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스 퀴진’의 대표 박수지씨.
[매거진 esc] 요리
한국식 불고기 냉장팩 개발해 미국 코스트코 진출한 수지스 퀴진 박수지 대표 인터뷰
한국식 불고기 냉장팩 개발해 미국 코스트코 진출한 수지스 퀴진 박수지 대표 인터뷰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댄빌에 있는 대형마트 코스트코. 한 코너의 시식행사에서 미국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맛을 본다. 음미한 미국인들은 장바구니에 식품을 담는다. 식품의 이름은 ‘코리언 퀴진 세이버리 비프’. 한글로 ‘소고기 불고기’라고도 적혀 있다. 포장된 불고기다. 한식의 인기는 미국에도 불고 있다. 이미 유럽의 한식당들은 줄 서서 먹는 맛집이 많다. 런던의 한식당 ‘김치’도 런던 식도락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식당 ‘하나’는 손님의 80%가 이탈리아인들이다. 간편식이 발달한 미국 마트에 불고기를 입점시킨 이는 ‘수지스 퀴진’의 대표 박수지(44)씨다. 수지스는 국내에 브런치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브런치 맛집으로 유명했던 그곳이다. 4월 중순부터 샌프란시스코 주변 코스트코 55개 매장에 불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가격은 미화 16.99달러(680g, 한화로 약 1만8000). 현재 업무차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박 대표를 지난 2월 서울 이태원동 수지스 퀴진의 사무실에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미국 진출 사연을 들었다.
음식과학으로 유명한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과 공동연구
인공조미료나 방부제 없이
한달 냉장 가능한 불고기 개발
인공조미료 넣으면
고급음식군으로 클 수 없어 -미국에서 한식이 인기인가? 미국인들의 한식에 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초 한식이 아시아 음식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미국인들의 관심이 크다. 스테이크하우스에 갈비가 있을 정도다. 김치와 한국식 바비큐가 유행이다. ‘글루텐 프리’가 화두인 미국에서 한식은 매력적이다. 이미 푸드 트럭에서 파는 김치 타코는 유명하다. 한식당이 아니어도 김치가 있는 레스토랑들이 있다. 하지만 한식을 중국음식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도 아직 많다. 중식을 같이 파는 한식당이 많아서다. 조미료를 많이 넣는, 저렴하다는 인식이 박힌 중식이냐, 미국 중산층이 즐기는 웰빙 음식이냐, 갈림길에 서 있는 시기라고 본다.” -미국 코스트코에 판매하는 불고기는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이 불고기는 한달간 냉장 상태가 유지되는, 양념 조리된 제품이다. 냉동이 아니다. 불고기를 냉동했다가 녹이면 맛이 없다. 인공조미료나 방부제도 안 들어간다. 인공조미료를 넣으면 한식은 고급 음식군으로 클 수가 없다. 데워서 밥에 얹어 먹기만 하면 된다. 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식과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네브래스카대학교 링컨캠퍼스의 음식과학센터를 찾아갔다. 2년 가까이 공동 연구해 소불고기, 돼지불고기 등을 개발했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비빔밥 등도 현재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각종 푸드쇼에 참가해 홍보를 하고 있다.” -네브래스카대학교와 공동 개발한 기술이 특별한가? “고압력 살균 방식이다. 높은 압력으로 박테리아를 죽여 부패를 막는다. 식품회사들이 잘 사용하는 방법인데, 불고기 등에 맞는 고압력 데이터를 찾는 데 고생했다. 이 연구를 위해 적잖은 돈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주정부 등에서 관심을 보여 지원금도 받게 됐다. 네브래스카주는 미국에서도 식용소 생산지로 유명하다.” -코스트코는 월마트 등과 달리 입점이 꽤 힘들다고 들었다. “코스트코는 여러 회사에서 나오는 같은 종류의 제품을 팔지 않는다. 결제카드도 한 회사의 카드만 받지 않나. 입점한 회사가 망하지 않고는 다른 회사가 들어갈 수가 없다. 불고기는 우리가 선점한 셈이다. 입점 회사들이 가져가는 이익도 다른 대형마트보다 높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박씨는 10년 전 이태원에 미국 음식을 주메뉴로 한 브런치 레스토랑 ‘수지스’를 열었다. 개업 때부터 메뉴를 브랜드화, 제품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미국 코스트코 입점은 일본에서 기회를 찾아냈다. 2007년 일본 도쿄에 연 수지스 롯폰기점을 주일 미국대사관 직원들이 방문했다가 맛에 반해 대사관 내 카페테리아를 맡겼다. 2009년의 일이다. 그걸 계기로 도쿄와 한국의 코스트코에 입점할 기회가 생겼다. 지금 한국 코스트코에는 ‘수지스 그릴드 닭가슴살’, 빵 등 8가지를 판매한다. 2012년부터 2014년 말까지는 ‘수지스 비프 파스트라미’ 등 26개 제품을 판매했다. 2011년 미국의 요리학교인 ‘뉴욕 아이시시(ICC)’에서 수학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육가공전문가 등 실력 좋은 셰프들을 많이 만나 그들을 한국에 초청해 제품 개발에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해 중반 미국 코스트코의 문을 두드렸다.
-일본 진출이 결국 지금의 성공을 가져온 셈인데?
“아시아의 식문화를 기반으로 세계 진출을 하고 싶었다. 수지스(한국)의 메뉴는 미국식이었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다. 일본에서도 같은 방법을 썼다. 일본인들은 삼계탕 한마리를 4명이 나눠 먹는다. 전골을 좋아한다. 삼계탕을 전골식으로 포장해 일본 코스트코에서 팔았다. 음식은 지식기반사업이다. 개발한 조리법은 무한 활용이 가능하다. 일본의 경험을 빨리 미국 시장에 적용해보고 싶었다.”
-야들야들한 불고기 식감을 두꺼운 스테이크가 주식인 미국인들이 선호하나?
“일본의 경우처럼 미국인의 입맛을 고려했다. 미국에서는 고기가 너무 얇으면 싸구려 음식 취급당한다. 스테이크 정도는 아니지만 식감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그 점을 고려해 지방이 거의 없는 부위를 골랐다. 기름이 많은 부위는 베이컨 이외에는 미국인들이 음식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미국은 타코(갖은 재료를 얇은 빵에 싸 먹는 멕시코식 음식)처럼 무언가를 넣어 먹는 것, 라이스(밥)가 인기다. 불고기를 라이스에 얹거나 타코처럼 먹도록 권하고 있다.”
-한식이 세계인의 혀를 사로잡으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해야 한다. 한식을 현지화한다고 해서 한식이 외국 음식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삼계탕을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형태를 바꿨지만 일본인들은 삼계탕을 한국 음식으로 이해한다. 오히려 이런 방법을 활용해 세계로 진출을 해야 한다.”
박씨는 한국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영어연수를 갔다가 전공을 바꿔 미국 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했다. 졸업 뒤 기업에서 마케팅, 이벤트 기획, 소프트웨어 사업 등의 일을 하다가 한국에도 미국식 브런치 바람이 불 것으로 내다보고 10년 전 수지스를 열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수지스 퀴진 제공
미국 코스트코에서 ‘코리언 퀴진 세이버리 비프’를 구매한 미국인.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과 공동연구
인공조미료나 방부제 없이
한달 냉장 가능한 불고기 개발
인공조미료 넣으면
고급음식군으로 클 수 없어 -미국에서 한식이 인기인가? 미국인들의 한식에 관한 인식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초 한식이 아시아 음식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미국인들의 관심이 크다. 스테이크하우스에 갈비가 있을 정도다. 김치와 한국식 바비큐가 유행이다. ‘글루텐 프리’가 화두인 미국에서 한식은 매력적이다. 이미 푸드 트럭에서 파는 김치 타코는 유명하다. 한식당이 아니어도 김치가 있는 레스토랑들이 있다. 하지만 한식을 중국음식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도 아직 많다. 중식을 같이 파는 한식당이 많아서다. 조미료를 많이 넣는, 저렴하다는 인식이 박힌 중식이냐, 미국 중산층이 즐기는 웰빙 음식이냐, 갈림길에 서 있는 시기라고 본다.” -미국 코스트코에 판매하는 불고기는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이 불고기는 한달간 냉장 상태가 유지되는, 양념 조리된 제품이다. 냉동이 아니다. 불고기를 냉동했다가 녹이면 맛이 없다. 인공조미료나 방부제도 안 들어간다. 인공조미료를 넣으면 한식은 고급 음식군으로 클 수가 없다. 데워서 밥에 얹어 먹기만 하면 된다. 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식과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네브래스카대학교 링컨캠퍼스의 음식과학센터를 찾아갔다. 2년 가까이 공동 연구해 소불고기, 돼지불고기 등을 개발했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비빔밥 등도 현재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각종 푸드쇼에 참가해 홍보를 하고 있다.” -네브래스카대학교와 공동 개발한 기술이 특별한가? “고압력 살균 방식이다. 높은 압력으로 박테리아를 죽여 부패를 막는다. 식품회사들이 잘 사용하는 방법인데, 불고기 등에 맞는 고압력 데이터를 찾는 데 고생했다. 이 연구를 위해 적잖은 돈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주정부 등에서 관심을 보여 지원금도 받게 됐다. 네브래스카주는 미국에서도 식용소 생산지로 유명하다.” -코스트코는 월마트 등과 달리 입점이 꽤 힘들다고 들었다. “코스트코는 여러 회사에서 나오는 같은 종류의 제품을 팔지 않는다. 결제카드도 한 회사의 카드만 받지 않나. 입점한 회사가 망하지 않고는 다른 회사가 들어갈 수가 없다. 불고기는 우리가 선점한 셈이다. 입점 회사들이 가져가는 이익도 다른 대형마트보다 높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포장을 벗기고 조리한 ‘코리언 퀴진 세이버리 비프’.
미국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코리언 퀴진 세이버리 비프’.
‘수지스 퀴진’에서 만든 김치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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