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가지 청바지 업사이클링 방법을 다룬 책 <청바지 프로젝트>를 펴낸 작가 재은씨한테서 물고기 머리핀과 하트 브로치 만드는 법 등을 배우고 있는 김미영 기자.
계절이 바뀔 무렵, 연중행사인 옷장 정리를 하다 보면 어김없이 마주하는 고민이 있다. ‘내가 입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옷들을 어떻게 하지?’ 어쩜, 유행이 지나거나 사이즈가 안 맞아 못 입게 된 청바지는 왜 그렇게 많은 건지. 돌청, 오일 진, 엔진 진, 디스트로이드 진, 스트레이트, 배기, 스키니, 부츠컷, 힙합 스타일까지. 여름이면 반바지로 잘라 입겠지만, 겨울을 코앞에 둔 시점에 청반바지는 ‘아니올시다’. ‘다른 형태로 리폼할까?’ 머리를 싸매지만 재봉틀이 없다. 손바느질로 바꿔보자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최근 나온 <청바지 프로젝트>는 반짝이는 해법을 제시한다. 쓸모없던 청바지의 스타일리시한 변신법을 소개한 책이다. 청바지 마니아인 재은씨가 3년 전부터 연구한 아이디어 81가지를 담았다. 유행에 맞춰 청바지를 고쳐 입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팔찌, 반지, 목걸이, 귀고리 등 액세서리부터 액자, 시계, 연필꽂이 등 인테리어 소품까지 만든다. 새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보자면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재은씨는 청바지 생산 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이 사용되고, 환경 오염뿐 아니라 노동 착취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격적으로 업사이클링을 연구했다. 실제 청바지 한벌을 만드는 데 1만850리터의 물이 소비된다. 염색할 때 쓰이는 화학 염료는 수질을 오염시키고, 버려지는 청바지가 소각될 땐 35가지 이상의 유해 가스가 배출된다고 한다.
청바지를 버리지 않고 전혀 다른 물건으로 만들어 쓴다면 ‘착한 일’도 하고 기분도 전환될 터. 나는 꽤 오랫동안 서랍장 한켠에 모셔둔 리○○○ 청바지가 떠올랐다. 통이 넓은 일자형에 물빠짐 모양도 한참 유행에 뒤진 것인데,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고가 제품이어서 차마 처분하지 못하던 것이다.
강습 한 시간여 동안 김 기자가 만든 하트 브로치, 뒷주머니 미니백, 물고기 머리핀 3개, 반지.
지난달 27일 오전 그 청바지를 들고, 서울 논현동 재은씨의 작업실을 찾았다. “세 딸에게 멋진 선물을 만들어줘야지!” 하지만 마음 한쪽에선 두려움이 밀려왔다. 재봉틀은 아예 만져본 적이 없고, 손바느질도 자신이 없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재봉틀이나 특별한 기구·기술 없어도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는 게 청바지 업사이클링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가위로 자르고, 장식은 글루건으로 붙이고, 바느질이 필요하다면 손바느질로 제일 쉬운 홈질이나 박음질을 하면 돼요. 빠르면 5~10분이면 완성할 수 있는 것도 많아요.” 재은씨가 용기를 북돋워줬다.
기본 재료는 간단했다. 가위(쪽가위), 바늘, 실(십자수용 또는 공예용 무지개실), 연필이나 초크, 글루건이 전부다. 어떻게 디자인을 하느냐에 따라 단추, 큐빅, 레이스, 폼폼이(솜), 열쇠고리, 론델(구멍 뚫린 원형볼), 참, 줄(끈·술) 등의 부자재가 쓰이는데 취향껏 선택하면 된다. 동대문 또는 남대문 시장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초보자가 만들기에 적합한 머리핀과 브로치에 도전하기로 했다. 디자인은 물고기 모양. 기본 재료에 장식을 붙일 머리핀과 브로치핀이면 족했다. 물고기 모양은 본 없이, 청바지 위에 바로 연필이나 초크로 그리면 된다. 몸통은 원으로, 꼬리는 세모로 표현하면 돼 모양도 단순하다. 크기는 취향에 따라 조절하되, 아가미가 입체적으로 표현되도록
①청바지 옆선을 기준으로 앞쪽에 머리를 그리는 것이 포인트다.(기사 하단 사진 참조) ②앞뒤 판에 시침핀을 꽂은 뒤 가위로 자른다. ③앞판 위 눈 위치에 단추를 단다. ④솜 구멍을 남기고 홈질로 앞뒤 판을 붙인다. ⑤솜 구멍에 솜을 넣어 도톰하게 채운다. ⑥솜 구멍을 홈질로 마감한다. ⑦머리핀과 브로치핀에 글루건을 바른 뒤 물고기 뒷면에 붙이면 ⑧‘끝!’이다. 물고기 핀 하나를 만드는 데 10분 남짓. 생각보다 간단했다. 어렵지 않았다. 홈질 몇 번으로 물고기가 완성되다니, 신기했다.
“다른 옷감과 달리 청바지는 튼튼하고 웬만해서는 올도 풀리지 않기 때문에 홈질만으로도 충분해요. 평소에 바느질 좀 해보셨나봐요? 이렇게 손 빠른 분 별로 없는데요.” 재은씨의 칭찬에 신이 났다. “저 빠른 편이에요? 와~. 그럼 저 3개 만들면 안 될까요? 그래야 애들이 안 싸울 것 같아요.”
핀을 2개 더 만들고 나니, 더 욕심이 생겼다. 나를 위해 하트 브로치를 만들기로 했다. 방법은 물고기를 만드는 것과 같다. 다만, 밑그림을 그릴 때 청바지 앞주머니의 리벳(옆선 쪽 구리판 박힌 부분)을 살려서 그려야 멋스럽다. 하트에 머리띠대를 붙이면 머리띠로 변신이 되며, 목걸이나 열쇠고리로도 활용할 수 있다.
내친김에 6살 막내에게 줄 ‘뒷주머니 미니백’도 만들었다. 더 쉬웠다. 청바지 뒷주머니를 바지 몸통과 함께 자른 뒤 양쪽에 끈을 달면 된다. 가위질만 했을 뿐인데, 신기했다. 왜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가방 앞쪽에 단추나 술 등을 달면 깜찍하고 귀여운 미니백이 완성되는데.
청바지로 만들 수 있는 소품은 무궁무진하다. 무릎 아래쪽 바짓단을 이어붙여 봉투 모양으로 박은 뒤 위쪽에 끈을 넣어 배낭을 만들 수도 있다. 봉투 모양에 줄이나 청바지로 끈을 만들어 달면 에코백이나 손가방으로 변형할 수 있다. 반지도 만들 수 있다. 벨트 루프(허리 둘레에 벨트를 끼워 고정할 수 있도록 만든 고리)를 손가락에 맞게 자른 뒤 양쪽 끝을 바느질로 연결하면 된다. 취향에 맞게 단추, 레이스, 구슬 등의 장식을 얹으면 멋진 반지가 된다.
“청바지의 변신은 끝이 없습니다. 특유의 푸른 빛깔과 발랄함, 튼튼함이 업사이클링 제품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독특한 멋을 내죠.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제품을 개성과 아이디어를 살려 무엇이든 만들면 됩니다.” 재은씨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반이다. 마음을 먹고, 실천하기까지가 힘들지 해보면 ‘별것 아니다’는 생각이 드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바지 리사이클링도 마찬가지였다. 시간 날 때 재료만 사두면, 수십분 만에 뚝딱 새로운 물건들을 만들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면 교육과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된다. 친구·이웃과 함께 만들면 친분을 돈독히 하는 데도 유용하다. 일석이조다. 무엇보다 환경을 살리는 작은 실천이다. 더욱 값지지 아니한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장봉영 사진가
* 물고기 모양의 머리핀 만드는 순서
①청바지 옆선을 기준으로 앞쪽에 머리를 그린다. 앞면과 뒷면 두 개 판을 준비한다.
②앞뒤 판에 시침핀을 꽂은 뒤 가위로 자른다.
④솜 구멍을 남기고 홈질로 앞뒤 판을 붙인다.
⑦머리핀과 브로치핀에 글루건을 바른 뒤 물고기 뒷면에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