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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우리를 여행하게 한다”

등록 2013-09-11 20:42수정 2013-09-12 15:37

주로 아시아를 여행하며 블로그와 전자책을 써온 박건우·미키씨 부부.
주로 아시아를 여행하며 블로그와 전자책을 써온 박건우·미키씨 부부.
[esc] 커버스토리 여행작가 되는 법
전세계를 집 삼아 살면서 개성있는 방식으로 삶을 기록하고 있는 두 부부 이야기
블로그나 유튜브로 매일의 여행기를 기록하는 사람들, 아직 작가는 아니므로 여행기록자라 부른다. 1년 해외여행자 1300만 시대, 예전엔 오지를 찾아 발을 넓혔다면 지금 여행기는 독특한 삶의 주제로 눈을 돌린다. 한 도시를 정해 1개월씩 살아보는 생활여행을 떠난 백종민·김은덕씨 부부와 아시아 여러 나라를 집 삼아 살아가는 박건우·미키씨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 도시에서 한달’ 백종민·김은덕씨

백종민(32)·김은덕(31)씨는 지난 3월21일 한국을 떠났다. 결혼한 지 10개월 되던 때였다. 결혼식 때 가족·친구들을 모아놓고 했던 “결혼하면 세계여행의 꿈을 이루겠다. 아르헨티나로 가서 소고기를 맘껏 먹겠다”던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둘이 하는 여행은 또 달랐다. 그들 부부는 생활인 관점에서 세계를 돌아보겠다며 한 도시에서 한 달씩 머물 계획을 세웠다. 9월5일 전자우편을 보내보니 그들은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터키 이스탄불,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등을 거쳐 지금은 영국 런던에 머무르고 있었다.

2년 동안 24개 도시를 돌 예정인 백종민·김은덕씨 부부와 그들이 만드는 블로그진의 첫 페이지. 각 작가 제공
2년 동안 24개 도시를 돌 예정인 백종민·김은덕씨 부부와 그들이 만드는 블로그진의 첫 페이지. 각 작가 제공

꼼꼼하고 성실한 기록자다. 지금까지 9개 도시의 여행 기록으로 블로그(http://1city1month.net/70167085692)에 올린 글이 300개가 넘는다. 모두 2년 동안 세계를 돌며 사람, 장소, 이웃, 사건으로 매주 4~5개의 에세이를 쓰기 때문에 한 도시의 여행이 끝나는 4주 뒤에는 20여개의 글이 남는다. 일주일에 한번 글들을 모아 전자 잡지처럼 블로그진도 만든다. 현지 축제, 거리 모습, 숙소를 담아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도 50개가 남는다.

부부는 쿵짝이 잘 맞는다. 한국에서 마케팅 일을 했던 김은덕씨는 자신들의 여행기를 글, 사진, 동영상으로 담는 기획자 역할을 하고 영화제 스태프로 일했던 백종민씨는 주로 동영상과 사진을 찍는다. 글은 함께 쓴다. 이토록 생산성 높은 여행이라니. 부인 김은덕씨는 “서른 넘긴 부부가 한창 일해야 할 시기에 전세금마저 빼서 세계여행을 나섰으니 오죽했겠냐. 처음엔 신났지만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여행 뒤가 걱정됐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닥치는 대로 여행 에세이들을 읽었다. 그렇다고 에세이만 남기면 남들과 비슷해 보일 것 같아서 고민 좀 했다”고 설명한다. “월요일마다 블로그진을 발행해야 하니까 억지로라도 자판을 두드리기 위해 글감을 찾아 밖으로 나서야 한다. 되레 기록이 우리를 여행시키고 있다”는 게 남편 백종민씨의 말이다.

그들이 에어비앤비에서만 머문다는 점도 특이하다.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이 빈방을 여행자에게 빌려준다는 공유경제 형식의 숙소다. “처음엔 값이 싼 게 가장 큰 장점이었지만 여러 지역 주민 집을 거치다 보니 현지인들의 생활이 잘 보이는 게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떠날 땐 친구가 된다”는 점은 보너스다. 집주인이 갱스터라는 소문에 떨기도 하고, 자메이카 출신 주인 아주머니와 밤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여행하며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고 있는 중이에요. 한국에 돌아가면 저희도 공동체 비슷한 걸 만들고 싶거든요. 거창한 건 아니고 마음 맞는 사람들, 특히 1인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 주방이며 거실이며 함께 공유하면서요.” 길 위에서, 남의 나라 낯선 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셈이라 부부 싸움도 만만치 않단다. 성격 급한 부인은 남편에게 “내가 고용주라면 너 같은 직원은 당장 잘랐을 것”이라며 언성을 높이고, 느긋한 남편은 부인에게 “너는 맨날 불나방처럼 군다”고 투덜거리지만 어쨌거나 여행은 계속된다.

2년 동안 24개 도시를 돌 예정인 백종민·김은덕씨 부부와 그들이 만드는 블로그진의 첫 페이지. 각 작가 제공
2년 동안 24개 도시를 돌 예정인 백종민·김은덕씨 부부와 그들이 만드는 블로그진의 첫 페이지. 각 작가 제공

‘아시아의 구석에서’ 박건우·미키

이것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 ‘글로벌 거지 부부’(http://parkkunwoo.tistory.com/)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중인 박건우(30)씨는 6월에 일자리를 구하러 일본에 갔다가 7월에 돌연 대만으로 떠났다. 대만의 한 농장에서 일손을 도우며 사는 듯하더니 9월엔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도 여관에 살며 가끔은 통역도 하고 막노동도 하며 일당을 받는 그는 정해진 집이 없기 때문에 딱히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세울 것도 없어 보였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자격증도 없지만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있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일진 학생들과 교사, 고등학교의 절대권력자들과 하나같이 사이가 안 좋았던 탓에” 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그가 2004년 처음 일본 땅을 밟은 것이 시작이었다. 3년 전엔 타이 방콕에서 일본인 부인 미키(39)씨를 만나 “국적도 연령도 한방에 쌩까고” 결혼했지만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타이, 대만, 인도 등 10년 세월의 절반을 외국에서 보내며 마음도 발도 자유로웠지만 기록은 착실했다. 인도 쿰브멜라 축제에선 한 힌두교 수행자의 텐트에 얹혀 잠을 자고 일본에선 고철을 주워 파는 그의 일상을 블로그로 중계해왔다. 미키는 그를 너그럽게 지켜봐왔다.

“인품이나 능력보다는 용모, 학력을 따지는 사회에서 별별 일을 겪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살기 어려운 인생으로서 뭔가 시사하고 싶었다”는 게 박씨의 말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2차 성징기의 반항아처럼 살고 있다. 사회적 모범답안에 예외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글을 과격하고 단호하게 쓴다”고도 했다.

글로벌 거지 부부의 여행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아무리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해도 외국인들은 그의 행색을 보고 북한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어디를 가든 사기꾼·호객꾼은 늘 빠지지 않는다. 부인을 만나러 일본에 갔지만 입국을 거절당하자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아리랑을 불러서 위기를 모면했다. 박건우씨는 ‘갠지스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십상이었던 그들 부부의 솔직한 여행담에다가 그가 ‘도촬’이라 부르는 적나라한 현지 사진들을 모아 전자책 ‘아시아의 구석에서’를 펴내기도 하고, 교보문고 북뉴스 사이트에서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글은 주로 ‘멍 때릴 때’ 써요. 의무감으로 쓴 글은 나중에 읽어보면 재미가 없더라고요. 사진은 많이 안 찍는 편이에요. 기를 모았다가 이건 꼭 찍어야겠다 싶을 때 찍고, 쓸 사진만 빼곤 나머지는 그 자리에서 다 버립니다. 여행지 날것 그대로를 전하기엔 그 자리에서 느끼는 게 제일 정확하죠.”

올가을에는 그의 여행기가 출판될 예정이다. 월 29만원짜리 여관에 살다 훌쩍 떠나는 그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부럽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 “진짜 부러운가요? 부러우면 저처럼 살면 됩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여행책 쓰기 이렇게 시작해보자

① 글쓰기

느낀 대로 내키는 대로 보여주고 싶은 대로 써나가는 게 여행기다. 하지만 여행기도, 아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쓰는 것이다.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담은 여행기는 여행지에 대한 탄탄한 이해와 다양한 정보 습득에서 나온다.

특히 역사와 지리에 대한 이해는 기본. 재미있고 깊이 있는 여행기는,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유산, 자연과 지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는 글을 쓸 때 자신감을 갖고 다뤄 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현지에선 되도록 많은 사람과 만나도록 한다. 책 속에 든 정보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는 날것의 정보를 만나는 방법이다.

특별한 경치들이나 전통시장·문화유산·인물 등 테마를 정해 집중적으로 탐방해보는 것도 여행기 쓰기에 유리하다. 무엇인가를 느꼈다면 곧바로 기록하는 게 좋다. 여행지에서의 느낌, 감동은 그 자리에서 그 순간에 기록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꼼꼼히 기록할수록 풍성한 여행기를 위한 든든한 밑천이 마련된다. 개성적인 여행기를 쓰려면, 되도록 흔히 쓰이는 미사여구나 진부한 표현은 자제하는 게 좋다. 극찬의 되풀이나 공감이 안 되는 사적인 이야기의 나열도 읽는 이를 식상하게 한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② 사진 찍기

여행서는 글만큼 사진도 중요하다. 여행서 사진은 대략 2가지. 여행지의 풍경 사진과 기록 사진. 아름다운 풍경 사진은 책의 품격을 높여주고, 독자를 단박에 끌어들인다. 피사체를 가장 황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궁합이 딱 맞는 빛을 찾아내는 게 중요. ‘언제 찍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같은 피사체라도 찍는 ‘때’에 따라 색도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 하루 종일 찍거나 흐린 날, 맑은 날, 비 오는 날 등 다양한 조건에서 찍어보는 것도 좋은 사진을 얻는 방법이다. 내세울 만한 근사한 사진 한두 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45도 정도에서 피사체를 비추는 빛이 적당하다. 실패의 확률이 작다. 하지만 좀더 극적인 사진을 만들려면 역광이 좋다. 낙엽 등의 잎사귀에 비추는 역광조차 아름다운 질감을 드러내 감동을 준다. 뾰족한 성당 등 굴곡 많은 건축물은 측면광이 유용하다. 망원렌즈부터 광각렌즈까지 다양한 렌즈 사용은 필수사항. 수평·수직 맞추기와 좌우대칭 피하기는 구도의 기초다.

꼼꼼하게 찍은 여행지 기록 사진은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도로 표지판, 이정표, 골목에서 뛰는 아이들, 이국적인 소품, 치즈 한 조각, 뭐든 놓치지 말고 찍어라. 생동감은 촘촘한 기록에서 온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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