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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바른 게 ‘방부제’라고요?

등록 2017-02-01 19:45수정 2017-02-01 20:13

[ESC] 스타일
화장품 사용기한 늘리려 넣는 합성방부제의 위험성 피하려면
화장품 속 방부제는 미생물의 오염과 변질을 막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데,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화장품의 전 성분을 확인해 구입하는 등 똑똑한 소비가 요구된다. 모델 서울섹션부 이정윤 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픽사베이
화장품 속 방부제는 미생물의 오염과 변질을 막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데,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화장품의 전 성분을 확인해 구입하는 등 똑똑한 소비가 요구된다. 모델 서울섹션부 이정윤 기자.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픽사베이
대학생 최은정(23)씨는 얼마 전 화장품을 구입하러 갔다가 문득 화장품의 성분이 궁금해졌다. 상자에 표기된 성분표를 봤다. 생소한 단어인 ‘파라옥시안식×××’ 등으로 표기된 성분들이 빼곡했다. 처음엔 피부 보습과 영양을 위한 화학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전혀 아니었다. 방부제(보존제)의 일종인 파라벤이었다. 제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개봉 전 3년, 개봉 후 1년’ 동안 화장품을 쓸 수 있는 건 이 파라벤 때문이었다. 파라벤 때문에 사용기한이 연 단위까지 연장됐다는 사실을 깨닫자 최씨는 찜찜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파라히드록시벤조산 에스테르’를 일컫는 파라벤은 1930년 개발된 뒤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방부제다. 화장품 성분표에 나오는 P-히드록시벤조산메틸(파라옥시안식향산메틸·메틸파라벤), 파라옥시안식향산에틸(에틸파라벤), 파라옥시안식향산프로필(프로필파라벤), 파라옥시안식향산부틸(부틸파라벤) 등이 파라벤의 종류다. 이밖에 페녹시에탄올, 소듐벤조에이트(벤조익애시드), 메틸이소티아졸리논,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포름알데히드 등도 방부제로 쓰인다.

화장품업계는 화장품의 유통·사용 과정에서 세균과 미생물이 들어가 변질되는 것을 막고, 유통기한 동안 순도와 품질을 유지하려면 방부제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십년 동안 안전성이 입증이 되었고, 오염된 화장품보다 방부제가 들어간 제품을 쓰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라벤 등 보존제는 오랜 기간 임상실험 등을 통해 연구·분석돼, 성분 기준과 함량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엄격하게 규제되어 오고 있다”며 “보존제가 함유되었다고 무조건 유해하다고 보거나 천연보존제만을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파라벤이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파라벤이 호르몬을 교란해 유방암과 고환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2014년 유럽연합은 화장품류에 5가지 종류의 파라벤(펜틸파라벤, 페닐파라벤, 벤질파라벤, 이소프로필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사용을 금지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일부 성분은 여전히 한국에서 허용된다. 한편, 파라벤이 자외선과 반응해 피부 노화를 촉진하고 디엔에이(DNA)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국내에서는 파라벤 치약 논란이 일기도 했다.

파라벤 등 방부제 암 유발 논란
유럽연합선 일부 파라벤 사용금지
화장품 고를 때 전성분 꼭 살펴
없거나 적게 넣은 것 사야

사실 화장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생의 동반자’다. 그런 화장품이 변질되지 않도록 방부제가 꼭 들어가야 한다면, 그만큼 화장품을 똑똑하게 고를 필요가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합성방부제가 덜 첨가된 화장품을 선택하고, 가급적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사항 등 가이드라인에 맞게 사용한다면 인체에 크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안전성이 의심된다면 화장품의 전 성분을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2008년 10월부터 화장품 제조에 사용된 모든 성분을 제품 용기나 포장에 표시하도록 하는 ‘전 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함량이 많은 성분부터 앞쪽에 표시되므로, 꼼꼼히 읽어보고 가급적 방부제가 적게 들어간 제품을 고르면 된다.

다행인 건 최근 들어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은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 이런 제품도 방부제만 없을 뿐 설페이트 계열의 합성계면활성제 등 다른 유해화학성분은 잔뜩 들어있는 경우가 많으니 전 성분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러쉬는 합성방부제를 넣지 않은 ‘셀프-프리저빙’ 제품 생산에 나섰다. 벌꿀, 점토, 글리세린과 함께 신선한 과일과 채소의 혼합물을 이용한 천연방부제를 사용해 팩, 로션, 스킨을 선보였다. 닥터 브로너스, 아벤느, 아더마, 듀크레이, 피지오겔 등의 브랜드에서도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은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와 생협, 아토팜 등에서 파라벤 무첨가 화장품을 살 수 있다. 아이소이는 화장품에 방부제뿐만 아니라 유해화학성분을 넣지 않는 ‘노(NO)마크 캠페인’을 2009년부터 벌이고 있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팀장은 “성분표에 어려운 화학성분명이 많이 들어간 제품보다는 정제수, 라벤더수 등 천연성분이 첨가된 제품이 좋다”며 “화장품 성분분석 앱 ‘화해’를 활용해 천연재료가 들어간 제품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피부가 민감하거나, 기성 화장품에 안심이 안 된다면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스킨이다. 과일이나 채소, 약초 등을 우린 물만으로도 스킨을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알로에스킨과 녹차스킨이다. 티백이나 찻잎을 우린 녹차스킨은 살균과 수렴 효과가 있다. 집에서 흔히 쓰는 베이킹소다, 소금, 벌꿀, 흑설탕, 올리브오일과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포도주나 소주, 청주도 스킨을 만들 때 유용한 재료다. 포도주를 희석해 만든 스킨은 주름 예방 효과가 있다. 아로마오일이나 글리세린을 약간 섞으면 보습 기능이 배가된다.

미백 효과를 원한다면 레몬스킨을 만들자. 레몬 1~2개, 소주나 청주와 글리세린 각 1병만 있으면 된다. 채 썬 레몬을 술과 글리세린을 넣은 용기에 담아 밀봉한 뒤 빛이 들어오지 않게 검은 봉투나 천으로 감싸 한 달간 숙성시키면 완성된다. 오이를 갈아 만든 스킨은 모공 관리 효과가 있으며, 느릅나무 뿌리껍질(유근피)이나 수세미(사과각), 어성초, 삼백초 등으로 만든 스킨은 항염증 효과가 있어서 여드름 피부에 좋다. 홍삼 화장품의 기능을 기대한다면 홍삼 우린 물이나 홍삼엑기스를 물에 희석해 스킨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겠다.

천연스킨을 만들 땐 손과 용기를 반드시 소독해 세균과 미생물에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완성한 스킨은 반드시 냉장보관해야 한다. 가급적 소량을 만들어 단기간에 소진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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