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 지난 수트와 흰색 와이셔츠를 버리면 꼰대 패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 터틀넥 스웨터와 길이가 무릎선까지 내려온 코트만으로 세련된 이미지 연출이 가능하다. 코오롱FnC 제공.
패션은 ‘꼰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다. 패션은 자유이지만, 꼰대의 성향상 ‘내가 편하다’는 이유로 시간과 장소에 맞지 않는 스타일을 고수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행에 뒤처진 헐렁한 슈트도 모자라, 와이셔츠 안에 메리야스를 받쳐 입고 하얀 양말까지 고수한다면 꼰대일 확률이 높다. 신발이 안 보일 정도로 길이가 긴 바지를 선호한다거나 청바지?면바지 등 캐주얼 차림에도 정장구두를 매치해야 직성이 풀린다면 100% 꼰대다. 김효진 란스미어 디자인실장은 “‘뽕어깨’ 재킷에 ‘배바지’를 입고, 기다란 바지통을 휘날리는 모습이 대표적인 꼰대 패션”이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나 양복 또는 등산복, 회사 점퍼 차림이거나, 자신의 체형보다 큰 크기의 옷을 선호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꼰대 패션을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성목 장광효카루소 실장은 “슈트 차림엔 메리야스를 입지 않는 것이 정석”이라며 “슈트에서 속옷 역할을 하는 셔츠의 색상을 다양하게 선택하거나 행커치프를 적당하게 활용하면 손쉽게 멋쟁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엘에프(LF) 신사캐주얼부문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하늘색·초록색 등 명도가 높은 색상의 셔츠나 니트는 얼굴을 밝게 해주고, 와인색·갈색 니트나 셔츠는 멋스럽고 분위기 있는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고 말했다.
캐주얼한 의상에도 검정색의 정장구두만을 고집한다면 꼰대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펑퍼짐한 점퍼 대신 카디건이나 길이가 긴 박스형 재킷을 매치하거나 캐주얼한 로퍼나 부츠, 슬립온, 운동화, 스니커즈 등을 함께 연출하면 꼰대 패션을 탈출할 수 있다. 금강제화 제공.
몸에 꼭 붙는 핏의 정장이나 캐주얼룩은 꼰대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최적의 선택이다. 박성목 실장은 “요즘 같은 겨울철엔 셔츠 대신 브이넥이나 터틀넥 니트를 슈트에 받쳐 입거나 체크가 가미된 헤링본 재킷에 단색 바지를 같이 입으면 캐주얼하면서도 지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펑퍼짐한 점퍼 대신 카디건이나 길이가 긴 박스형 재킷을 매치하는 것도 꼰대 패션 탈출법 중 하나다.
액세서리의 적절한 활용만으로도 꼰대 패션 탈출 효과를 낼 수 있다. 에피그램 디자이너 김현정 차장은 “처음부터 과감한 시도가 부담스럽다면 평소 스타일에 독특한 액세서리를 더해 센스를 보여줄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스카프나 머플러, 커다란 숄을 매치하거나 가방과 브로치를 스타일링 포인트로 활용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옷의 완성은 신발이다. 정장에 정장구두, 등산복에 등산화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바지의 색상과 디자인을 고려해 캐주얼한 로퍼나 부츠, 슬립온, 운동화, 스니커즈 등을 적절하게 매치하는 것도 꼰대 탈출을 가능하게 해준다. 캐주얼 바지엔 워커가 잘 어울린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