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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도시락은 참신, 김밥은 영원한 여행친구

등록 2014-02-26 19:56수정 2014-02-27 17:28

1 다미연의 ‘너비아니도시락’. 2 누들박스의 ‘팟타이’. 3 바비박스의 ‘서울역도시락’. 4 호토모토의 ‘데리야끼버섯덮밥’. 5 서울역사 내 도시락 전문점 ‘공씨네주먹밥’ 앞에서 여행객이 주문을 하고 있다. 6 꼬꼬마김밥의 김밥. 7 코코로벤또의 ‘모둠유부초밥’. 8 슬런치의 ‘소불고기덮밥’. 9 공씨네주먹밥의 ‘참치김치주먹밥’.
1 다미연의 ‘너비아니도시락’. 2 누들박스의 ‘팟타이’. 3 바비박스의 ‘서울역도시락’. 4 호토모토의 ‘데리야끼버섯덮밥’. 5 서울역사 내 도시락 전문점 ‘공씨네주먹밥’ 앞에서 여행객이 주문을 하고 있다. 6 꼬꼬마김밥의 김밥. 7 코코로벤또의 ‘모둠유부초밥’. 8 슬런치의 ‘소불고기덮밥’. 9 공씨네주먹밥의 ‘참치김치주먹밥’.
[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맛대맛
서울역사 도시락 전문매장 8곳 대표 메뉴 비교
봄이 오면 서울역은 더 북적댄다. 전국을 도는 영업맨들과 봄나들이 가는 가족들이 섞인다. 철도여행은 낭만적이다. 1970~80년대 열차에서 먹던 삶은 달걀과 사이다는 지금도 회자되는 추억거리다. 지난해 코레일유통과 코레일관광개발은 서울역사 안 3층 통로에 도시락 전문매장 8곳을 열었다. 기차 마니아들을 위한 식사 메뉴다. 너비아니, 닭갈비 같은 한식류부터 일본식 도시락, 타이식 면류까지 다양하다. 캐주얼한 프렌치레스토랑 ‘루이쌍끄’를 운영하는 오너 셰프 이유석씨와 함께 그 맛의 차이점을 살펴봤다. 이씨는 10여년 경력의 떠오르는 신세대 셰프다.

기자 ‘다미연’은 한식이고, ‘너비아니(떡갈비)도시락’(7000원)이 가장 잘 팔린다고 합니다.

이유석(이하 이) 달걀말이는 만든 지 얼마 안 된 것 같네요. 하루만 지나도 맛이 많이 달라지죠. 떡갈비는 식은 상태로 먹어서 그런지 조금 딱딱합니다. 10대, 20대가 좋아하겠네요.

기자 만든 지 오래된 도시락인지 확인하려면 달걀말이를 맛보면 되겠군요. 밥은 지나치게 꼬들거리고 온기가 너무 없어요.

이 그렇군요. 밥맛이 아쉽네요. 너무 식어서 난로에 데워 먹었던 옛날 도시락 생각나요. 나물반찬은 어른들이, 떡갈비는 아이들이 좋아하겠어요. (반찬) 종류는 많은데 뭔가 부족해요. 주메뉴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면 좋겠네요.

기자 도시락들이 전반적으로 일본풍으로 포장됐군요. 일본의 열차도시락(에키벤) 유명하잖아요. 그 영향을 받은 것 같군요.

이 다미연 도시락은 포장을 고급스럽게 해서 보완을 한 거 같아요. (반찬 담은 종이 보고) 색감조화 신경 썼네요. 풀 같은 느낌 주잖아요. 저는 보온도시락 세대예요. 90년대죠. 그 전 세대는 양은도시락 세대고요. 이런 식의 도시락은 없었죠.

기자 ‘누들박스’의 타이식 면요리인 ‘팟타이’(7500원)가 도시락이 된다니, 독특합니다. 팟타이는 쌀국수에 숙주 넣고 볶은 타이의 국수죠.

도시락 문화 발달한 일본 영향
일본풍 포장 늘어나
누들박스 팟타이
먹기 편하고 온기 살아있어
공씨네 주먹밥 한끼 식사로 충분

이 포장부터 마음에 들어요. 구글 검색 홈페이지처럼 깔끔해요. 심지어 ‘맛있어요’란 문구도 없고. 겉에 8가지 국수 메뉴가 적혀 있잖아요.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개수예요. 한눈에 들어오고, 10개만 돼도 보는 이의 집중도가 떨어져요.

기자 열차 도시락은 시간에 쫓길 수 있어 빨리 눈에 들어오는 게 좋군요. 양도 많고, 면에 온기도 있어요. 타이음식전문점의 팟타이와 별 차이 없네요.

이 맛 좋은데요. 집 앞에 있으면 3일에 한번은 먹을 거 같아요. 사실 원가는 그리 높진 않을 겁니다. 전세계 면요리가 다 그래요. 안타까운 것은 우리 칼국수가 8000원, 9000원 하면 비싸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데, 알리오올리오 같은 파스타는 2만원대를 훌쩍 넘어도 그냥 먹었잖아요. 원가 차이 별로 없는데 말이죠.

기자 그런 이유 때문에 한식 음식 하시는 분들 중 억울해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 누들박스는 들고 먹기 편하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요. ‘고급스러움’을 주려고 가격을 5000원대 정도가 아니라 7000원으로 한 거 같군요. 이런 도시락 문화를 팔겠다는 콘셉트 같아요. 쌀국수라 밀가루 면보다 덜 붇는 점도 장점입니다. 도시락용으로 적당하죠. ‘가장 단순한 게 최고다’를 잘 보여주네요.

기자 20~30대들이 선호할 거 같아요.

이 특히 여성들이요. 혼자 밥 먹는 게 예전만큼 부담스럽지 않은 스마트폰 시대와 잘 맞는 도시락 같아요. 부피는 작고, 다운받은 영화 보면서, 카톡이나 영상통화 하면서 먹기 좋아 보여요.

기자 ‘바비박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서울역도시락’(8900원) 맛볼까요? 브로콜리, 해물까스, 튀김류, 떡갈비, 달걀부침개 등 다채롭네요.

이 기내식 같은 느낌이 조금 있군요. 포장은 캐주얼한 느낌이 들어요. 해물까스와 튀김류는 잘라 먹기가 좀 불편해요. 전체적으로 좀 덜 익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기자 떡갈비는 너무 다네요. 사실 도시락전문점에서 파는 것이 매우 맛있기란 쉽지 않죠.

이 동감입니다. 달걀부침개는 당일 했고, 밥은 ‘다미연’보다 나아요. 전반적으로는 느끼합니다. 우리 민족은 느끼한 것 잘 못 먹는 편이에요.

기자 저도 크림소스 파스타류보다는 오일 파스타류를 좋아합니다.

이 김치 같은 발효음식 먹고 자란 민족이잖아요. 배가 불러도 산도가 채워지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함을 느끼는 분들 많아요. 양식 먹을 때도 피클 찾죠. 우리는 미각도 매우 발달했어요. 쌈 하나를 먹어도 좋아하는 것들 넣어 먹잖아요. 사람마다 넣는 재료가 다르고. 다채로운 반찬 문화라서 뭘 먹었을 때 맛있는지를 아는 민족이에요. 혀가 무의식적으로 발달한 거죠.

기자 우리의 발효음식에 관심이 많은 세계적인 셰프들이 많더라고요.

이 셰프들은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요. 우리 발효 신기하죠. 원래 신선한 것을 써야 하는 게 맞는데, 오래 묵은 발효식품으로 맛을 내니까요. 한 달 발효시키는 사워크라우트(독일식 양배추김치)도 우리 묵은지와는 게임이 안 돼요. 혀끝에 남는 그 짭조름함과 감칠맛이요.

기자 묵은지는 극한의 신맛을 제공하죠.(웃음)

이 바비박스 도시락은 산도 조절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기자 일본 도시락브랜드인 ‘호토모토’에서는 ‘데리야끼버섯덮밥’(5000원)을 준비했어요. 처음(2012년) 한국에 들어왔을 때 여러 맛을 봤는데 별 감흥은 없었어요. 네모주먹밥은 인상적이었지만요.

이 밥은 전반적으로 괜찮은데 좀 달군요. 개인적으로 단 음식을 좋아해요. 그런데도 단맛이 약간 부담스럽네요. 전체적인 맛의 조화에 신경을 더 썼으면 좋았겠어요.

기자 밥에 덮밥 소스만 뿌리면 되는, 간단한 음식인데 오히려 어렵다는 거군요. 소스에 비해 밥도 너무 많아요. ‘꼬꼬마김밥’(3000원) 먹어볼까요? 6줄이네요.

이 들고 먹기 편하고, 젓가락 없이도 먹을 수 있어 좋네요. 포장이 일본풍인 게 아쉬워요. 어릴 때 학교 앞에서 먹었던 김밥 생각나요. 한 종류만 6개라 좀 질립니다.

기자 참기름을 너무 발랐어요. 아쉽네요.

이 기름이 산패가 진행되면 건강에 안 좋죠.

기자 ‘코코로벤또’의 ‘모둠유부초밥 벤또’(날치알과 불고기유부초밥. 5900원) 맛볼까요?

이 ‘모둠’보다는 한가지 부류만 있는 게 낫겠어요. 육류면 육류, 생선류면 생선류로요.

기자 날치알유부초밥은 별로네요. 신선함이 생명인데. 불고기유부초밥은 괜찮고요.

이 알류는 겨울이라도 위험할 수 있어요. 김치가 의외로 맛있군요. 산도가 적당히 있어요. 불고기유부초밥은 적당한 맛입니다.

기자 요즘은 김치를 맵게 만들지 않고 마치 샐러드처럼 아삭하게 씹는 맛을 살려 만드는 레스토랑들이 많더라고요. 비슷한데요. ‘슬런치’는 다른 곳과 달리 샌드위치류가 있어서 ‘소불고기덮밥’(8500원)도 같이 주문했어요.

이 샌드위치는 너무 식어 장점이 가려지네요. 빵에 승부를 걸든가, 안에 든 햄이나 치즈에 승부를 걸든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아요.

기자 빵이 너무 맛이 없군요. 빵이 맛없으면 먹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어져요.

이 소불고기덮밥은 맛본 도시락 중에서 밥이 제일 괜찮네요. 집밥 생각나요. 기내식 느낌도 좀 나고. 다른 반찬은 별로예요. 양상추도 너무 넓게 덮여 있고, 닭고기 살은 뻑뻑하고요.

기자 양상추 아래 있는 샐러드용 빵 조각은 실망스러워요. ‘공씨네주먹밥’의 참치김치주먹밥(2500원) 먹어볼까요?

이 ‘공씨네’ 유명하죠. 무난한 맛입니다. 손에 기름이 묻는 것만 잘 보완하면 되겠어요. 한 끼 식사로 충분해 보여요. 바쁜 직장인이나 대학생들도 좋아할 거 같군요. 흠잡을 게 없어요.

기자 추억도 선사하고 간편해서 좋네요. 1~3위까지 뽑는다면요?

이 누들박스가 1위, 2위가 공씨네주먹밥, 3위가 꼬꼬마김밥이나 코코로벤또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코레일유통 등이 집계한 판매순위는 꼬꼬마김밥(꼬마김밥과 참치꼬마김밥), 공씨네주먹밥(참치김치주먹밥), 누들박스(팟타이) 순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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