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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 비눗방울 하나면 나도 페스티벌 스타

등록 2015-05-20 19:28수정 2015-05-21 15:08

음악 페스티벌에는 음악뿐 아니라 술과 음식, 패션과 트렌드, 춤과 놀이 등 모든 것이 있다. 물놀이, ‘디스코팡팡’을 즐길 수도 있고, 돗자리에 누워 자도 된다. 개성만점 패션은 남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음악 페스티벌에는 음악뿐 아니라 술과 음식, 패션과 트렌드, 춤과 놀이 등 모든 것이 있다. 물놀이, ‘디스코팡팡’을 즐길 수도 있고, 돗자리에 누워 자도 된다. 개성만점 패션은 남들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매거진 esc] 라이프
종합여가장르 된 페스티벌의 계절 시작…음식 반입 수준, 준비물과 놀이도구까지 꼼꼼히 챙겨야 100% 즐길 수 있어
폴 매카트니가 흩뿌리는 빗속에서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을 펼치던 지난 2일 저녁,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선 또다른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얀 비옷은 빗줄기에 옷이 젖는 건 막아주었지만, 노리플라이와 루시드폴의 감성적인 노래에 젖어드는 심장은 어쩌지 못했다. 비현실적인 세계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한 표정들. 그 순간만은 폴 매카트니 공연 관객이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2~3일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5’를 필두로 음악 페스티벌 시즌이 시작됐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23~25일), 그린플러그드(23~24일), 사운드홀릭 페스티벌(30~31일), 뮤즈 인 시티(6월6일),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6월12~13일), 레인보우 아일랜드(6월20~21일) 등 봄 음악 축제에 이어 안산 엠밸리 록 페스티벌(7월24~26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8월7~9일) 등 여름 록 페스티벌이 줄줄이 기다린다. 장르도 록, 팝, 재즈, 일렉트로닉 댄스 등 다양하다.

‘페스티벌 고어’(페스티벌 가는 사람)라는 말이 등장한 데 이어 <페스티벌 제너레이션>(김지숙·맹선호·김홍기 지음)이라는 책까지 나올 만큼 이제 페스티벌은 20~30대 사이에서 여가생활의 대표 코스로 자리잡았다. 해마다 페스티벌 한군데쯤 안 가면 왠지 뒤처지는 것만 같다. 음악 페스티벌에 간다는 건 단순히 좋아하는 음악인의 공연을 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곳에 가면 음악뿐 아니라 술과 음식, 패션과 트렌드, 춤과 놀이가 있다. 한마디로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종합여가 장르다.

음악 페스티벌을 티켓 값이 아깝지 않게 제대로 즐기려면 보통의 공연과는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돗자리는 필수품 중의 필수품. 앉거나 누워서 공연을 즐길 수 있고, 무대 앞으로 달려나가 신나게 놀다 체력이 방전됐을 경우 편안한 안식처가 된다. 접이식 캠핑 의자나 낚시 의자도 유용하다. 다만 너무 높은 의자는 돗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시야를 가릴 수 있으니 뒤쪽으로 가서 사용하는 게 좋다. 텐트나 그늘막은 안 된다. 캠핑이 가능한 페스티벌은 캠핑존이 따로 있다.

다음으론 먹고 마실 것. 바리바리 많이 싸들고 가도 좋지만, 대부분의 페스티벌이 입구에서 일부 품목을 제한한다. 안전 문제와 페스티벌 안에 입점한 식음료 판매점들의 영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우선 유리병과 캔은 반입이 절대 안 된다. 사람을 향해 던지거나 누군가 밟았을 때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음료는 페트병이나 텀블러만 반입할 수 있다. 대부분 술 반입을 막는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만이 500㎖ 이하 페트병에 술을 담은 걸 1인당 1병씩 허용한다. 페스티벌에 가면 시원한 생맥주와 칵테일을 팔기 때문에 굳이 기를 쓰고 술을 숨겨 갈 필요는 없다. 대형 아이스박스도 금지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장난감을 준비해 가라
일하러 간 게 아니면
직급과 체면을 버려라
정신줄 놓는 사람이 정상인 곳이
바로 페스티벌이다”

웬만한 도시락은 대부분 허용된다. 김밥, 유부초밥, 주먹밥, 샌드위치, 과일, 샐러드, 과자 등이 좋다. 하지만 국물이 있는 음식이나 배달음식은 안 된다. 중국집이나 치킨집에 배달시켜봐야 반입이 안 돼 낭패를 볼 수 있다. 당연히 취사도 안 된다. 너무 많이 싸들고 가기보다는 적당히 싸 가고 적당히 사 먹는 걸 권한다. 페스티벌에 들어온 트렌디한 맛집 음식들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명 셰프들의 쿠킹쇼도 마련된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는 요리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최현석·미카엘 셰프가 쿠킹 클래스를 열어 요리를 만들고 판매도 한다. 남이섬에서 열리는 레인보우 아일랜드에선 채낙영 셰프가 페스티벌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어 판매한다.

보금자리와 먹을 것에 대한 준비가 끝났다면 다음은 패션. 편안하면서도 나름의 멋을 부린 옷이면 된다. 일상에서 탈출하는 해방구인 만큼 튀는 복장도 용인된다. 록에 미친 환자라는 의미로 환자복을 입고 오거나 그런 환자를 치료하겠다며 간호사 복장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페스티벌에는 젊은 의사들이 단체로 수술복을 입고 오기도 했다. 동물 가면이나 옷도 단골 아이템. 어느 록 페스티벌에선 말, 고양이, 개구리 등이 무리를 이뤄 ‘동물의 왕국’에 온 줄 알았다.

뭐든 지나치면 역효과를 내는 법. 2012년 한 외국인은 그리스신화에나 나올 법한 ‘반인반수’로 분장하고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 나타났다가 입구에서 제지를 당했다. 허리에다 매단 말 몸통이 문제였다. 많은 인파가 밀집한 곳에서 사람 몸통만한 말 몸통을 달고 다니다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말 몸통을 떼내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햇빛을 막아줄 챙이 넓은 모자, 선글라스, 선크림, 밤에 쌀쌀해지면 걸칠 옷과 담요도 필요하다. 비 올 경우를 대비해 우비와 장화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해서 가면 무조건 재밌게 놀아야 한다. 페스티벌에선 몸치라도 상관없다. 손을 들고 점프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춤이 된다. 록 페스티벌에선 서로 몸을 부딪히는 슬램도 멋진 퍼포먼스다. 모르는 사람의 어깨를 붙잡고 칙칙폭폭 신나게 달리는 기차놀이도 해봐야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코흘리개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페스티벌 제너레이션>을 쓴 김홍기씨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장난감을 준비해 가라. 페스티벌에 일하러 간 게 아니라면 직급과 체면을 버려라. 정신줄을 놓는 사람이 정상인 곳이 바로 페스티벌”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총과 비눗방울을 추천했다. 특히 비눗방울은 부는 사람도 재밌고 보는 사람도 재밌는 최고의 페스티벌 아이템이라고 ‘강추’했다. 남들에게 묘기로 선보일 수 있는 놀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공 3개로 저글링을 할 수 있다면 단번에 페스티벌 스타가 될 수 있다. 작은 트램펄린을 가져가 펄쩍펄쩍 뛰거나 원반던지기를 해도 좋다. 추억의 구슬치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활동적인 걸 안 좋아한다면 돗자리에서 보드게임을 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페스티벌 쪽에서도 여러 놀 거리들을 마련한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꽃 등을 이용한 화관 만들기 클래스를 진행한다. 재료비를 내고 화관을 만들어 쓰면 페스티벌을 빛내는 ‘꽃순이’가 될 수 있다. 셀프마사지, 스쾃 등 운동법을 배우는 클래스도 있다. 엠티(MT)형 페스티벌을 추구하는 레인보우 아일랜드는 명랑운동회,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뮤지션과 함께하는 철인5종경기 등을 마련한다. 배가 끊기면 다음날 아침까지 고립되는 섬의 특성에 맞춰 레크리에이션 스테이지를 38시간 연속으로 밤샘 운영한다. 솔로끼리 짝을 지어주는 이벤트도 있다고 하니 페스티벌에 같이 갈 애인이 없다고 너무 슬퍼 말지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산엠밸리록페스티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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