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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매력남으로 변신

등록 2017-07-13 11:06수정 2017-07-13 12:13

[esc] 커버스토리 바버숍

강렬한 스포츠형 머리, 손도건
세련된 바텐더에게 어울리는 올백, 전대현
“먼진데!”칭찬 일색, 최동하
멋과 패션은 더 이상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성들도 자신을 가꾸고, 자신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루밍족’의 부상은 바버숍을 멋쟁이들의 공간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남성들의, 남성들에 의한, 남성들을 위한 바버숍은 머리를 자르는 곳만이 아닌 놀이터나 살롱을 표방한다. ‘남성들의 문화’를 향유하는 그곳엔 멋과 맛, 그리고 우정과 의리가 있다.

바버샵은 남성들만을 위한 ‘멋’을 완성해주는 특화된 공간을 지향한다. 남성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컷, 섬세한 면도 서비스 등이 이뤄진다. 손도건씨. 사진 강현욱(STUDIO ADAPTER)
바버샵은 남성들만을 위한 ‘멋’을 완성해주는 특화된 공간을 지향한다. 남성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컷, 섬세한 면도 서비스 등이 이뤄진다. 손도건씨. 사진 강현욱(STUDIO ADAPTER)
스타일의 완성

손도건(26)씨는 종합격투기 선수다. 다른 선수와의 몸싸움도 잦고, 평소 땀을 많이 흘린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십수년째 고수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8일 그를 보고 살짝 놀랐다. 머리 모양이 조금 유별났기 때문이다. 흔히 상상하던 그 ‘빡빡머리’가 아니었다. 옆머리와 뒷머리는 삭발에 가까웠지만, 앞머리는 짙은 검정색이 확연히 눈에 들어올 정도로 머리카락이 살아있었다. “제 취향이 좀 독특하죠?”

하마터면 “네~”라고 대답할 뻔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미용실에선 이런 머리가 잘 안 나왔어요.” 지금의 머리 모양을 만든 건 꼭 4년 전이다. 어릴 적부터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신했지만 머리 모양은 늘 불만이었다. 미용실을 여러 차례 옮겨 다녔지만, 그가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준 곳은 없었다. 옆머리 명암(페이드) 처리가 매번 거슬렸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컴퓨터부터 켜고 ‘남자 헤어스타일’부터 검색했다. 미용실 정보와 유행하는 머리 모양 사진을 모조리 훑었다. ‘이발소나 미용실과는 다른, 외국에 있는 바버숍이 국내에도 있다고?’ 내심 기대가 됐다. 체육관과 가까운 홍대 인근 바버숍 ‘낫띵앤낫띵’에 갔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사방을 강렬한 붉은색으로 개성 넘치게 꾸민 인테리어가 첫눈에 들어왔다. 바버가 물었다.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 “강렬한 인상의 스포츠형 머리를 원한다”고 답했다. 바버는 짧은 투블럭컷을 제시했다. “제 의중을 꿰뚫다니, 신기했죠. ‘옆은 면도기로 밀고, 앞머리는 길게 뒤로 넘기는 스타일’을 할 요량이었거든요.”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길이뿐 아니라 옆머리의 명암, 잔머리 손질까지 ‘딱맞춤’이었다. 단 1㎜의 오차도 없었다. 이발 마지막에 면도기로 눈썹선과 머리둘레선을 다듬어준 것도 그를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남자들만의 공간이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짧은 포마드 컷’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 머리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3주마다 바버숍에 간다. “4만~5만원의 거금이 들어요. 하지만 ‘차도남’이 되는 기회비용이기에 아깝지 않아요.”

바버샵은 남성들만을 위한 ‘멋’을 완성해주는 특화된 공간을 지향한다. 남성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컷, 섬세한 면도 서비스 등이 이뤄진다. 전대현씨. 사진 강현욱(STUDIO ADAPTER)
바버샵은 남성들만을 위한 ‘멋’을 완성해주는 특화된 공간을 지향한다. 남성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컷, 섬세한 면도 서비스 등이 이뤄진다. 전대현씨. 사진 강현욱(STUDIO ADAPTER)
대접받는 특별함

바버숍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원하는 시간에 예약해 기다릴 필요가 없다. 1시간 남짓 이발 시간 내내 나만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바텐더인 전대현(27)씨가 바버숍에 가는 이유다. 그는 “머리 길이, 질감, 포인트, 세팅, 끝선 정리, 차후 헤어 관리와 애프터서비스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줘 만족한다”고 했다.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바버숍을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개인 사정으로 복싱선수에서 바텐더로 전업을 했다. 그에 걸맞은 이미지 연출이 필요하던 때다. 이전까지 미용실을 이용했지만, 세련된 바텐더에 걸맞은 머리 모양을 위해선 뭔가 특별한 곳이 절실했다. 그동안 애용했던 미용실, 저렴함에 가끔 다녔던 블루클럽에서 특별함을 기대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미용실은 파마나 염색 등 여성들을 위한 서비스 위주였고, 블루클럽은 머리 모양이 천편일률적이었어요.” 당시 그는 동양챔피언을 지낸 복싱 선배 김민욱 선수의 ‘올백’ 머리에 꽂혀 있었다. “민욱 형은 2010년부터 포마드 컷을 했어요. 너무 멋졌기에 따라하지 않을 수 없었죠. ‘바텐더=포마드 컷’ 환상의 조합이니까요.”

그가 바버숍에 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첫 방문에서 그는 “제임스 딘처럼 날렵하면서도 뚝심 있어 보이는 ‘올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웬걸? 바버의 손길이 스치니 ‘훈남’이 따로 없다. 놀람도 잠시, 때와 장소에 따라 머리 모양을 3~4개로 변형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올백으로 넘겨도, 가르마 위치를 좌우로 바꿔도, 5 대 5 가르마를 타도, 얼굴 쪽으로 앞머리를 쭉 내려도 멋있었다. “차가움과 부드러움이 공존하게 해준 바버의 실력에 감탄했죠.”

그는 디아우트로, 엉클부스, 찰스바버 등을 즐겨 찾는다.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소소한 소품까지 남성들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곳이다. 애니메이션 피규어와 만화책, 바와 당구대, 오락기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에서 누리는 특권이 더 있다. 신문과 잡지를 보고, 뉴스를 시청할 수 있으며, 담배를 피우고 위스키 한잔을 걸칠 수도 있다.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절로 들죠. 무엇보다 혼삶이 대세인 지금, 이곳에서 잠시나마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서 좋아요.”

바버샵은 남성들만을 위한 ‘멋’을 완성해주는 특화된 공간을 지향한다. 남성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컷, 섬세한 면도 서비스 등이 이뤄진다. 최동하씨. 사진 윤동길 실장(STUDIO ADAPTER)
바버샵은 남성들만을 위한 ‘멋’을 완성해주는 특화된 공간을 지향한다. 남성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컷, 섬세한 면도 서비스 등이 이뤄진다. 최동하씨. 사진 윤동길 실장(STUDIO ADAPTER)
여행지에서의 편안함

최동하(38·아티너스미술학원 원장)씨는 2014년부터 ‘헤아’ 단골이다. “한남동에 분위기가 좋고 괜찮은 이발소가 생겼다”는 선배의 권유를 받고 나서다. 이전에 이용했던 미용실이 불편했던 건 아니었다. ‘남자의 머리를 좀더 세심하게 접근해준다고?’ 호기심이 그를 자극했다. 이제 바버숍에 드나들기 시작한 지 3년째다.

‘미용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라는 의문은 첫 방문과 동시에 해결됐다. 시술을 마치고 나니 ‘흔남 스타일’이 ‘언더컷 스타일’로 탈바꿈돼 있었다. “잘 지은 재킷을 입은 느낌”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드러날 부분은 확실하게 드러내주고, 가려줄 부분은 멋스럽게 감싸주는 느낌이 있었어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경험하지 못했던 가르마와 포마드였다. “어색했지만, 내 몸에 맞춰가는 적응기를 가져보자고 마음먹었죠.”

신기한 일은 이후 벌어졌다. “멋진데!” “세련됐다”며 주위 반응이 칭찬 일색이었다. 머리 손질도 한결 수월해졌다. “이전까지 드라이어로 볼륨을 만든 뒤 왁스로 고정했는데, 간단히 말린 뒤 포마드를 바르면 완성됐으니까요.”

‘여행 온 것 같은 편안함’, 그가 가장 먼저 꼽는 바버숍의 매력이다. 이국적인 실내 풍경과 향기, 음악을 즐기다 보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바버는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 친구처럼 친근하고 편하다. “소소한 잡담과 시덥지 않은 농담을 유쾌하게 나눠도 어색하지 않아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힐링이 되어 있죠.”

그가 바버숍을 찾는 또다른 이유는 미용실과 달리 스타일에 대해 바버와 충분한 대화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실력이 뛰어난 헤어 조각가이자 헤어 테일러이기도 한 바버와 상담하면서 내 취향에 맞는 스타일을 찾는 과정에서 얻는 만족이 쏠쏠하다”고 했다.

그에게 물었다. 바버숍 선택에 중요할 것은 무엇일까? “분위기,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자신과 잘 맞는 훌륭한 바버를 만나는 것도 중요해요.”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강현욱(STUDIO ADAPTER)

바버숍(BARBER SHOP)

이발소의 현대적 개념. 과거와 달리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세련된 서비스가 특징. 커트, 파마, 염색은 물론 면도 서비스까지 남성 헤어스타일에 특화된 곳. 향수, 화장품, 옷, 신발 등을 갖추고 남성 토털 스타일숍을 지향하는 곳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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