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올리브티브이 제공
[매거진 esc] <한식대첩>과 함께하는 전국 한식 순례기
올리브티브이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한식대첩>이 11월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억원 상금의 주인공은 전남팀의 정금례(42), 이미자(57)씨다. 전남은 예부터 구례평야, 장흥평야와 같은 곡창지대와 영산강과 섬진강 등의 물줄기가 흘러 한반도의 젖줄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호남이 가물면 전국이 굶어죽는다는 소리가 있었겠는가! 거문도, 칠산도, 청산도, 흑산도, 돌산도 등의 섬을 아우르는 남해와 지리산 같은 험준한 산자락은 풍부한 식재료를 제공했다. 그런 이유로 조리법은 다채롭고 별미가 많다. 모양새도 별스런 낙지호롱구이는 낙지를 볏짚꼬치에 끼워 굽는 음식이다. 갖은 양념은 당연하고, 애벌구이부터 손이 많이 간다.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과 비교해도 우수하다는 평을 듣는 천일염도 전남이 주산지다. 홍어 한마리로도 홍어회, 홍어삼합, 홍어무침, 홍어애탕국 등 각기 다른 맛의 변주를 구사하는 곳이 전남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긴 드문 닭육회도 있다. 전남지역의 음식문화가 이렇다 보니 방송 전부터 누리꾼들은 전남팀 우승을 점쳤다.
정씨와 이씨는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7호 남도의례음식장 이애섭 선생의 제자들이다. 전라도전통음식보존연구회 회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실력을 닦은 이들이다. 정씨는 “의례 음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상차림”이라면서 조리법은 까다롭지만 건강 음식이라고 말한다. “흔히 전라도 음식 하면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담백한 것도 많다”며 “재료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고 정성을 다해 만들기에 ‘맛있다’ 소리를 듣는다”고 자랑한다. 따스한 기후 때문에 짜고 매운 저장음식이 발달했다. 전남팀은 호적수 경북팀과 막판까지 경합을 펼치다가 ‘5첩반상’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갈치의 새끼를 우리 동네에서는 풀치라고 하는데, 석쇠에 구웠죠. 먹기 직전에 참기름,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같은 걸로 양념했어요.” 5첩반상의 반찬에는 갈치새끼구이가 올라갔다. 정씨는 상금으로 몇년 전 도둑이 들어 잃어버린 결혼반지를 남편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우승은 전남팀이 했지만 전북팀인 이순환(62), 김명자(55)씨의 ‘해물곱돌솥밥’도 군산에서 유명한 맛이다. 전북은 ‘맛의 도시’인 전주가 있다.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국밥 등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가 있는 곳이 전북이다. 풍부한 식재료는 음식 문화 발달에 기본이다. 전라도 쪽으로 여행길을 잡은 이치고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이는 없다.
전남팀의 정금례씨는 “한식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한시간은 너무 짧았다”면서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배운 게 많다고 한다. “다른 지역의 음식을 보고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끝>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올리브티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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