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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로 가볍게 vs 고기로 묵직하게

등록 2016-12-08 10:25수정 2016-12-08 10:38

[ESC] 커버스토리
정호영·다니엘 셰프가 각각 소개하는 일본·스웨덴식 해장법

정호영 셰프가 만든 일본의 해장요리 ’스지카레’. 박미향 기자
정호영 셰프가 만든 일본의 해장요리 ’스지카레’. 박미향 기자

음주는 기분을 들뜨게 하는 엔도르핀이라는 천국을 선물하고, 숙취라는 지옥을 보너스로 배달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애주가에게 숙취는 골치 아픈 숙제다. 작가의 실제 음주습관을 소재로 삼은 일본 만화 <음주가무연구소>나 미국 할리우드 영화 <행오버>는 ‘숙취 장르’의 새 장을 열어 애주가들의 열렬한 공감을 얻었다. 애주가가 넘쳐나는 한국에서는 콩나물해장국, 북엇국, 재첩국 등 국 종류가 ‘특효약’.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본과 스웨덴의 독특한 해장법을 소개한다.

일본: 숙취탈출제, 울금

정호영 셰프. 박미향 기자
정호영 셰프. 박미향 기자
‘냉부’(제이티비시의 요리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로 유명한 정호영(40)씨는 서울 연희동 일식당 ‘카덴’의 주인이다. 일본 요리학교 ‘쓰지조그룹교’를 졸업한 그가 알려주는 일본인들의 해장법은 ‘오차즈케’(오차에 밥을 말아 먹는 일본 음식)와 ‘스지(소 힘줄) 카레’. 오차즈케는 낯설지만은 않다. “한국의 애주가들이 술을 마시고 자기 전에 해장국에 밥 한 숟가락 말아 먹는 것과 같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런데 카레는? “스지 카레는 독특한 맛인데 카레에 든 울금 성분이 해장에 좋다”고 한다. 울금은 일본 숙취해소제로 인기인 ‘우콘파워드링크’에도 들어 있는 등 해장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카레 특유의 진한 향이, 물컹물컹 씹히는 스지에 쫙 배어 질겅질겅 씹는 내내 울금의 향연에 춤추는 기분이 든다. 잘 익은 무·당근도 해장에 한몫한다. 무는 소화에도 좋다.

식당이 문을 닫은 새벽 2시, 가장 아끼는 술친구인 아내 강은영(43)씨와 한잔한다는 정호영씨는 정작 카레보다는 북엇국라면을 해장으로 즐긴다. 생선 비늘만 칼집을 내 튀겨 내되 살은 보드랍게 익히는 복잡한 요리도 척척 해내는 그지만 아내가 끓여주는 북엇국라면이 최고라고 말한다.

스지 카레

재료: 소 힘줄 150g, 쇠고기 사태 50g, 양파 100g, 당근 50g, 카레루 80g, 무 반개, 브로콜리 3송이(일본식 카레루가 없으면 국산 카레가루로 대체)

1. 스지와 쇠고기 사태를 찬물에 넣어 하룻밤 정도 핏물을 뺀다. 2. 양파, 당근을 볶는다. 3. 고기는 잠길 정도의 물에 넣고 기름기를 걷어가면서 2시간 정도 부드럽게 삶는다. 4. 3에 볶은 채소를 넣고 카레루를 넣고 풀어준다. 5. 무는 썰어 부드럽게 삶고 브로콜리를 데친다. 6. 4에 5를 넣어 완성한다.

스웨덴: 이리저리 볶은 숙취해소제

다니엘 윅스트란드 셰프가 만든 스웨덴의 해장요리 ’퓌티판나’. 박미향 기자
다니엘 윅스트란드 셰프가 만든 스웨덴의 해장요리 ’퓌티판나’. 박미향 기자
숲과 바다의 나라 스웨덴은 행복지수가 높은 복지국가다. 모든 대화가 7분이면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용한 편인 스웨덴 사람들도 술 몇 잔에 수다쟁이로 변한다. 맥주를 즐겨 마시는 스웨덴 사람들은 축제나 특별한 파티에는 독주인 ‘브렌빈’(스칸디나비아 보드카)이나 ‘베스크’(칵테일 재료로 쓰는 독주)를 즐긴다. 달면서도 독한 ‘푼슈’도 사랑하는 술이다. 한해 220일 이상 눈이 오는 스웨덴의 북쪽 노를란드 지방에선 추위를 덜기 위해 독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의 해장음식은 우리네 콩나물국밥처럼 국물이 아니다.

서울 회현동의 스웨덴 음식 전문 레스토랑 ‘헴라갓’(HEMLAGAT·‘집에서 만든’이란 뜻)의 주인 겸 요리사인 스웨덴 사람 다니엘 윅스트란드(44)가 알려주는 해장법은 독특하다.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그의 아내 오수진(44)씨는 “남편을 포함한 스웨덴 사람들은 술 먹은 밤에 기름지고 묵직한 음식을 먹는 편”이라고 한다. 한국의 애주가들이 음주 후 좀비처럼 탄수화물을 찾아 라면집을 기웃거리는 것과 같다. 오씨는 스웨덴 사람들은 햄버거도 숙취해소용으로 즐겨 먹는다고 한다.

다니엘 윅스트란드 셰프. 박미향 기자
다니엘 윅스트란드 셰프. 박미향 기자
다니엘이 귀띔해주는 최고의 숙취해소용 음식은 ‘퓌티판나’(pyttipanna)다. ‘팬에 든 작은 것’이라는 뜻의 이 음식은 스웨덴을 포함한 핀란드, 덴마크 등의 북유럽에서 흔히 먹는 가정식이다. 잘게 썬 감자, 양파, 고기, 소시지, 베이컨 등을 볶고 그 위에 달걀부침을 얹는 요리다. 이때 중요한 기술은 달걀의 흰자만 익히는 것. 노른자를 톡 건드리면 노란 액체가 주르륵 퍼지며 다른 재료를 적셔 부드럽게 만든다. 시큼한 오이피클 등과 곁들여 먹으면 바로 해장이 된다고 한다. 오씨는 “볶음밥처럼 냉장고에 남은 것들을 모아 볶아도 된다”고 알려준다. 스웨덴에선 우리네 라면처럼 슈퍼마켓에 냉동된 완제품을 팔아, 술 한잔 걸치고 귀갓길에 사가는 애주가도 많다고 한다. 다니엘은 “퓌티판나는 만들기 쉽고, 북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자가 많이 들어가는데다 기름기가 많아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고 했다.

퓌티판나(4인분)

재료: 큰 감자 4개(900g), 중간 크기 양파 2개(300g), 베이컨이나 소시지 150g, 소고기나 돼지고기 150g, 달걀 4개, 소금·후추·허브·버터·올리브유 약간

1. 모든 재료를 사방 1㎝ 크기로 자른다. 2.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팬에 양파를 넣고 약불에서 볶는다. 3. 감자를 버터와 올리브유에 볶는다. 미리 익힌 감자를 사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양파와 감자를 섞는다. 4. 양파를 볶은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고기와 베이컨이나 소시지를 볶는다. 5. 3과 4를 섞은 후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허브를 조금 넣는다. 6. 달걀부침을 반숙으로 익힌다. 7. 5를 접시에 담고 달걀을 그 위에 얹는다. 오이피클을 곁들여 낸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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