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요리
세계음식문화연구가 강지영·음악기자 서정민과 함께한 와이지리퍼블리크·에스엠티서울 비교시식
세계음식문화연구가 강지영·음악기자 서정민과 함께한 와이지리퍼블리크·에스엠티서울 비교시식
박미향 기자의 맛대맛
연예기획사의 레스토랑 한류를 주도하는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본격적으로 식품과 외식업에 진출했다.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이하 와이지)는 ‘식품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노희영 히노컨설팅펌 대표와 함께 외식업 전문 기업 ‘와이지푸즈’를 설립하고, 지난 4월 외식 브랜드 ‘와이지리퍼블리크’를 열었다. 현재 서울 여의도 아이에프씨(IFC)점과 명동점이 있다. 와이지와 더불어 국내 연예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에스엠 에프앤비 디벨롭먼트’를 설립하고 외식 공간 ‘에스엠티 서울’(SMT SEOUL)을 서울 청담동에 열었다. 에스엠은 이마트와 손잡고 ‘엑소(EXO) 손짜장’, ‘소녀시대 팝콘’, ‘슈퍼주니어 하바네로 라면’ 등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피비(PB. 자체 브랜드) 상품도 지난 3월 내놨다. 이 제품들은 출시 한 달 만에 70만개가 팔려 약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객의 70~80%는 일본과 중국에서 온 한류 팬들이다. 한류 콘텐츠 전문가인 김윤지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부침이 심하다. 기획사들이 음식산업에 뛰어드는 건, 한류를 활용한 부가상품을 개발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 연예기획사들이 연 레스토랑의 음식 맛은 어떨까? 강지영 세계음식문화연구가, <한겨레>에서 10년 넘게 대중음악 콘텐츠를 생산한 서정민 기자와 함께 지난 27일 이들 식당을 둘러봤다. 와이지리퍼블리크 여의도점
점심시간, 와이지리퍼블리크 여의도점. 브런치 카페 ‘쓰리버즈’, 맥주 펍 ‘케이펍’, 고기 그릴 전문점 ‘삼거리푸줏간 블루’가 한 공간에 있다. ‘치킨 시금치 샐러드’(1만2000원), ‘토마토 모짜렐라 샌드위치’(9000원), ‘아보카도 쉬림프 오픈 샌드위치’(1만3000원), ‘에그샐러드 오픈 샌드위치’(7500원)를 ‘쓰리버즈’에서 주문했다.
강지영(이하 강) 도시를 벗어난 카페 같아 좋네요.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어요.
박미향(이하 박) 천장이 높고 실내가 환해서 기분이 밝아져요. 식탁마다 전기 콘센트가 많은 게, 20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하게 고려한 것 같군요.
서정민(이하 서) 노트북 펼치고 일하기 좋아 보여요. 카페, 펍, 고깃집이 길게 이어진 게 <설국열차>를 연상시켜 재미있군요. 에스엔에스에 사진 찍어 올리기에 최적화된 공간이에요. 브런치 카페에는 20~30대 여성들이, 삼거리푸줏간에는 40대 남성들이 많네요.
박 이제 맛을 볼까요? 샌드위치는 썰기가 너무 힘들군요. 수제버거 개념을 도입한 샌드위치인데 가장 중요한 빵이 비호감이네요.
강 빵의 겉은 퍼석퍼석한데 안에 든 으깬 아보카도가 너무 촉촉해서 둘이 조화가 안 돼요. 눅눅한 아보카도 속이 빵에 젖어 들어서 썰기가 힘든 거죠. 커서 들고 먹기도 불편해요. 토마토 모차렐라 샌드위치는 살짝 매운맛이 돌아 한국인들이 좋아하겠네요.
서 에그샐러드 오픈 샌드위치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신 달걀샐러드 추억이 떠올라 좋은데요.
삼거리푸줏간 블루로 이동해 점심 메뉴인 ‘서울식 불고기’(1만5000원)와 대표 메뉴인 삼겹살 150g(1만7000원)을 먹었다.
박 불고기가 너무 으깨졌어요. 떡갈비 재료처럼 말이죠. 육고기 씹는 맛이 없어요. 국물은 간이 안 맞아요.
강 마치 다짐육 같죠. 햄버거 패티 같기도 하고. 불고기 국물이 고소한 맛이 없고 기름지네요. 고기 자체가 지방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파절이는 맛있어요.
서 달걀노른자 올린 파절이 맛있어요. 신문모양 포장지에 생고기를 싸서 내는 게 재밌네요. 두꺼운 삼겹살은 육즙이 많고 부드러워야 맛있는데 그렇지는 않군요.
에스엠티 서울
오후 1시 반께 도착한 에스엠티 서울은 와이지리퍼블리크에 비해 몇 배는 공간이 컸다. 1~2층은 낮에는 반상 세트, 지라스 초밥 등이 나오는 식당과 디저트 카페로, 저녁에는 타파스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3~4층은 파인 다이닝(고급정찬) 레스토랑이다. 점심 파인 다이닝 메뉴(5만5000원. 6가지)를 주문했다. 1층의 점심 단품 메뉴나 타파스와 몇 가지는 겹치는 코스다. 에스엠은 올해 일본 도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지점을 낼 예정이다.
서 달걀인 줄 알았는데 ‘모찌리 두부’(두부와 전분 등으로 만든 쫀득한 식감의 일본식 간식)네요. 마치 치즈 씹는 것 같아요.
강 모차렐라 치즈 씹는 느낌이죠! 디저트로도 많이 먹습니다. 수프가 마음에 듭니다. 살짝 짠맛이 돌아 식욕을 돋아주네요.
박 두부가 푸딩처럼 좀더 말랑했으면 좋겠어요. 두번째로 그릭샐러드와 쇠고기 카르파초가 나왔군요.
강 그릭요거트(첨가물 없이 원유만 발효시켜 만든 요거트)가 들어가야 그릭샐러드라고 하는데, 여기엔 제대로 들어가 있군요. 셰프가 호텔 등에서 근무한 베테랑일 듯합니다.(에스엠에 최근 입사해 메뉴 개발을 한 김유재 총괄 셰프는 미국와 일본 등의 호텔에서 15여년간 일했다.)
박 현지의 풍성한 그릭샐러드와 달리 양이 적고 재료의 크기도 작네요. ‘엑스오(XO)새우’는 바삭하게 잘 익혔어요. 전체적으로 기대 이상입니다.
강 ‘엑스오’는 중의적이네요.(웃음) 튀긴 해초가 들어가 중국의 윈난성이 연상돼요.
다음 코스는 얇은 치즈가 올라간 루콜라 잎과 불고기, ‘세발낙지 초회’와 ‘김치찌개반상’과 ‘된장찌개반상’이 나왔다.
박 불고기와 루콜라의 조합이 독특하군요. 루콜라 잎에 싸 먹는 불고기가 인상적입니다. 향은 약한데요.
강 세발낙지 초회는 오이 향도 적당하고 소스도 맛깔스럽군요. 찌개가 나오는 반상도 인상적이네요. 밥을 더 달라고 하고 싶군요.
서 불고기는 불맛이 나고 고기 씹는 즐거움도 주는군요. 그런데 룸의 방음 상태가 안 좋아요.
박 고급 다이닝이라면 음식에 대한 설명을 종업원이 해줘야 되는데 전혀 안 되어 있어요.
총평
서 신사업의 성패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죠. 앞으로가 주목됩니다. 와이지리퍼블리크는 자유분방하고 세련된 공간 구성이 훌륭합니다. 다만 핵심 콘텐츠인 음식이 좀 아쉽습니다. 자기 취향이 분명하고 아티스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며 만들어내는 음악에 비해서요. 에스엠은 음식도 음악과 비슷하군요. 작사, 작곡, 안무, 노래 등을 철저하게 분업하는 에스엠은 마치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만드는 공장 같은 느낌을 주죠. 그런데 그 결과물이 늘 어느 수준 이상을 유지하거든요. 가족 모임은 정갈한 에스엠티에서, 친구와 가볍게 맥주 한잔은 와이지리퍼블리크에서 할 것 같군요.
강 엔터테인먼트사의 식당이라는 편견이 깨졌습니다. 와이지리퍼블리크는 그들의 음악처럼 공간은 매력적이었지만 같은 ‘음’으로 시작하는 음식은 부족하네요. 와이지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쉽습니다. 에스엠티는 트렌디하면서도 고급스럽습니다. 비교적 음식의 기본기가 탄탄하고 맛있어요. 미식가 모임은 에스엠티에서 할 것 같군요.
박 와이지리퍼블리크는 음식의 간이라든가 맛과 관련해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해 보여요.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에스엠티는 문턱이 높아 보여요. 위압감을 느꼈지만 맛은 음식을 잘 아는 이가 총괄한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 인기 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있을까 싶긴 하군요.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연예기획사의 레스토랑 한류를 주도하는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본격적으로 식품과 외식업에 진출했다.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이하 와이지)는 ‘식품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노희영 히노컨설팅펌 대표와 함께 외식업 전문 기업 ‘와이지푸즈’를 설립하고, 지난 4월 외식 브랜드 ‘와이지리퍼블리크’를 열었다. 현재 서울 여의도 아이에프씨(IFC)점과 명동점이 있다. 와이지와 더불어 국내 연예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에스엠 에프앤비 디벨롭먼트’를 설립하고 외식 공간 ‘에스엠티 서울’(SMT SEOUL)을 서울 청담동에 열었다. 에스엠은 이마트와 손잡고 ‘엑소(EXO) 손짜장’, ‘소녀시대 팝콘’, ‘슈퍼주니어 하바네로 라면’ 등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피비(PB. 자체 브랜드) 상품도 지난 3월 내놨다. 이 제품들은 출시 한 달 만에 70만개가 팔려 약 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객의 70~80%는 일본과 중국에서 온 한류 팬들이다. 한류 콘텐츠 전문가인 김윤지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부침이 심하다. 기획사들이 음식산업에 뛰어드는 건, 한류를 활용한 부가상품을 개발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 연예기획사들이 연 레스토랑의 음식 맛은 어떨까? 강지영 세계음식문화연구가, <한겨레>에서 10년 넘게 대중음악 콘텐츠를 생산한 서정민 기자와 함께 지난 27일 이들 식당을 둘러봤다. 와이지리퍼블리크 여의도점
삼거리푸줏간 블루의 서울식 불고기
세계음식문화연구가 강지영(왼쪽)과 서정민 기자가 ‘삼거리푸줏간 블루’에서 ‘서울식 불고기’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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