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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튀어나와도 멈출 수 없어

등록 2014-07-02 19:39수정 2014-07-03 08:08

실내 클라이밍 센터는 다양한 각도와 홀더로 인공암벽 타는 기술을 가르친다.
실내 클라이밍 센터는 다양한 각도와 홀더로 인공암벽 타는 기술을 가르친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고강도 운동이 뜬다
10분만 지나도 팔다리가 부들부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져버릴 듯한 고통이 엄습한다.
힘든 만큼 빠른 시간 안에 강한 체력과 아름다운 몸,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다는 고강도 운동. 도전할 준비 됐습니까.

더운 해가 기울라치면 서울 을지로의 번화한 빌딩숲이나 홍대앞 골목으로 웃통을 벗은 남자들이 뛰어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동네를 달리는 이들은 근처에서 크로스핏 운동을 하는 수강생들이다. 해가 진 서울 한강 뚝섬 인공암벽장에서 줄에 의지해 맨손으로 벽을 오르는 이들도 있다. 더욱 세게, 더욱 고되게. 지금 운동의 화두는 ‘강도’다. 여름이 다가올수록 강도를 높이는 대표적 고강도 운동 크로스핏과 스포츠 클라이밍 현장을 찾았다.

운동기구 사용 거의 없이
맨몸으로 하는 크로스핏
고강도 운동 붐 이끌어
실내에서 암벽등반하는
스포츠 클라이밍 센터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늘어

힘짱 만드는 크로스핏

“3, 2, 1, 고!” 지난 6월20일 서울 홍대 리복크로스핏 센터. 코치의 신호가 떨어지자 수강생들이 역기를 들었다. 20대 여자들도 5~20㎏ 무게의 역기를 번쩍 들어올렸다. 오늘 처음 크로스핏 수업을 받는 수강생들은 빈 봉을 붙잡고 열심히 자세를 배웠다. 모인 사람의 목표는 킹콩을 드는 것, 아니 킹콩 같은 힘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근육은 자연스레 얻어진다고 코치님은 말씀하셨다.

크로스핏에선 심폐지구력, 정확성, 협응력, 밸런스, 민첩성, 스피드, 힘, 유연성, 스테미너, 근지구력 등 10가지 신체능력을 골고루 발달시키기 좋은 운동을 매일 과제로 정하는데 이를 오늘의 운동(WOD·Workout of the Day)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푸시업(팔굽혀펴기), 런지(한쪽 발을 최대한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뒤쪽 무릎을 굽혀 앉는 자세), 풀업(턱걸이), 로잉(노젓기), 싯업(윗몸일으키기), 쪼그려 앉기(스쿼트), 역기 들기 등을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빨리, 많이 해내도록 연습한다. 운동 초보자들은 오늘의 운동에 들어가기 앞서 초보자 프로그램에서 한달 이상 수련해야 한다. “10분을 운동하기 위해 30분을 준비하라”고 코치들은 당부했다. 본운동에 들어가기 전 부상을 입지 않도록 동작을 배우는 데 공을 들였다. 크로스핏 체험교실에서 몸풀기 30분을 거쳐 런지와 팔굽혀펴기, 봉들기를 단 10분 했지만 그 다음날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웠다. 온몸의 근육이 모두 성을 내고 있는 기분이었다.

“몸짱을 원한다면 힘짱이 되어라.” 2011년 미 해병대의 실전운동 크로스핏이 한국에 상륙했음을 알린 책 <남자는 힘이다>의 구호였다. 몇년 새 한층 도도해진 크로스핏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본운동이 우리의 워밍업이다.” 크로스핏은 1970년대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으로 미국에서 시작됐다. 2012년 리복코리아가 전국 12곳에 크로스핏 센터를 열면서 기구 운동 일색이던 우리나라 헬스클럽에도 맨몸으로 하는 고강도 운동 붐이 일게 됐다.

서울 을지로 리복 크로스핏센터에서 만난 고성현 매니저는 “몸의 부피를 늘리고 근육 모양을 만들기 위해 운동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체력을 최대한 키우고 기능을 높이는 코어 운동이 각광받는 시대다. 결국은 헬스기구가 없던 1970년대 복고적 운동 방식이 다시 돌아온 셈”이라고 했다. 보디빌딩이 득세하던 시절은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시절이라 불린다. 지금의 운동 아이콘은 무거운 타이어를 끌고 다니며 무술 실력을 선보이는 배우 제이슨 스테이섬이나 영화 <300>의 용사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6주 동안 여름을 맞아 고강도 크로스핏을 개인지도하는 ‘비치 보디 챌린지’ 프로그램이 있었다. 6월25일 이 프로그램의 과제는 운동시간 1시간 동안 노젓기 50m, 스쿼트 40번, 싯업 30번, 푸시업 20번, 풀업 20번을 해내는 것이었다. 6주 동안 고강도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6명을 보니 몸무게는 평균 8~10㎏, 체지방은 5~10㎏ 줄었다. 고강도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체지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한국 크로스핏의 원조로 불리는 서울 자양동 삽짐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경하 관장은 “그룹운동은 크로스핏의 장점이지만 기록 경쟁 때문에 무리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전한다. 크로스핏은 시간마다 그룹을 만들어 운동하는데 덕분에 포기하지 않게 되지만 옆사람보다 하나라도 더 하겠다는 마음으로 무리하기도 쉽다. 처음 크로스핏을 해본 사람들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고들 한다. 실제로 운동 중에 토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쯤 되면 크로스핏을 하는 이유를 몸 만들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탈진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다시 힘을 키우고 속도를 올리는 과정에서 만족감이 찾아온다고들 한다. 사람만이 고통을 즐긴다. 고강도 운동은 고통으로 희열을 얻는 운동이다.” 김 관장의 말이다.

힘을 중시하는 크로스핏 센터의 훈련 모습.
힘을 중시하는 크로스핏 센터의 훈련 모습.
힘을 중시하는 크로스핏 센터의 훈련 모습.
힘을 중시하는 크로스핏 센터의 훈련 모습.
몸과 마음에 ‘고강도’ 스포츠 클라이밍

“처음 벽을 타고 난 다음날 냉장고 손잡이도 열 수 없었어요.” 지난 6월27일 서울 광진구 조규복 클라이밍 센터에서 만난 이곳 회원들은 다른 운동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을 호소했다. 그래도 매일 이곳을 찾아 벽을 올랐더니 손가락에도 근육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몇달이 지나면 남자들은 어깨가 단단해지고 상체가 발달한다. 여자들은 다리가 가늘어진단다. 몸이 암벽타기에 맞춰지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스포츠 클라이밍 붐이 일면서 실내 스포츠 클라이밍 센터들이 급히 늘었다. 어림잡아 전국에 300곳 되는 센터에서 스포츠 클라이밍을 즐기는 이들은 날씨가 좋을 때면 뚝섬 유원지, 당고개, 수락산, 보라매공원 등에 설치된 인공암벽장을 찾아 벽을 타고 평상시에는 실내 센터에서 연습한다. 노스페이스, 케이2(K2) 등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매장에 15m 높이의 실내 암벽장을 설치해두기도 했지만 실내 센터 대부분은 3m 정도 높이의 벽에서 각도를 다양하게 하며 즐기는 볼더링 클라이밍장이다. 초보자는 110도 각도의 벽에서 시작한다.

암벽을 탈 때 발을 딛거나 붙잡을 수 있도록 튀어나온 것을 홀더라고 부른다. 발레리나가 신는 토슈즈보다도 더 발을 조이는 암벽등산화를 신고 벽을 붙잡았다. 밑에서는 제법 넓게 보였던 홀더가 작기만 하다. 옆으로 가려면 먼저 오른손을 움직여 새로 붙잡을 것을 찾고 그다음에 발을 움직이는데 항상 무게중심을 잃지 말아야 하다.

초보자는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4m 길이의 벽을 두어번 왕복하기가 힘들었다. 이 센터에서 2시간 남짓한 클라이밍 수련 중 벽에 매달리는 시간은 30분. 나머지는 턱걸이를 하고 팔굽혀펴기를 하며 체력을 키운다. 인공암벽은 내 체력과 몸의 균형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매달릴 수 있는 시간이 근력과 비례한다면 옮겨가는 능력은 균형이다. 온몸을 써서 벽을 오르고 균형을 잡기 때문에 다른 운동보다 강도가 높다. 체중이 확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체지방만 빠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조규복 코치는 클라이밍의 매력을 성취감과 연대, 두가지로 꼽는다. 암벽을 함께 오르는 사람들은 각별한 동료의식으로 엮이게 된다.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은 초보자의 벽을 넘어 120, 130도 각도의 점점 험한 벽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문제를 푼다”고 부른다. 이 센터에서 2년 넘게 훈련중이라는 박예원(38·회사원)씨는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면서 문제를 풀게 되는데 그때 성취감이 말도 못한다. 몸의 변화는 알게 모르게 천천히 온다”고 했다. 15m 높이 벽을 올랐을 땐 높이 공포를 이겨냈다는 생각에 성취감은 갑절로 커진다. 매일 고된 운동을 시작하는 이유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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