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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신선도·새 안주 개발에 목숨 건다오”

등록 2013-11-20 21:13수정 2013-11-21 20:26

1 ’이꼬이’의 안주인 ’새우깡’과 ’가라아게’(닭튀김). 2 연남동 시실리의 들머리 간판. 3 시실리의 ’물곰탕’. 4 시실리의 주인 정환영씨는 바로 옆에 ’한우포차’도 같이 운영한다.
1 ’이꼬이’의 안주인 ’새우깡’과 ’가라아게’(닭튀김). 2 연남동 시실리의 들머리 간판. 3 시실리의 ’물곰탕’. 4 시실리의 주인 정환영씨는 바로 옆에 ’한우포차’도 같이 운영한다.
[매거진esc] 커버스토리 / 맛깔스런 술안주 이야기
주당 몰리는 서울시내 술집 두곳 ‘안주 전략’ 들여다보니
문턱이 닳도록 손님이 몰리는 술집에는 남다른 안주 전략이 있다. 규격화된 병 속에 든 술맛은 어느 집이나 비슷하기 마련이다.

서울 동부이촌동 ‘이꼬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동부이촌동 상권에서 수십년간 영업해온 술집들을 제치고 인기몰이 중이다. 주인 정지원(40)씨는 본래 대기업의 광고, 마케팅 업무를 했던 이다. ‘이꼬이’는 “술과 음식이 좋아서 연” 첫번째 자신의 가게다. 막상 일본식 소주나 사케를 주종으로 정하자 안주 구성이 걱정이 됐다. “당시 주변에는 전통 일본식 선술집과 중화풍의 일본식 선술집이 있었어요.” 경쟁자들이었다. “일본 가정요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과거 케이터링하던 시절에 정리해둔 레시피와 일본 여행길에 산 요리책 등을 죄다 꺼내 안주를 골랐다. “40가지가 됐는데, 모두 만들었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술값만 받고 맛보게 했다. 20대 청년부터 50, 60대 중장년층까지, 샐러리맨들부터 전문직 종사자와 대학생까지 불렀다. 성향과 개성이 다 다른 이들의 안주 평가는 중요한 자료가 됐다. 그런 과정을 통해 간장베이스에 심심한 ‘우동샐러드’, ‘가라아게’(닭튀김)가 등장했다. 최고 인기 안주다. ‘새우깡’은 이 집만의 별미다. 김장배추에 넣는 생새우를 튀겨낸 음식이다. “지인이 보리새우를 통으로 튀긴 안주 얘기를 해줬어요. 그 당시 김장철이라서 그냥 생새우를 튀기자 결정했죠.”

그는 안주를 만들다 보니 몇 가지 기준들이 생겼다. 첫째, 어떤 술하고도 잘 어울리는 안주가 있어야 한다. 우동샐러드와 가라아게가 그런 안주다. 둘째, 계절에 맞는 제철 안주를 내야 한다. 여름날 차림표에는 ‘냉가지나물’이, 겨울철에는 ‘오뎅나베’가 나온다. 셋째는 단골을 위해 늘 새로운 안주를 개발해야 한다. 단골들은 같은 안주에 쉽게 질린다. 어느 순간 발길을 끊는 수가 있다. 넷째, 손님의 의견을 철저히 수용한다. “<심야식당> 영화를 보고 그 안주를 해달라는 손님들이 있었어요.” 매달 ‘심야식당 데이’를 정해 새벽 4시까지 <심야식당>에 나온 안주를 선보이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빨간 볶음우동’은 술과도 잘 안 어울리고, 저희 집 안주풍과도 안 맞는데, 손님이 매콤한 맛을 원해 만들었죠.”

안주 개발에 실패한 적은 없을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해서 손님도 좋은 게 아니었어요.” ‘대파소스 닭튀김’이 그랬다. 그는 작년 여름에 일본 삿포로맥주 축제와 도쿄 긴자거리 여행을 했다. 모두 안주 개발을 위한 노력이었다. 혀에 새겨진 맛과 모은 자료들은 모두 안주가 된다. 그의 맛있는 안주가 입소문이 나면서 요리학원이나 식음료 기업체의 아카데미 등에서 안주 강의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일본 술은 간이 세지 않은 안주가 어울립니다. 풍미 때문이죠. 역사가 오래된 도가의 술은 향이 아주 그윽합니다.”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서울 연남동 ‘시실리’

오로지 안주의 신선도에 목숨을 거는, 요즘 뜨는 술집이다. ‘시실리: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이하 시실리)은 이른 저녁나절부터 앉을 자리가 없다. 강 건너에서까지 소문을 듣고 주당들이 찾아온다. 도루묵구이, 오징어순대, 홍새우 소금구이, 성게알, 참멍게, 섭(자연산 홍합)구이, 물곰탕, 도치회 등, 그야말로 바다를 옮겨왔다.

주인 정환영(43)씨는 장사꾼이 꿈이었다. 부친이 교사였기에 장사 기술을 부모님께 배울 수는 없었다. “가락동 시장에서 일하면서 파는 기술, 돈의 흐름을 배웠어요.” 정씨는 여행사 직원, 채소 유통업, 피자집과 패밀리레스토랑 운영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여러 가지를 해봐서 (여러 일들의) 장단점을 잘 알게 됐어요. 앞으로는 해산물, 특히 자연산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대세가 될 거다 생각했습니다. 해산물 유통업도 잠깐 했거든요.” 더구나 그는 강원도 속초가 고향이다. 아내 박경원씨도 같은 동네 친구다. 동해안의 모든 수산물은 눈 감고 뭔지 맞힐 수 있을 정도로 꿰고 있다. 차림표의 물곰탕은 속초에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그의 기억에 곰치(물곰)는 수산시장 가판대에도 못 올라갈 정도로 천대받던 생선이었다. “어린 마음에 다리가 닿으면 징그러워서 피했죠.” 하지만 세상이 변해서 속초의 물곰탕전문점인 ‘옥미식당’은 문전성시다.

그가 정한 안주에 관한 원칙은 차별성이다. “닭을 안주로 내더라도 다른 집과 달라야 합니다. 좀더 신선한 해산물을 문턱 낮은 곳에 와서 즐길 수 있는 게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물류비를 더 주고 당일 버스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의 전화번호부에는 동해안을 무대로 하는 해녀들의 번호가 빼곡하다. “할매들 바로 (멍게 등을) 따면 전화 옵니다.” 안주 정할 때 경계해야 할 점도 알려준다. “내가 좋아한다고 하면 안 됩니다.” 서울 마포의 ‘남해바다’, 강남구 신사동의 ‘뻘’과 ‘이치에’ 등도 시실리와 비슷하게 안주의 신선도가 경쟁력인 술집들이다.

가격 거품을 없애고 저렴하고 푸짐한 안주로 승부하는 집들도 있다. 서울 공덕동의 ‘원조마포할머니빈대떡’과 ‘소문난 집’, 서울 관수동의 ‘케이(K)1호프’나 을지로3가의 ‘만선호프’, 명륜동의 ‘민들레처럼’ 등이 있다. 올해 2월 화재로 소실된 ‘육미’도 그들 중 하나였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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