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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생’은 평일 식사, ‘냉부’는 주말 특식…혼자서도 잘해요

등록 2015-08-12 19:06수정 2015-08-13 16:28

나홀로족 박지혜씨가 유튜브로 쿡방을 보며 비빔국수를 만들고 있다.
나홀로족 박지혜씨가 유튜브로 쿡방을 보며 비빔국수를 만들고 있다.
[매거진 esc] 라이프
외식으로 끼니 때우던 박지혜씨는 어떻게 ‘나홀로 요리’에 재미를 붙였나
회사원 박지혜(30)씨는 손수 요리해 먹는 걸 좋아한다. 특히 스위스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할 때 음식을 자주 해 먹었다. “그곳에선 밖에서 사 먹는 게 비싸기도 했고요. 가장 좋았던 건 1~2인분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포장 재료 판매가 일반화돼 있다는 점이었어요. 감자도 한 알씩 팔았다니까요.”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고향인 부산을 떠나 5년째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밥을 직접 해 먹는 건 기껏해야 일주일에 1~2번이었다. “직장 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뭔가 해 먹으려 해도 재료 사는 것부터 힘들더라고요. 감자를 사려면 적어도 1㎏은 사야 했으니까요. 포장 단위가 다들 왜 이리 큰지…. 남은 음식이나 재료를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잦다 보니 요리를 잘 안하게 되더라고요.” 주로 밖에서 사 먹었고, 집에서 먹는다 해도 뜨거운 물을 붓거나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 위주였다.

박지혜씨가 손수 만든 비빔국수를 먹고 있다.
박지혜씨가 손수 만든 비빔국수를 먹고 있다.
그가 최근 변화의 바람을 느낀 건 마트에서다. 채소, 고기 등 식재료들을 1~2끼 먹을 정도로 소포장해 판매하는 상품이 눈에 부쩍 들어오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카레용으로 깍둑썰기를 한 감자와 당근, 채 썰어 둔 채소 등을 조금씩 포장해서 팔더라고요. 고추도 예전에는 무조건 봉지째 사야 했는데, 이제는 두 개만 살 수도 있어요.”

나홀로족이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 유통업계의 1인가구 마케팅과 최근 ‘쿡방’ 열풍이 겹치면서 혼자 살아도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이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박씨 같은 1인가구의 비율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15.5%였으나, 2010년에는 23.9%로 크게 늘었고, 2020년에는 29.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진행한 ‘2015 1인가구 관련 조사’ 결과, 열에 아홉(87.4%)이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1인가구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65.9%·중복응답), 개인주의의 확산(59.4%), 청년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미혼 증가(56.3%) 등을 꼽았다. 같은 조사 결과를 보면, 1인가구 소비자가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비중도 78.4%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2인가구 95.1%, 3인가구 92.9%, 4인가구 95.6%, 5인 이상 가구 96.2%였다.

24% 넘는 1인가구 겨냥해
유통업계 소포장 식재료 봇물
레시피 맞춤 재료 온라인몰도 인기
텔레비전 쿡방 보고 따라 해보기
유튜브 쿡방 스타도 요리 스승

홈플러스가 1인가구를 겨냥해 출시한 ‘간편 채소’(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가 1인가구를 겨냥해 출시한 ‘간편 채소’(홈플러스 제공).
이처럼 급증하는 1인가구의 수요에 맞춰 마트들은 신선식품 소포장 상품을 부쩍 늘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 초 ‘간편 채소 7종’을 새로 내놓았다. 요리별로 필요한 채소들을 레시피에 맞는 비율과 크기로 자르고 세척해 요리할 때 바로 쓸 수 있도록 소포장한 상품이다. 시범판매 석달 만에 주당 매출이 151%나 늘었다고 한다. 홈플러스 신선식품 소포장 상품 종류는 2012년 31종, 2013년 37종이었던 것이 2014년에는 208종으로 크게 늘었다. 매출 비중도 2012년 0.4%, 2013년 0.5%에서 2014년 5.5%로 급증했다.

마트뿐 아니다. 요리를 해 먹고자 하는 1인가구를 겨냥한 온라인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인요리 쇼핑몰 ‘쏘쿡’(www.socook.co.kr)은 1인분 식재료를 레시피에 맞춰 계량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요리 초보라도 간단한 조리도구만 있으면 쏘쿡에서 산 재료를 이용해 닭볶음탕, 깐풍기, 매운 등갈비찜, 크림 파스타 등을 만들 수 있다. 박씨는 쏘쿡을 알고 난 뒤로 애용자가 됐다. “재료를 번거롭게 손질할 필요도 없고, 딱 한끼 먹을 정도의 양이니 저 같은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죠.”

그가 다시 요리에 팔을 걷어붙이게 된 데는 쿡방의 열풍도 한몫했다. 제이티비시 <냉장고를 부탁해>나 문화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의 백종원 초간단 레시피를 보고 나면 꼭 따라 만들어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전에는 주말에 주로 요리해 먹었는데, 요즘은 주중에도 약속 없으면 집에 와서 방송에 나온 레시피대로 해 먹는 데 재미들렸어요. 티브이엔의 <집밥 백선생>은 평일 식사, <냉장고를 부탁해>는 주말 특식, <마리텔>은 평일 식사와 주말 특식을 넘나들면서 만만한 레시피를 알려준다는 차이점이 있지요.”

‘쿡방+먹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 스타 ‘소프’(유튜브 갈무리).
‘쿡방+먹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 스타 ‘소프’(유튜브 갈무리).
레시피를 정하는 데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만 길잡이 노릇을 하는 건 아니다. 인터넷 쿡방 스타 ‘소프’(SOF)도 그에게 중요한 요리 스승이다. 소프는 2012년부터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티브이에서 혼자 쿡방을 해왔다. 오무라이스, 일본식 계란말이, 두부볶음밥 등 혼자 해 먹기에 부담 없는 요리를 만들고 맛있게 먹어치우는 먹방까지 결합해 큰 인기를 끌어왔다. 요즘엔 방송에 나온 ‘김풍의 이길만두 하자냐’, ‘맹모닝 소프 버전’ 같은 걸 만들기도 하고, 농심 ‘짜왕’을 더 고급스럽게 만들기, ‘뿌링클치킨’ 따라 만들기, ‘허니버터칩’ 만들기처럼 기존 제품을 활용하는 요리법도 선보인다. 이렇게 만든 쿡방 영상을 유튜브에도 올리는데, 수십만 조회수를 훌쩍 넘기는 게 보통이다. 박씨는 퇴근 때 버스나 지하철에서 소프의 유튜브 쿡방을 자주 본다. 끌리는 레시피를 정한 뒤 집 근처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 먹는 식이다.

‘오늘 뭐 해 먹지?’ 하는 고민의 해답을 인터넷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얻을 수 있다. 홈플러스의 ‘올 어바웃 푸드’(aafood.co.kr)는 레시피 기반의 푸드 콘텐츠 제공 서비스다. 최현석 셰프 추천 한우요리법 등 다양한 레시피와 함께 해당 식재료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주일 식단을 짜주는 메뉴 플래너 서비스도 있다. 레시피가 1~2인분 단위로 돼 있어 요리 초보 나홀로족도 관심이 많다.

‘해먹남녀’(haemukja.com)는 개인 맞춤형 검색 기능을 통해 레시피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유명 요리 블로거 등 300여명의 요리 콘텐츠 제공자들이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용자가 개인의 입맛, 취향, 목적, 상황, 건강상태 등을 입력해 넣으면 이에 맞는 요리법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먹다 남은 치킨으로 만드는 요리법만 해도 치킨마요덮밥, 치킨카레, 치킨스낵랩 등 30여가지 레시피가 뜬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

혼자 마시기에 부담 없는 미니와인(홈플러스 제공).
혼자 마시기에 부담 없는 미니와인(홈플러스 제공).
박씨는 집에서 혼자 요리를 만들어 맥주나 와인과 즐기는 시간이 행복하다. 750㎖ 용량의 와인 한병을 혼자 다 마시기엔 부담스러워 절반 이하 용량의 미니와인을 주로 마신다. 주말에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인다. 외식하는 것보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고 술도 마시는 게 훨씬 편하고 즐겁단다. “우리끼리는 집에서 널브러지는 파티라고 불러요. 화려한 싱글 라이프라고는 할 수 없어도, 이런 생활도 나름 재밌어요.”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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