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쓰리엠(3M) 두들더스터. 2 캐치맙 가전·가구용. 3 캐치맙 다목적용. 4 풀무원더스킨 홀씨 선반용·바닥용. 5 캐치맙 밀대걸레. 6 한국쓰리엠 물걸레 청소포.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걸레 트렌드
국민 걸레에서 홈쇼핑 대박 상품 걸레, 렌털 걸레까지 걸레의 유행과 진화
국민 걸레에서 홈쇼핑 대박 상품 걸레, 렌털 걸레까지 걸레의 유행과 진화
더러움을 닦다가 더러워지는 천을 걸레라고 부른다. “행주가 바닥에 떨어지면 걸레가 될 수 있지만, (일단 걸레가 되고 나면) 아무리 빨아도 부뚜막에 오를 수 없다”(김문억 시 ‘걸레에 관한 명상’)는 바로 그 걸레다. 불결하고 천한가. 그러나 최근 걸레는 귀한 몸이 되었다. 애초 안경닦이 천으로 개발됐던 극세사 섬유 활용도가 넓어지면서 주로 면으로 된 천이었던 걸레는 이제 대부분 극세사나 부직포로 바뀌었다. 새로운 재질의 걸레를 개발하면 앞다퉈 특허를 낸다. 10년 새 훌쩍 몸값이 높아진 걸레의 유행기를 소개한다.
쓰고 버리는 ‘국민 걸레’의 등장
2000년 초반 한국쓰리엠은 서서 닦는 막대걸레를 한국에 들여왔다. 좌식 생활이 기본인 한국에서 막대걸레는 쉽게 안방으로 들어오지 못하다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팔린 쓰리엠 막대걸레는 모두 73만1000개. 서른 집 중 한 집이 이 걸레를 쓴다. 한국쓰리엠에선 지금까지 팔린 막대걸레를 늘어놓으면 서울과 부산을 1.5회 오갈 수 있는 길이라고 추산한다. 한국쓰리엠 최혜정 홍보팀장은 “무릎 꿇고 걸레질하던 여성들의 자존감이 커진 것과 걸레질하는 키가 높아진 시기가 정비례한다. 거기에 남자들도 가사에 참여하면서 막대걸레가 일반화됐다”고 돌아봤다. 한국쓰리엠 제품개발팀 김상덕 수석연구원은 “이제 소비자들은 걸레를 빨고 말리는 과정은 마땅히 거쳐야 할 일이 아니라 안 해도 되는 불편한 일이라고 명확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막대걸레엔 먼지를 모으는 정전기 청소포나 더러움을 닦아내는 물걸레 청소포를 끼울 수 있다. 물티슈처럼 한번 청소하고 더러워지면 버리는 방식이다. 한국쓰리엠 쪽은 “두가지 모두 레이온과 폴리를 섞어서 만들지만 물걸레는 장섬유조직으로 만들어 손으로 찢어도 잘 찢어지지 않고 청소할 때 물이 안에서 밖으로 서서히 퍼져 나가게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업체마다 자사 제품이 최고라고 말하는 걸레의 품질은 어떻게 나뉘는 것일까? 김상덕 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테스트 과정은 기업 비밀에 속하는데 기본은 표준 먼지를 일정한 면적에 뿌려놓고 막대걸레로 밀었을 때 얼마나 달라붙느냐로 평가하는 것이다. 황토와 섬유질 등 여러가지가 섞여 있는 실험용 ‘표준 먼지’조차 원조 청소 시장 일본에서 건너온 수입산으로 500㏄ 1컵에 1만원은 하는 비싼 먼지란다. 요즘엔 한국쓰리엠에선 먼지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업체들이 이토록 공들이는 것은 한국 걸레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홈쇼핑에서 걸레 캐치맙을 판매하는 해피콜의 송석호 과장은 “청소용품 시장이 주방용품 시장보다 훨씬 크다. 청소 가전을 포함하면 두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발 걸레 대란
2006년의 히트상품은 스핀앤고라는 탈수통이 달린 걸레였다. 홈쇼핑 채널에서 발로 밟아 물걸레를 헹구고 짜내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회전식 물걸레라는 것을 사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 그 이후 걸레들의 주요 데뷔무대는 홈쇼핑이 되었다. 2013년엔 해피콜에서 파는 캐치맙이 홈쇼핑을 휩쓸었다.
해피콜 한 직원이 전하는 이야기로는 캐치맙은 원래 여러해 전 한 작은 회사가 국가기술혁신사업 지원을 받아 개발한 특수 재질의 걸레다. 한 올마다 1066가닥이 넘는 특수섬유로 만들었다는 이 걸레는 마땅히 판로를 찾지 못하다 당시 홈쇼핑에서 한창 프라이팬으로 주가를 높이던 회사로 기술합병됐다. 5년 넘게 창고에서 묵었던 걸레는 유리창에 뿌려진 페인트나 싱크대의 기름 얼룩까지 닦아내는 홈쇼핑 시연을 타고 팔리기 시작했다. 해피콜에서 밝힌 수치로는 1년3개월 동안 700억원어치를 팔았단다. 지난 한해 씨제이오쇼핑에서만 180억원어치가 팔린 이 걸레계의 블록버스터가 나오면서 해피맙 등 비슷한 이름의 걸레도 여럿 나왔다.
요즘 캐치맙은 중국, 대만, 독일 등 외국 홈쇼핑으로 건너갔다. 장판 대신 타일을 닦아내는 모습을 시연하며 팔고 있다. 해피콜 송석호 과장은 “반품률이 3% 정도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물 없이도 청소가 잘되니까 만족도가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치맙은 올해 상반기 안에 새로운 걸레를 내놓을 예정이다.
먼지 전쟁, 빌려쓰는 걸레까지
못쓰는 속옷이나 수건으로 만든 0원짜리 걸레에서 2013년 말엔 빌려쓰는 ‘렌털 걸레’까지 나왔다. 풀무원더스킨사에서 내놓은 홀씨라는 걸레다. 한달에 1만8000원을 내면 홀씨의 바닥용과 선반용 두가지 걸레를 받게 되는데 물을 사용하지 않는 이 걸레들은 집에서는 세탁이 곤란하기 때문에 한달에 한번 회사에서 수거해 공장에서 세탁해야 한다. ‘하티’라고 부르는 사원들이 정수기 관리사원처럼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다 쓴 걸레를 수거하고 새로운 걸레를 갖다주는 식이다. 하루 한번 걸레질을 한다고 치면 한번 걸레질하는 데 600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게다가 물이 닿으면 빳빳해지니까 마른 청소에만 써야 하며, 한번 쓴 뒤엔 빨지 말고 털어서 써야 하는 낯선 걸레다. 그러나 요즘 걸레의 트렌드는 미세먼지다. 회사 쪽은 “나일론 섬유에 묻은 흡착제로 먼지를 완전히 제거해서 날리는 먼지가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홀씨는 대걸레처럼 기다란 실로 되어 있다. 나일론 계열 섬유는 말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광물계유제, 계면활성제와 박테리아 컨트롤 기능을 갖는 곰팡이방지제 등에 젖어 있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시험삼아 써보니 창틀과 전등갓에 두껍게 쌓인 먼지까지 거의 흔적이 남지 않고 없어졌다.
업계에서는 중국발 미세먼지 등 환경 이슈를 타고 걸레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쓰리엠도 미세먼지에 특화됐다는 두들더스터를 내놓았다. 두들더스터는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정전처리 미세섬유로 만들어진 시트지를 써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를 쓸어낸다고 했다. 막대걸레에 끼워서 쓸 수 있다. 한국쓰리엠 김상덕 수석연구원은 “이 시트지는 부직포가 아니라 종이다. 일회용 마스크에 가까운 재질로 다른 청소포에 비해 10배 넘는 미세먼지를 흡착할 수 있다”고 했다. 살균 걸레, 미세먼지 걸레…. 요즘 걸레는 용도로 진화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