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사도사도 ‘입을 옷’ 없다면 빌려보세요

등록 2016-11-30 19:48수정 2016-11-30 19:54

[ESC] 스타일
김미영 기자가 4주 동안 체험해본 옷 대여 서비스 ‘프로젝트 앤’
‘프로젝트 앤’에서 대여한 옷을 입은 김미영 기자. (왼쪽부터) 오즈세컨 ‘미니멀 볼륨 재킷’과 마누엘 에 기욤 ‘레이스 배색 원피스’, 오즈세컨 ‘울오버 프린트 원피스’와 커트 라일 ‘체크무늬 미니 베스트’, 마누엘 에 기욤 ‘울터치 미니멀 싱글코트’ 와 프리마돈나의 ‘투톤 매치 셔츠드레스’를 입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장봉영 사진가 제공
‘프로젝트 앤’에서 대여한 옷을 입은 김미영 기자. (왼쪽부터) 오즈세컨 ‘미니멀 볼륨 재킷’과 마누엘 에 기욤 ‘레이스 배색 원피스’, 오즈세컨 ‘울오버 프린트 원피스’와 커트 라일 ‘체크무늬 미니 베스트’, 마누엘 에 기욤 ‘울터치 미니멀 싱글코트’ 와 프리마돈나의 ‘투톤 매치 셔츠드레스’를 입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장봉영 사진가 제공

잘 입은 옷 한 벌은 입는 이의 품격을 높인다. 옷은 신체 보호 수단만이 아닌, 개성과 매력의 상징이다. 옷 잘 입는 연예인을 부러워하고, ‘패션 피플’을 선망하는 까닭이다. 나 역시 패션 피플을 꿈꾼다. 철마다 정해진 행사처럼 옷을 긁어모은다. 인터넷, 길거리·지하철역 옷가게, 스파 브랜드 매장 등 닥치는 대로 끌리는 아이템이 있으면 ‘지르는’ 편이다. 그래서 옷은 많지만 정작 ‘입을 옷’이 없다는 건 딜레마다. 유행에 치중해서? 저렴해서? 코디를 못해서? 싫증을 잘 내서? 원인은 다양하겠으나, 어찌 해도 스타일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건 슬픈 현실이다.

‘프로젝트 앤’ 앱 첫 화면, 옷 배송상자, 상자 안의 안내 메모와 곱게 포장되어 배달된 의류(위부터). 김미영 기자
‘프로젝트 앤’ 앱 첫 화면, 옷 배송상자, 상자 안의 안내 메모와 곱게 포장되어 배달된 의류(위부터). 김미영 기자
지난 9월23일 에스케이플래닛이 선보인 ‘프로젝트 앤’은 나 같은 이들을 겨냥한 ‘옷 대여 서비스’다. 롯데백화점의 ‘살롱 드 샬롯’이나 한복대여점 등 기존의 대여시장은 파티복에 치우쳤지만, 프로젝트 앤은 대여옷의 범위를 일상복까지 확대했다. 오프닝 세레모니, 에리카 카발리니 등 뉴욕·밀라노의 인기 브랜드는 물론 잘나가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인 쟈니헤잇재즈, 푸시버튼, 프리마돈나, 오브제, 오즈세컨 등 100여개 브랜드의 옷 1만2천여점을 빌려준다. 백문이 불여일견, 한달간(10.19~11.18) 이용해보기로 했다.

의상 선택·반납·결제 등 프로젝트 앤의 모든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에서 이뤄진다. 이용료는 한달 기준 옷 4벌에 8만원(8벌에 13만원), 가방 2회에 8만원이다. 앱을 내려받아 설치한 뒤 실행했다. 구비된 옷들을 보니 헉,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옷·가방의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디자인과 색깔 등이 독특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몽땅 갖고 싶을 정도였다. ‘언제 내가 이런 사치와 호사을 누려보겠나.’ 큰맘 먹고 2벌씩 4회 이용권을 선택했다. 결제와 동시에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옷들을 검색했다. 하지만 신체 사이즈 때문에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구비된 사이즈는 엑스스몰(XS·44 사이즈), 스몰(S·55 사이즈), 미디움(M·66 사이즈)뿐. 그중에서도 스몰이 가장 많고, 그나마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라 작게 나오는 편이었다. 허리선이 들어간 원피스, 타이트한 치마·바지, 슬림 재킷 등도 애초부터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대중의 취향은 비슷했다. 내 눈에 예쁜 옷은 다른 사람 눈에도 예쁜 법이다. 그러니 기껏 고른 옷들도 ‘일시품절’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가방은 한달 내내 ‘품절’인 품목이 다수였다. 선점이 관건인데, 이건 전적으로 복불복이다. 내 경우 한달 내내 가장 입고 싶었던 커트 라일의 ‘베로니크 코트’는 빌릴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어쨌건 빌릴 수 있는 선에서 옷을 선택해야 했다. 평소에 입지 않았던 옷, 앞으로도 사 입을 수 없는 옷, 즉 비싸고 튀는 스타일의 디자인을 첫번째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

첫 대여품목으로 선택한 프리마돈나의 핑크톤 ‘파이톤 스킨 랩스커트’는 사이즈가 너무 작아 입을 수 없었다.
첫 대여품목으로 선택한 프리마돈나의 핑크톤 ‘파이톤 스킨 랩스커트’는 사이즈가 너무 작아 입을 수 없었다.
이틀 고심한 끝에 10월20일 첫 대여 품목을 정했다. 렉토의 검은색 ‘언밸런스 슬리브 커브 톱’(23만8천원)과 프리마돈나의 핑크톤 ‘파이톤 스킨 랩스커트’(28만8천원). 옷은 정확히 이틀 뒤 도착했다. 기대에 부풀어 택배 상자를 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상의는 넉넉한 스타일이어서 별문제가 없었는데, 미디엄 사이즈의 치마가 문제였다. 랩스커트 좌우 옆단이 앞치마처럼 간신히 맞물리는 수준으로 매우 작았다. “잘 차려입고 나가 친구와 회사 동료한테 자랑하고 싶었는데….” 첫 이용 실패! 안타깝지만 바로 ‘반납’ 버튼을 눌렀다. 정해진 기한은 한달, 차라리 두번째 옷을 빨리 받아 입는 게 유리할 테니까. 상세 사이즈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외국 인기 브랜드 등 옷·가방 다양
예쁜 옷은 수요 높아 선점이 관건
배달·반납은 택배로 편리하게
큰 사이즈 부족한 건 흠

옷 반납은 예상보다 편리했다. 옷이 담겨 온 상자에 반납할 옷을 담은 뒤 동봉돼 있던 스티커 2개로 밀봉해 택배기사한테 전달하면 끝이다. 반납 주소지를 따로 적을 필요도 없다. 새옷 대여는 반납과 동시에 진행된다. 대여일수는 딱히 정해진 기준이 없다. 한달 안에 정해진 의상 개수만 소화하면 된다. 딱 ‘내 옷’이다 싶으면, 남은 기간 내내 입어도 무방하다.

첫 실패를 맛본 탓에 두번째 의상 선택 땐 좀더 신중을 기했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다. 헐렁한 스타일이어서 ‘절대 안 맞을 일 없는 옷’을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 그래서 고른 옷이 마누엘 에 기욤의 ‘울터치 미니멀 싱글코트’(39만9천원)와 프리마돈나의 ‘투톤 매치 셔츠드레스’(32만8천원)다. 재킷과 원피스 모두 에이치(H)라인에다 남색 톤이어서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것이 ‘안습’일 따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두번째 고른 옷은 성공적이었다. 10월23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넘게 입었다. “옷이 고급스럽고 예쁘다”는 칭찬도 들었다. 구입 희망 욕구가 솟구쳤을 정도. 이곳에서는 자신이 대여한 옷에 한해 10~3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패션, 사지 말고 쓰자’를 표방한 이 서비스는 나름 혁신적이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직장인에게는 매력적일 서비스임이 분명해 보였다. 실제 에스케이플래닛 쪽은 대대적인 광고 없이도 두달여 만에 회원 수가 2만5천여명까지 늘었다고 했다. 이달 중에는 1회 이용권도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라고 한다.

‘프로젝트 앤’ 앱 첫 화면.
‘프로젝트 앤’ 앱 첫 화면.
옷의 업데이트는 매주 월요일 이뤄졌다. 언젠가부터 틈날 때마다 ‘프로젝트 앤’ 앱에 들어가 옷을 검색하고, 마음에 드는 옷을 ‘마이 클로젯’에 담는 게 일상이 되었다. 옷을 사는 것 못지않게 고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10월31일 세번째 옷을 주문할 땐, 2번의 대여 이용권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세번째엔 오즈세컨의 피치색 ‘미니멀 볼륨 재킷’(49만8천원)과 마누엘 에 기욤의 ‘레이스 배색 원피스’(36만8천원), 이달 10일 마지막 이용권으로는 오즈세컨의 ‘울오버 프린트 원피스’(39만8천원)와 커트 라일의 ‘체크무늬 미니 베스트’(51만3천원)를 선택했다. 모두 박시한 스타일인데 원피스는 무난한 것으로, 재킷과 베스트는 색깔과 디자인이 특이한 것을 골라봤다. 두번 다 나름 성공적이었다. 내 평소 스타일과 ‘로망’이 조화되도록 ‘너무 과하지 않은 것’을 고른 것이 주효했다.

‘다른 사람이 입었던 옷이라 찝찝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기우였다. 옷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다. 보풀이나 얼룩, 구김 등은 보이지 않았다. 이 서비스를 잘 이용하려면? 자신의 신체 사이즈와 내 옷장의 옷 목록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내 경우 티셔츠·치마·바지 등은 내 옷을, 재킷·원피스 등은 빌려 입었을 때 만족도가 높았다.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여러 종류의 옷을 입으며 ‘나만의 스타일’을 찾은 게 수확이다. 검정 옷 일색이던 옷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젠 원색 옷도 과감하게 입는다. 베스트 드레서와 워스트 드레서의 차이는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을 하느냐 마느냐, 그 한끗 차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연애하러 ‘러닝 크루’ 모임 하냐”는 이들은, 대부분 달리지 않아요 [ESC] 1.

“연애하러 ‘러닝 크루’ 모임 하냐”는 이들은, 대부분 달리지 않아요 [ESC]

결혼을 약속한 남친이 있는데 다른 남자와 자고 싶어요 2.

결혼을 약속한 남친이 있는데 다른 남자와 자고 싶어요

[ESC] 사랑·섹스…‘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3.

[ESC] 사랑·섹스…‘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ESC] 에로영화, 패러디 제목 총정리 4.

[ESC] 에로영화, 패러디 제목 총정리

전국 방방곡곡 맛난 음식과 술 총정리 5.

전국 방방곡곡 맛난 음식과 술 총정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