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회식을 하게 된 롯데주류 홍보팀.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문영·김남윤·김유희·홍성원·허은정·김형기씨.
지난달 31일 서울 방이동 먹자골목의 한 삼겹살집. 롯데주류 홍보팀 직원 6명이 오랜만에 회식을 하려고 모였다. 홍보팀이라면, 그것도 맛집을 줄줄 꿰고 있는 식음료업체 홍보팀이라면 색다른 곳에서 남다른 ‘먹고 마시기’를 할 법도 한데 삼겹살집이라니?
평소 애주가이자 미식가인 홍성원(37)씨가 통통한 손가락으로 ‘고기 잘 뒤집어 굽고 빠르게 자르기’ 신공을 펼치면서 한마디 했다. “이 고기 두께 좀 보세요. 색도 선홍빛깔로 좋죠!” 2㎝ 정도로 두툼한 삼겹살이 무한리필되는데, 가격은 1인당 1만원이다. 괜찮은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양껏 먹을 수 있으니 회식 장소로 더없이 맞춤한 셈이다. 홍씨뿐만 아니라 식탁에 둘러앉은 김형기(47)씨와 양문영(43)씨, 김유희(30)·김남윤(29)·허은정(25)씨는 모두 이구동성으로 ‘가성비’가 이 식당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는 대략 2년 전부터 주요한 소비 흐름으로 떠올랐다.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넘쳐나는 정보, 오랜 경험 등으로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고가 브랜드가 약속한 고급 이미지 같은 환상에 빠지지 않는다. 그 대신 실속과 가치를 따지는 ‘스마트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다. 이승연 홍익대 교양학부(경영 분야) 교수는 “가성비가 좋다는 것은 ‘준거가격’(소비자가 경험이나 기억 등에 근거해 매기는 마음속 가격. 어떤 물건을 봤을 때 얼마짜리겠다고 예측하는 값)보다 실제 판매가격이 낮아 감동을 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설사 가격이 비싸도 준거가격이 그보다 높으면, 소비자는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하게 된다.
롯데주류 홍보팀이 회식장소로 선택한 무한리필 삼겹살집.
“가격에 비해 인정할 만한 맛은 기본”이라는 양문영씨는 “이제는 가격만 싼 식당이 아니라 서비스도 눈물 날 만큼 훌륭한 식당이 많아졌다”고 했다. 옆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맞장구를 치던 김형기씨가 덧붙여 ‘푸짐한 양’도 조건에 넣었다. 김유희씨는 ‘양보다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경리단길의 식당을 자주 가는데 양은 적지만 인테리어가 멋있어 페이스북에 올리기 좋아 만족해요.”
단돈 6만원에 삼겹살 20인분을 해치운 이들은 식당을 나서자마자 피식 웃었다. 올해도 그 노래가 어김없이 10월의 마지막 밤거리에 촌스럽게 깔렸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싸구려 네온사인과 검은 밤이 뒤엉킨 골목에서 듣는 노래 ‘잊혀진 계절’은 서글펐다. 전 국민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노와 탄식을 내지른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노래는 알려줬다. 요즘 술집에서는 ‘최순실놀이’ 하는 이들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한 사람이 지시하면 꼭두각시가 된 친구가 손목에 줄이 달린 듯 팔을 올려 무표정한 얼굴로 술을 따르고 안주를 집는 놀이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도, 주머니가 얇아도 송년회의 계절은 다가온다. 그래서 준비했다. 잠시나마 ‘작은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가성비 갑’ 식당을 찾아봤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직장동료끼리, 송년회를 하는 모임의 특성에 어울리는 곳을 나눠 추천했다. 관련기사들(
‘회 한 점에 우정 ’쑥쑥’…파스타 한입에 사랑 ‘폴폴’’, ‘‘회식왕’ 무한리필 삼겹살 ‘중년의 벗’ 문어숙회’)을 참조하시라.
글·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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