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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잡지의 신이 말했다 “황당할수록 즐겁다면, 그래야지”

등록 2017-05-17 19:52수정 2017-05-17 22:31

[ESC 10돌 기념호]
‘ESC 창간 주역’ 고경태 전 팀장 인터뷰
고경태 <한겨레> 출판국장. 박미향 기자
고경태 <한겨레> 출판국장. 박미향 기자

뭔가를 궁리하는 이의 책상은 어떨까. 고경태 한겨레신문사 출판국장의 책상에는 잡지가 수북하고, 아무렇게나 갈겨쓴 아이디어노트가 빼곡했다. 지난 12일, 새 시대가 활짝 열린 며칠 뒤, 먼지 묻은 10년 전 얘기를 들으려고 그를 만났다. <한겨레>의 장수 섹션 ESC는 2007년 5월17일 나왔다. ESC 창간 주역으로 초대 팀장(2006년 10월~2008년 10월)을 지낸 그에게 탄생 배경을 들었다.

-ESC 창간 과정이 궁금하다.

“2006년부터 신문업계에 이른바 ‘주말판’ 창간 붐이 일었다. 한겨레도 주간지와 맞먹는 분량의 주말판을 낼 계획을 세우고 팀을 짜기 시작했다.”

-창간 자체가 무산될 뻔했던 걸로 안다.

“2006년 10월 준비팀을 꾸렸는데, 이후 사내외 상황이 바뀌었다. 신문시장에서 주말판에 대한 청사진이 폐기되기 시작했다. 안 좋아진 경기 탓도 크다. 사내에서도 회의론이 강력히 피어올랐다. 주말판 계획은 백지화됐다. 당시 편집국장이던 김종구 현 편집인의 제안으로, 대판 섹션 12~16면으로 재설계하게 되었다.”

-진통은 컸지만 ESC는 차별화된 콘텐츠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다 운이 좋아서였다. 한겨레가 만들지만 가장 한겨레스럽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한겨레 본지가 올바른 삶의 기준을 제시한다면, ESC는 신선한 삶의 기준을 제시하자는 모토였다. 그 온도에 가장 적합한 기자들이 모였던 덕이 크다. 초기 주말판을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을 때 기자들이 영국과 일본의 주말판을 찾아 자료 조사도 했는데, 큰 도움은 안 됐던 것 같다.(웃음)”

-창간 뒤 안팎의 비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외제차, 와인, 호텔 정보, 고급 요리 등 한겨레 독자들의 생활과 괴리가 있지 않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큰 공명을 얻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건 한겨레 독자들의 취향을 일면적으로 본 게 아니었는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웬 럭셔리냐’는 욕을 한 바가지로 먹을 줄 알았는데, 기우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기사가 뭘지 궁금하다.

“‘칼의 노래’(2007년 5월31일치)는 글도 글이지만 1면 사진이 파격적이었다. ‘공항으로 놀러가자’(2007년 6월21일치)는 공항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를 무려 7개 면에 걸쳐 집중투하해 독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전체 면을 수능문제집으로 구성한 ‘세대초월 추석수능’(2007년 9월20일치), ‘늦가을에는 부암동에 가보자’(2007년 10월25일치), ‘몽땅 여행퀴즈, 몽땅 여행상품’(2008년 5월15일치)도 뇌리에 남는다. 부암동 기사의 경우 기사 발행 직후 부암동에 갔다가 ESC를 들고 산책하는 이를 여럿 보면서 뿌듯해하기도 했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 중인 ESC를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황당한 기획과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놓길. 말은 쉽지.(웃음) ESC는 주류 문법을 깨는 즐거움을 줄 때 사랑받는다. 무척 진지해지고 있다면 위험신호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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