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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신선이 되고 싶어라

등록 2014-03-26 20:08수정 2014-03-27 17:56

잠을 잘 자려면 온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긴장되거나 번뇌가 많을 때 명상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수면명상 전문가 최상용 박사의 지도로 수면명상을 시연하고 있다.
잠을 잘 자려면 온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긴장되거나 번뇌가 많을 때 명상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수면명상 전문가 최상용 박사의 지도로 수면명상을 시연하고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불면증 이겨내고 잘 자는 법
기자가 도전해본 수면명상법…30분 투자로 숙면 성공
수면명상 전문가 최상용(55·인문기학연구소 소장) 박사는 20~30대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투옥과 고문에 시달렸다. 그 탓에 충격받은 아버지를 여의고, 갑자기 6남매의 가장이 된 뒤 정신적으로 무척 피폐해졌다고 한다. 술 없이 맨정신으로는 잠을 잘 수 없었다. 분노와 불안을 몰아낼 수 있었던 건 40대에 이르러서였다. ‘잠의 마법’ 덕분이었다.

20여년 동안 그는 ‘밤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연구와 수련 끝에 숙면에 이르는 법을 터득했고, 나아가 잠을 통한 심신수양법으로까지 발전시켰다고 한다. 박사논문을 쓰면서 당말 오대 북송시대 118년을 살다 간 ‘잠자는 신선’ 희이 진단(872~989)을 연구했다. 그의 수련법을 힌트 삼아 수면을 통한 심신수양법인 <하루 3분, 수면혁명>(휴)을 썼다.

esc팀은 이 ‘수면명상’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를 관찰해보기로 했다. 일의 특성 때문에 본래 심성보다 더 강하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경쟁하는 일간지 기자를 대상으로 ‘잠의 마법’을 시연해보기로 한 것이다. 숙면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긴장완화라는 건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다. 이런 esc팀의 ‘촉’에 걸려든 사람은 회사 안팎에서 두루 인정받아온 오십대 초반의 김아무개 선배 기자였다. 밤잠을 이루기 힘들다는 ‘정보’를 듣고 어렵게 초청했다.

족욕하고 수면양말 신은 다음
코가 발바닥 움푹 들어간
용천혈에 있다고 상상하며
그곳에 의식을 집중했다

수면명상 시연은 신문사 옥상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우선 반듯이 누워 양손과 양발은 15도가량 벌린다. 그다음엔 배꼽을 중심으로 복부 전체를 마음으로 바라보며 심호흡을 세번 한다. 근심걱정이 피부 모공을 통해 빠져나간다고 생각한다. 밝은 빛이 머리끝 백회혈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다고 여긴다. 몸속 가운데를 통과하며 몸을 이완시키고 정화한다고 상상하며 빛이 이마-눈-코-입-목-가슴-명치-배꼽-아랫배-고관절-허벅지-무릎-종아리-발목-발등-발가락으로 빠져나가면서 몸이 편안하게 이완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발목 아래 발등, 발가락, 발바닥을 관찰하며 따뜻한지 따끔한지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인지 집중하며 마음으로 1분 정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두차례 반복한다.

최 박사는 옆에 서서 함께 명상하며 낮은 목소리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중하게 명상을 안내했다. 하지만 추운 스튜디오 안에서 너무 오래 명상에 들면 체온이 떨어질까 염려돼 계획보다 일찍 명상에서 깨도록 했다. 피실험자는 “잠이 오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잠들지는 못했다”고 했지만 가슴으로 쉬던 숨이 배로 내려가는 것을 주변에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불룩불룩 단전호흡 하는 양 배가 움직였던 것이다. 춥고 불편한데다 카메라까지 들이댔던 것을 고려하면 과히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그날 밤, 마감에 머릿속이 복잡한 취재기자가 다시 실험에 들어갔다.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 10~15분 정도 족욕을 하고, 수면양말을 신었다. 안내 음성을 담은 음성파일(http://choisy1227.blog.me)을 내려받아 틀고 따라했다. 코가 발바닥 중앙의 움푹 들어간 용천혈에 있다고 상상하며 그곳에 의식을 집중했다. 30분 안에 잠드는 일이 잘 없던 기자는 곧 깊이 잠들었다. 이런저런 준비가 조금 귀찮긴 했지만, 불면의 고통을 물리치고 승리했는데 이것이 대수랴!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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