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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구들방 몸 녹이는 재미에 손님들 인기 짱!

등록 2013-10-16 20:22수정 2014-07-04 10:40

도서출판 삼인 홍승권 부사장이 최근 지인들과 손 수 지은 흙구들집 앞에 앉았다. 33㎡ 넓이 안에 방 두 칸과 화장실을 넣었다. 왼쪽에 화끈한 성격의 진돗개 은비가 집에서 나오고 있다.
도서출판 삼인 홍승권 부사장이 최근 지인들과 손 수 지은 흙구들집 앞에 앉았다. 33㎡ 넓이 안에 방 두 칸과 화장실을 넣었다. 왼쪽에 화끈한 성격의 진돗개 은비가 집에서 나오고 있다.
[esc] 살고 싶은 집

넉달 동안 손수 땅 파고 흙벽돌 올려 지은 삼인출판사 홍승권 부사장의 괴산집 아담한 흙집 별채
도서출판 삼인의 홍승권(52) 부사장은 2011년 서울 은평구에서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으로 이사를 했다. 마흔이 넘으면서부터 시골에서 흙을 접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한다. 중부고속도로 증평 인터체인지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새터’라고 부르는 곳에 그의 집이 있다. 집은 뒤편에 언덕이, 앞으로는 개울이 놓여 배산임수의 지세를 갖췄다. 밤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앉으면 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달빛에 비치는 언덕 위 낙엽송 군락도 아름답다.

처음 시골로 이사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5년여가 더 흘러, 사람들과 인연이 닿아 괴산으로 아예 터전을 옮길 수 있었다. 주중엔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서 지내고, 주말엔 가족들과 시골에서 지낸 지 벌써 3년이다. 아들 준화(21)씨는 아버지에 대해 “시골에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정말 잘 어울려 지내시는 것 같다. 돈을 더 많이 번다면 아버지가 지금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고 되물었다.

구들방 내부 모습.
구들방 내부 모습.

수도권에서 학교를 다니는 첫째 딸 남화(24)씨를 뺀 나머지 식구들은 곧 새 생활에 적응했다. 둘째 딸 세화(15)양은 집 근처 일반 중학교에 다니고, 아들은 상근예비역으로 집에서 출퇴근을 한다. 아내 함영란(48)씨도 베테랑 수간호사의 경험을 살려 집 근처에서 적당한 일을 구했다. 그밖에도 열정적인 진돗개 은비와 샘 많은 터줏대감 단비, 그리고 만삭의 까만 길고양이 비비와 짝꿍 고양이 티코도 함께 지낸다. 고양이들은 밤이 되면 실내에 들어와 피아노 의자건 어디건 아무 데나 제집처럼 늘어져 잠을 잔다.

아들 준화씨가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다.
아들 준화씨가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다.

대지 826㎡(250평)에 본채는 99㎡(30평)다. 최근 홍 부사장 가족은 원래 있던 하얀 집 옆에 작은 흙집 한칸을 완공했다. 지난봄부터 여름까지 33㎡(10평)짜리 별채를 만든 것이다.

“시골로 온 뒤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흙집을 만들었죠. 전기 없이도 난방이 가능하고 효율이 좋으면서 건강에도 좋은 구들방을 손수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홍승권)

원래 손님들의 방으로 쓰던 2층은 여름엔 다소 덥고 겨울엔 추워 접대하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그 방에 책을 올려 온가족의 서재 겸 쉼터로 만들고, 손님들한테 새집을 내줄 생각으로 야심차게 음성 흙집학교에 등록해 집짓기를 배웠다. 착공은 지난 4월7일. 공사 완료는 8월이었으니 딱 넉달이 걸렸다. 공사 기간을 당기려고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고, 구들은 전문가의 손을 빌렸다.

정화조 파기, 기초하기, 구들 놓기, 흙벽돌 올리기, 배수를 위한 유공관 묻기… 차근차근 일을 진행해 나갔다. 홍 부사장은 “힘든 육체노동의 연속이었지만 뼈대가 올라가는 모습을 나날이 지켜보는 기쁨에 힘든 생각이 싹 사라지기도 했다”고 한다. 포클레인을 불러 유공관 자리를 파고 남는 흙으로 예정에 없던 작은 동산을 만들어가며 쏠쏠한 재미도 느꼈다. 하지만 주문한 돌에 석분이 너무 많이 섞였다든지 물기가 올라온다든지 하는 생각지 못한 난관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평당 500만원 이상 단가 줄이기 위해
직접 흙집학교 등록해 집짓기 배워
시행착오로 아쉬움도 많지만
쾌적하고 운치 있어 손님들은 대만족

“전문가한테 흙집 짓기를 맡기면 평당 단가가 500만원 이상이 드는데 돈은 없고 하니, 직접 10평짜리 흙집을 딱 2000만원으로 지어보자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총액은 3400만원 정도로 예산보다 70%나 더 늘어났어요. 직접 집을 지으면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100%까지 더 든다고 하는데 그걸 알았다면 착공을 못했을지도 모르지요.”

천장에 샌드위치 패널을 올리고 컬러 강판을 입혀 지붕 단열은 다소 부족하다고 느낀단다. 예산 부족 탓이 크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습기였다. 건축물의 벽체나 기둥의 하중을 지지하는 콘크리트로 집의 기초를 만들 때 좁고 길게 도랑 모양으로 파고 다지는 것을 ‘줄기초’라고 하는데, 일단 그렇게 기초를 해놓고 나니 바닥의 습기를 막기가 힘들었다. 시행착오를 거쳐 알게 된 건 물기가 있는 바닥이라면 기초를 넓게 한판 통째로 다지는 ‘통기초’로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구들방 한쪽엔 편백나무(하노키) 패널을 대 은은한 향이 나게 했다.
구들방 한쪽엔 편백나무(하노키) 패널을 대 은은한 향이 나게 했다.

“불을 피우는 아궁이 바닥에 10㎝ 정도 물이 차서 말 그대로 낭패였죠. 이걸 해결하려고 두달 정도는 걸린 것 같아요. 결국 파이프를 묻어서 흘러나오게 해 물이 차는 건 막았지만 근본적으로 땅 밑에서 올라오는 물기마저 잡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습기 있는 땅에 집을 지으려면 반드시 통기초를 하세요.”

누가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고 했던가. 비가 온다고 마음 편하게 쉬지 못했다. 비닐로 덮어놓은 데는 문제가 없는지, 아궁이에 물은 고이지 않는지 수시로 확인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바닥공사는 힘들었지만 벽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외벽과 내벽의 두께는 각 20㎝로 잡았다. 가로 13㎝, 폭 5㎝ 되는 흙벽돌을 각각 두겹으로 쌓고 가운데 5㎝ 정도는 왕겨를 넣어 벽체 두께를 무려 45㎝로 만들었다. 단단하고 단열이 잘되는 벽이다.

집주인은 아쉬움이 많다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무척 좋은 편이다. 아궁이에 나무를 넣고 4~5시간 정도 지나면 방바닥이 뜨끈해지고 이틀 정도 뜨거운 기운이 유지된다. 실내도 꽤 운치가 있다. 분홍색의 흙 색깔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은은한 향기까지 감돈다. 천장과 한쪽 벽을 편백나무(히노키 패널)로 마감한 덕이다. 근처 폐교에서 가져온 나무 폐자재를 다듬어 출입구나 창 위에 가로놓아 벽을 떠받치는 수평재인 ‘인방’으로 쓰기도 하고 벽에 걸어놓으니 보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실내가 완성됐다.

“아직 손을 볼 데가 더 있어요. 바닥은 한지를 깔고 콩댐을 할 거고, 지붕에 못 쓰는 이불이라도 올려 단열을 보강하려고 합니다.”

본채와 별채 뒤 언덕에 낙엽송 군락이 보인다.
본채와 별채 뒤 언덕에 낙엽송 군락이 보인다.

집짓기가 끝났지만 시골에는 할 일이 많다. 올해는 “동네 형님들”과 함께 600평 벼농사를 지었다. 탄저병 때문에 건진 것이 없지만 고추도 1500주 심었다. 40주 심은 사과나무도 돌봐야 한다. 시골에서 동네 사람들과 흙일을 하면서 위로받는 것이 많단다. 이사 뒤 좋은 점을 물으니 “흙을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꼽는다. 홍 부사장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런 넋두리를 해두었다.

“괴산에서의 생활이 즐겁기는 한데 술 먹는 빈도는 줄지 않았고, 외려 아내와의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나와 아내의 술살은 나날이 찌고 있다…. 주말마다 틈만 나면 산행을 하자고 최근 마음을 다잡았지만 하산 후 입맛 땡기는 술은 결코 우리를 일찍 놔주지도 않고 가벼운 안주로 끝나게 하지도 않는다. 하여 우리의 배는 뒷산 높은 줄 모르고 솟아만 간다… ㅠㅠ”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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