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요리사 오세득(화면 왼쪽). 엠비시 화면 갈무리.
제게는 남동생이 많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면 여동생만 셋인데 말이죠. 파스타를 돌돌 말아 먹다가 ‘포크 결이 좋네, 마네, 한국인은 젓가락으로 먹는 게 낫네, 아니네’ 논쟁을 하다가 누나가 되고, 오장육부를 흠뻑 적시는 송화백일주에 취해 흰소리를 하다가 누나가 되고, ‘진짜 사랑은 비수 같은 이별에서 시작한다’고 연애상담 해주다가 누나가 되고, ‘기사 방향이 맞네, 틀리네’ 하다가 누나가 되고, 카메라 셔터의 짜릿한 맛은 닿는 촉감에 있다고 주장하다가 누나가 됐습니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이들이 차지게 ‘누나’라고 불러주면 철딱서니 없이 기분이 좋아져 봄날 벚꽃나무처럼 활짝 웃었습니다.
이들은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누나’군과 ‘누님’군이죠. 후자에게 늘 “부담스러운 ‘님’자 좀 빼면 안 되겠니! 싫으면 ‘누이’는 어때?”라고 강권하지만 소용은 없습니다. 최근 누님군의 한 친구가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겨레누님, 저 결혼해요.’ 요리사 오세득(41)씨였습니다. 목젖이 보일 정도로 대박 웃음코드를 만드는 아재개그 요리사가 4월말 결혼합니다. 신부는 11살 아래 규수입니다. 둘은 3년 전 레스토랑의 주인과 손님으로 만났습니다. 신부는 에스엔에스(SNS)에서 송로버섯 요리가 오씨의 레스토랑에 있다는 것을 보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신부가 학생처럼 앳되 보였던 오씨는 비싼 송로버섯 요리를 주문하지 말고 “나중에 부모님과 오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대신 송로버섯 한 덩어리를 잘라 주었답니다. 1년 뒤 오씨가 조합원이었던 제주의 한 농장의 차 행사에서 둘은 다시 만났습니다. 여러 명이 모인 행사장에서 유독 신부가 오씨의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사랑’을 시작했지요.
흐드러지게 벚꽃 피어나는 봄날, 송로버섯이 맺어준 남녀가 인생의 한 관문을 통과합니다. 먹을거리가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한 셈입니다. 진한 향이 오랫동안 남아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송로버섯처럼 그들의 사랑도 세월 따라 깊어가길 바랍니다.
박미향 esc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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