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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내맘대로, 땡기는대로…그럼에도 유쾌발랄·감동백배

등록 2017-05-17 19:54수정 2017-05-18 09:38

[ESC 10돌 기념호] 〈ESC〉를 거쳐간 전·현직 팀장들이 털어놓는 달콤살벌한 뒷얘기들
ESC 전·현직 팀장들의 방담 모습(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아리·서정민·조혜정·김은형·김진철·박미향). 김미영 기자
ESC 전·현직 팀장들의 방담 모습(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아리·서정민·조혜정·김은형·김진철·박미향). 김미영 기자
전직 팀장 방담. 아무리 10돌을 기념한다지만, 아이템이 너무 식상한 거 아냐? 꼭 해야겠어? 지면 거저 메우려는 꼼수지? 그랬다. 김은형, 김진철, 김아리, 서정민, 조혜정 기자까지. 반응은 마치 사전에 입을 맞춘 듯 똑같았다. 하지만 궁금했다. 지금 ESC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팀장 시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외형적으로는 지난 10년간 우여곡절 없이 신문을 만들어왔지만, 그동안 차마 발설(?)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가 끊임없이 펼쳐졌을 것이기에. ESC를 거쳐간 이들의 면면을 볼 때, 절대 무탈했을 리 없다. 인생 자체가 시트콤이거나 4차원이거나 자기만의 세계관이 뚜렷하기에 더욱 그렇다. 심지어 팀장이었으니 오죽했을까!

지난 11일 낮, 서울 공덕동의 한 식당에 고경태 전 팀장을 제외한 6명의 전·현직 팀장을 소환(?)했다. 시끌벅적, 왁자지껄, 제멋대로, 나 잘난체…. 이들의 대화는 역시나 기대와 우려(?)를 벗어나지 않았다. 재밌고, 유쾌하고, 흥미진진~.

첫 대화부터 ‘방담 장소’ 불만 폭발

박미향 (잔뜩 긴장한 채) 오늘 여기에 모신 이유는… 말 그대로….

김아리 장소 마음에 안 들어요.(웃음) ESC라면 좀더 ‘엣지’ 있는 데서 만나야 하는 거 아닌가. 회사 앞 식당이 아니고.

조혜정 그러게. 경리단길이라든가 세련된 장소를 기대했는데. ㅋㅋㅋ

김은형 그나저나 서정민은 왜 안 와요? 사장이라고 늦는 거야?

서정민 전 팀장 지각…‘사장이라서?’

서정민 (쑥스러워하며) 허허허. 늦어서 미안합니다. 지금껏 뭔 얘기 했어요?

조혜정 오늘의 밥값은 서정민 사장님이 내는 걸로!

서정민 @#$%··&**$%

김은형 ESC가 인재 배출 사관학교였네. 사장님도 나오시고.(서정민 기자는 현재 ‘시네플레이’ 대표로 파견근무 중이다.)

김진철 빨리 밥 먹고 끝내자. 벌써 원고지 5장 분량 뺀 거 아냐?

박미향 무슨~, 진짜 얘기는 시작도 못 했어.

노무현 대통령 추모 특집(2009년 5월28일치)
노무현 대통령 추모 특집(2009년 5월28일치)
김은형, “노무현 대통령 추모 특집 뭉클”

박미향 팀장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뭔가요?

김은형 내가 팀원일 때 쓴 기사가 다 주옥이지. 하하.

일동 뭐래!

김은형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특집(2009년 5월28일치)이 가장 기억나. 토요일에 돌아가셨잖아. 기사 마감은 월요일, 지면은 이미 다 짜여 있었지.

박미향 맞아. 커버 기사는 매우 발랄한 것이었어.

김은형 고민이 컸어. 마침 김어준씨가 자신의 연재물인 상담글 대신 추모글을 보내온 거야. 급하게 본래 기사를 내리고 추모글을 넣기로 했는데 사진이 또 문제였어. 준비된 사진이 없으니깐. 마침 박미향 기자가 한 장의 사진을 내밀었어. 쓸쓸한 바닷가의 깃대 위에 밀짚모자가 걸린 사진이었어.

박미향 인천의 여행지 취재 갔다가 그냥 마음이 가서 찍은 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밀짚모자가 연상됐어.

김은형 당시 그걸로 슬픔을 그나마 달랬지.

김아리, “‘김어준이 만난 여자’ 가장 기억”

김아리 김어준씨 이야기하니깐 이어 말하자면 ‘김어준이 만난 여자’가 가장 생각납니다. 김어준씨가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 섭외가 고생스러웠는데 독자들 반응은 좋았어요. 첫회가 전도연이었고.

김진철 아~ 그때 제가 영화 담당이었죠. <하녀> 개봉 앞두고 전도연 인터뷰 기회가 생겼는데, ESC에서 섭외 부탁해서 연결해줬죠. 아! 그때 내가 전도연씨를 만났어야 했는데….(잔뜩 아쉬운 표정)

김아리 김어준씨는 당시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여성들을 많이 만났어. 신정아, 김부선, 정선희…. 그의 말로는 정선희씨가 한 말 중에는 10분의 1만 기사로 썼다고 하더라고.

김진철 이 연재는 ‘ESC가 만난 김어준’으로 팀원 전체가 단체로 김어준씨를 인터뷰하고 끝냈어요. 아마 5주년 때인가 싶네요.

기자 체험형 기사 새 장 열어
전도연·정선희 등 인터뷰 화제
독특한 요리면·맛 비교 기준 제시
필자 발굴도 탁월 지면 수놓아

서정민, “H&M과 발망 협업과 ‘응팔’ 참신”

서정민 이정국 기자의 ‘에이치앤엠(H&M)과 발망의 컬래버레이션’이 대박이었지요. 포털 메인에 떠서 화제가 됐고, ‘발로 뛴 기사’라는 칭찬 댓글이 줄을 이었어요. 이 기자는 졸지에 ‘패션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히긴 했지만.

김진철 나름 탐사보도였어요. ‘참여형 탐사보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봐요.

서정민 밤을 새우고 눈 벌게 가지고 커피숍에서 마감한 기사였지요. 구매 인파에 휩쓸려 사이즈 안 맞는 옷 사서 결국 지금은 와이프가 입는다는군요. 회사에서 주는 ‘노력상’을 탔지, 아마. ‘응답하라 1988’(2015년 12월31일치) 커버도 잊을 수 없어요. ‘88년에 ESC가 나왔다면?’ 그 콘셉트였어. 박미향 선배가 가상으로 성보라 인터뷰한 게 재밌었어요. 1970년대 텔레비전 브라운관 화면에 ‘응팔’ 주인공들 어린 시절 사진과 우리 팀원들 사진을 합성했는데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김진철 전 개인적으로 추자도(2011년 9월22일치) 특집 기사가 기억이 또렷해요. 팀 전체가 다 같이 가서 낚시 취재를 하고 회 뜨고는 그것도 기사로 쓰고. 당시 나는 팀장으로 취재 담당이 아니니까 휴가 내고 따라갔지요.

김진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커버 단독”

박미향 논 것만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건가요?(웃음) 좀 진지한 건 없었어요?

김은형 그러게. 김진철 논 게 아니고 같이 지면 구성하고 만들었다니깐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2011년 1월13일치) 유고집을 커버로 다룬 것도 잊지 못하지요.

조혜정 그 기사는 어떻게 쓰게 됐어?

김진철 박미향 선배가 달빛요정 책이 나온다는 걸 홍대 인디밴드 취재 갔다가 우연히 알게 돼서 그 책을 입수해 커버 기사로 구성했어요. 나름 단독이었죠. 이정연 기자가 쓴 윤리적 패션(2011년 5월26일치) 커버 기사도 좋았고.

박미향 헐렁한 청바지와 청치마를 입은 김진철 기자 아들하고, 김성환 기자 조카가 모델이었지요.

김진철 (감회에 젖어) 당시 5살이었던 아들이 지금은 5학년이에요. 아니 근데 박 선배! 그때 찍은 가족사진은 왜 안 줘요?(다들 박 팀장을 쳐다봄)

박미향 (당황하며) 내가 안 줬나요?

김진철 부부싸움을 할 때면 와이프가 꼭 ‘왜 사진 달라고 안 하냐?’고 지금도 잔소리해요.

올해의 인물 봉숭아학당 특집(2008년 12월18일치)
올해의 인물 봉숭아학당 특집(2008년 12월18일치)

기자 정관수술 체험기사’ 독창적

김진철 또 기억나는 건 피임 특집 기사죠.(2009년 11월12일치)

일동 그 특집, 1면 기사 당신이 썼잖아?

김진철 (당황한 기색 역력) 아, 쉿! 그거 일급비밀인데. ESC 팀장이 아닐 때부터 저는 기여를….

조혜정 결국 자기 자랑?

박미향 우린 자뻑 아님 안 되잖아.

김진철 ‘비바람이 치고 천둥이 쳤다’ 그게 첫 문장이었어.(데스킹 뒤 ‘갑자기 빗줄기가 떨어졌다’로 바뀜) 진짜 비바람이 불고 천둥이 쳤다니까.

김아리 근데 와이프가 (정관수술 한 것) 알았어요?

김진철 당근. 그 기사 보고 와이프 동료 교사 남편 서너명이 내게 전화를 했더라고요. ‘얼마냐’, ‘회복이 빠르냐’고 물으려고.

김은형 2008년 ‘올해의 인물’로 ESC가 ‘봉숭아학당’을 선정했는데, 그 기사도 기억에 남아요. 개그맨 박지선씨가 인터뷰어가 되어서 <개그콘서트>의 동료 개그맨들을 인터뷰했지요.(2008년 12월18일치)

서정민 박지선씨가 객원기자가 된 셈이네요.(웃음)

조혜정, “다시 별지로…첫 커버는 또 ‘일상탈출’”

조혜정 제가 팀장일 때 ESC가 신문 속지에서 다시 별지로 나왔지요. 첫호 제목이 ‘일상탈출’(2016년 6월30일치)이었는데, 스카이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을 소재로 다뤘어요. ‘바다와 하늘로 탈출하자’ 개념이지요. 제가 아이디어를 낸 ‘ESC공화국’(2017년 3월23일치) 커버 기사도 생각이 나요. 대선 앞두고 우리가 상상하는 재밌는 나라가 뭘까 해서 만들었는데, 탄핵 국면에서 잘 팔리지 못한 비운의 커버였지.

서정민 지인이나 기자들이 직접 출연한 사진들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나이 잘 먹는 비결’(2016년 1월7일치) 말이죠. 아르바이트생, 나, 사진부 강재훈 선배가 각각 20대, 40대, 60대 버전으로 찍었는데….

박미향 (말을 자르며) 또 자기 자랑이야? 40대가 20대보다 더 젊어 보인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 얘기 하려고 그러지요?

서정민 하하하! 내가 (댓글) 단 거 아닙니다.

박미향 나 팀장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말해도 되나요?

조혜정 윤여정(2017년 5월11일치) 하려는 거죠?

박미향 어떻게 알았어~~~~(살짝 윙크) 이정국 기자가 쓴 5월4일치 ‘탕진잼’도 좋았고. 옛 기사 중에는 고나무 기자의 ‘전국 빵집’(2009년 1월22일치)이 생각나요. 당시엔 이성당이나 성심당이 소박한 작은 빵집이었는데, 지금은 유명한 중견기업 됐지요. 소설가 김중혁이 쓴 ‘칼의 노래’(2007년 5월31일치)나 ‘몽땅 요리퀴즈, 몽땅 요리선물’(2008년 9월11일치)도 좋았어. 전체 면을 다 요리 퀴즈로 구성해서 당시 매우 신선한다는 평을 들었어요.

몽땅 요리퀴즈 특집(2008년 9월11일치)
몽땅 요리퀴즈 특집(2008년 9월11일치)
ESC 필자 발굴 능력 ‘킹왕짱’·상담면 ‘파격’

김은형 좋은 필자 발굴한 것도 우리의 자랑입니다. 지금은 퇴사한 김○○이 쓴 ‘여기자 K’가 발군이었어요. 일반적으로 매체에 비치는 기자 이미지를 깨고 취재 현장에서 실수하고 사고 치는, 한마디로 ‘삽질한’ 이야기인데, 내용이 재미있어서 골수팬들이 많이 생겼죠.

박미향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등 상담면도 우리가 최초로 시도한 거야. ‘요리사 X’와의 방담, 고나무 기자의 맛 경찰, ‘맛대맛’으로 이어지는 맛 평가도 우리가 처음이고.

박미향 그나저나 다시 팀장이 된다면 뭘 하고 싶으신지요?

일동 (단호하게) 없어요. 이미 ESC에 다 쏟아부어서 미련 없네요.

박미향 그럼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 찍지요.

조혜정 이거 굳이 진짜 찍어야 해요?

김아리 신문엔 얼굴 대신 이모티콘 넣어줘요. 꼬~옥!

정리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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