기.

소설 쓰고 있네~.(웃음)

이거 정말 장미여관다운 유머였다.

저는 장미여관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요.

너희가 나이 들면 그때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봉숙이’가 나올 수도 있는 거고.

노래를 한 20년 불러 보니까 성대가 노화되는 느낌을 알겠는데, 내 나이 또래의 소리가 나온다는 거. 자연스럽게 늙어간다는 자체가 엄청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 음악이 장미여관 자체라는 거.

오래 활동하는 외국 그룹들도 중간에 멤버들이 하나둘 씩 바뀌잖니? 장미여관은 똑같은 멤버로 일흔 살까지 갈 수 있을 거야.

서른이 훌쩍 넘어 장미여관으로 모인 우리는 그 사람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까 더 가능성이 더 있겠네요. 금방 하겠네!(웃음)

정리 유선주(드라마 칼럼니스트),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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