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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 사람이야”…그대가 ‘꼰대’

등록 2016-11-24 11:07수정 2016-11-24 11:14

나이·권위 앞세워 ‘약자’ 짓누르는 이들은 어떻게 생겨났나
후배와 약자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꼰대’가 판친다. 윗사람의 꼰대 같은 행동에 아랫사람은 힘들고, 괴롭다. 평범한 직장인과 중년의 고충과 애환을 다룬 <사축일기>(가운데, 강백수 지음·꼼지락 펴냄), <시바 아저씨>(왼쪽, 네코마키 지음·학산문화사 펴냄), <윤직원의 태평천하>(오른쪽, 윤선영 지음·시드페이퍼 펴냄)에 나오는 그림 등을 재배치했다. 각 출판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후배와 약자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꼰대’가 판친다. 윗사람의 꼰대 같은 행동에 아랫사람은 힘들고, 괴롭다. 평범한 직장인과 중년의 고충과 애환을 다룬 <사축일기>(가운데, 강백수 지음·꼼지락 펴냄), <시바 아저씨>(왼쪽, 네코마키 지음·학산문화사 펴냄), <윤직원의 태평천하>(오른쪽, 윤선영 지음·시드페이퍼 펴냄)에 나오는 그림 등을 재배치했다. 각 출판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꼰대’가 판친다. 나이로 서열을 정리하고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부터 하는 선배, ‘시키면 할 것이지 뭔 말이 많냐?’ 윽박지르는 상사, ‘요즘 애들은 안 된다’ 혀를 차는 어른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강요하는 꼰대들 앞에서, ‘빽’ 없고 힘없는 ‘아랫사람’은 울고 싶다.

꼰대의 전형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주범으로 전락한 상태에서도 ‘나는 맞고, 검찰 수사는 잘못됐다’며 버티고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자기만 옳다고 느끼는 경향’(sense of self rightness)으로 풀이된다. 검찰에 출석한 자신에게 ‘젊은 여기자’가 불편한 질문을 던지자 무섭게 째려보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병사’라는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던 백선하 서울대 의대 교수도 꼰대 중의 꼰대다.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은 기본적인 상식과 통념을 부정하면서 전문가의 권위만 운운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자기만 옳고 똑똑하며, 돈과 명예까지 가졌으니 대접받아야 한다고 믿는 불행한 사례들”이라고 말했다.

꼰대는 더 배우고 더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신의 권위나 지위를 앞세워 ‘스스로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경향’(sense of self entitlement)이 강한 탓이다. ‘땅콩 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라면이 덜 익었다는 등의 트집을 잡아 승무원을 때린 ‘라면 상무’의 갑질이 대표적인 경우다. 첫 만남이라도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면 무조건 반말을 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런 유형의 꼰대에 해당한다.

우리 일상과 주변에도 꼰대는 널렸다. 나이·성별과 무관하게 ‘계급장’을 내세우고, 대접받고 싶어한다면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 ‘굉꼰’(굉장한 꼰대), ‘젊꼰’(젊은 꼰대), ‘여꼰’(여자 꼰대) 같은 말이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요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인간관계에서 상대를 대화의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가르쳐야 한다고 여기면 위험신호”라고 말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부모가 자녀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아온 한국에선 ‘꼰대 부모’가 되기 십상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대로 상대가 움직이도록 바란다면 꼰대의 징후다.

당할 수만은 없다. 우선 꼰대라는 단어 자체에 ‘비웃음’이 스며 있다. 일설에 따르면, 이 단어는 백작의 프랑스어 ‘콩테’(comt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부터 백작·공작·후작 등 작위를 받은 친일파들이 스스로 ‘콩테’라고 자랑하며 다녔고, 이를 비웃던 백성들이 일본식 발음으로 ‘꼰대’라 불렀다는 것이다. ‘거들먹거리다, 잘난 체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콘디센드’(condescend)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꼰대질을 막진 못해도, 흘려듣거나 모르는 척 무시하는 등 ‘소심한 저항’은 할 수 있다. 나이 들고 지위가 올라가도, 꼰대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는 지혜가 늘어가는 사람도 있다. 어디 한번 살펴보자. 당신은 도처에 지뢰처럼 널린 꼰대들을 어떻게 상대하는가. 아니, 당신은 꼰대인가, 아닌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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