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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당신, 어디서 이발해?

등록 2017-07-13 10:58수정 2017-07-13 12:16

[esc] 커버스토리 바버숍
멋내기 눈 뜬 남성들
세련된 바버숍 찾아
시가·위스키 제공도 장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바버숍 ‘트루핏앤힐’에서 한 남성 고객이 곽한별 바버에게 이발과 면도 서비스를 받고 있다.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바버숍 ‘트루핏앤힐’에서 한 남성 고객이 곽한별 바버에게 이발과 면도 서비스를 받고 있다.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멋내는 남성들이 ‘여자처럼…’이라며 놀림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깟 ‘멋’ 따위에 감히? 불과 몇 년 전까지 파격적이거나 튀는 남성은 천덕꾸러기였다.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옷과 머리 모양이면 그만이었다. 간혹 무스를 잔뜩 바른 번쩍이는 앞머리를 올백으로 넘겼거나, 1:9나 2:8 가르마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개성을 표출한 남성을 만났다면? 누구나 눈살부터 찌뿌렸을 거다. “어머, 쟤 왜 저러니?”

그러나 이제 남성들이 달라졌다. ‘멋=경쟁력’이 됐다. 여성들도 ‘멋쟁이’에 열광한다. 남성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옷을 사고 화장을 한다. 그리고 ‘바버숍’(Barber Shop)에 간다. 어릴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가던 이발소? 아니다. 4~5년 전부터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바버숍은 과거의 이발소와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남성을 위한 이발과 면도를 하는 곳이라는 점은 같지만, 바버숍은 20~40대 ‘패피’(패션 피플)를 겨냥한다. 남성용 화장품과 향수, 슈트까지 구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맞춤형 스타일’을 완성해준다.

국내에 있는 바버숍은 30여곳. 서울 청담동, 한남동, 홍대입구 등에 밀집해 있다. 가격은 대체로 컷 기준 4만~7만원대다. 면도(5만원 선)까지 할 경우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많은 남성이 이곳을 찾는다. ‘퇴폐업소’, ‘노후된 곳’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라지는 듯했던 이발소의 화려한 부활이다. 진민준 엉클부스 대표는 “문화를 즐기고 나누는 공간에 대한 남성들의 욕구가 크만큼 컸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바버숍은 19세기 유럽의 살롱과 흡사한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세련된 음악과 향기, 시가와 위스키, 당구와 오락 등 ‘스타일’을 넘어 ‘휴식 및 문화 공간’을 자처한다. 헤아 신윤섭 대리는 “바버숍의 발상지인 유럽과 유사하게 클래식하게 단장한 살롱 같은 곳이 다수”라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버숍이자 영국 왕실 전담 바버숍인 ‘트루핏앤힐’이 지난 1월 한국에 상륙한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트루핏앤힐 남형우 대리(브랜드매니저)는 “럭셔리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찾는 이들의 가치 소비가 바버숍에서는 상징적으로 이뤄진다”며 “30~70대 사업가, 전문직,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주 이용객”이라고 말했다.

오소리털로 제작된 셰이빙브러시, 일자면도기, 애프더셰이브밤 등 바버가 면도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촬영장소 ‘트루핏앤힐’
오소리털로 제작된 셰이빙브러시, 일자면도기, 애프더셰이브밤 등 바버가 면도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촬영장소 ‘트루핏앤힐’

바버숍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발사를 양성하는 이용학원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진 대표(서울이용학원 원장)는 “몇년 전만 해도 폐업하는 이용학원이 속출했고, 이용기술을 배우는 젊은층을 찾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원생의 70~80%가 20~30대”라고 말했다. 밤므 유병두 대표는 “포마드 마니아층 위주로 형성됐던 고객층이 20대까지 내려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직까진 ‘바버숍=포마드컷’, 즉 “바버숍에선 포마드컷만 해준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트루핏앤힐 남형우 대리는 “바버숍에서도 펌과 염색을 하며, 포마드 이외에도 다양한 남성 컷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다수의 남성은 이용료가 부담스럽다고 여긴다. ‘고급 지향’ 트렌드만 좇아 바버숍을 개업했다가 폐업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진 대표는 “바버숍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컷과 면도 등 시술 가격의 일부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품질과 서비스를 세분화해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루밍족’ 등장과 맞물려 ‘바버숍’이 남성들의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여기, 당신이 궁금해할 ‘바버숍’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윤동길(STUDIO ADAPTER 실장)

바버숍(BARBER SHOP)

이발소의 현대적 개념. 과거와 달리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세련된 서비스가 특징. 커트, 파마, 염색은 물론 면도 서비스까지 남성 헤어스타일에 특화된 곳. 향수, 화장품, 옷, 신발 등을 갖추고 남성 토털 스타일숍을 지향하는 곳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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