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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멋쟁이 그 남자가 옷입는 법

등록 2013-09-04 20:46수정 2013-09-05 17:24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초가을 출근복을 주문하자 ‘대기업 패션피플’답게 이들은 마치 짠듯이 올가을 유행색인 푸른색 계열로 맞춰입고 등장했다. (맨 왼쪽부터) 정현훈씨는 동그란 안경과 접어 입은 청바지, 지승렬씨는 직접 만든 구슬 팔찌와 니트 넥타이, 윤두석씨는 부토니에르와 양말에 ‘힘’을 줬다.
[esc] 커버스토리 비즈니스 캐주얼 잘 입기

발목이 보이고 통 좁은 바지, 재킷 위에는 깜찍한 부토니에르. 몇년 전만 해도 패션 화보에나 등장했을 법한 감각적인 비즈니스 캐주얼로 무장한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멋 내느라 일은 언제 하냐고 생각하는 당신, 옷차림도 마인드도 한참 뒤처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넥타이 부대’ 상당수가 이제는 넥타이를 ‘폼’으로 매고 다닌다. 2000년대부터 다수의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자유복이나 비즈니스 캐주얼을 도입하고 복장 규칙을 완화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요즘 서울 남성 직장인들의 패션감각은 뉴욕, 밀라노에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받는다. 남성 대기업 사원들은 어떤 기준으로 옷차림을 고민할까? 몇몇 대기업에서 ‘패션 피플’로 추천받은 남성 직원들을 모아 직장인 패션에 대해 방담을 벌여봤다. 엘지패션 지승렬(31·마케팅실)씨, 현대홈쇼핑 윤두석(29·마케팅팀)씨, 씨제이이앤엠 스토리온 채널 정현훈(29·마케팅 파트)씨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 초가을에 어울리는 출근복을 입고 모였다.

-다들 옷차림이 자유로워 보인다.

지승렬(이하 지) 평소 옷에 관심이 많아 블로그도 운영한다. 매일 아침 출근복을 입고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데, 하루 최고 5000명 정도가 방문하기도 했다. 남자들이 전체 방문자의 70%에 이른다. 회사에는 복장 규정이 있어 월·화·목요일은 ‘포멀’, 수·금요일은 ‘캐주얼’을 입도록 돼 있다. 캐주얼데이에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기도 한다.

윤두석(이하 윤) 오늘, 회사에 면접 볼 때 매고 나갔던 넥타이를 매고 왔다. 회사의 기업이미지(CI)가 갖고 있는 주황색 포인트 컬러에 현대홈쇼핑의 ‘에이치’(H) 스펠링이 들어가 있는 넥타이다. 회사에 복장 규정은 따로 없지만, 윗옷에 칼라는 꼭 있어야 한다. 재킷이나 넥타이는 ‘패션 포인트’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착용하는 편이다.

정장에는 화이트 셔츠 하나면 되지만,
캐주얼 정장은 정말 쉽지 않다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서 캐주얼을
입으라고 하면 그것도 고민이다

정현훈(이하 정) 우리는 방송이나 영화 등 문화를 다루는 일이라 복장이 자유롭다. 넥타이는 오히려 안 매는 게 일반적이다. 회사에 여러 채널이 있어 문화가 다르지만 예컨대 관리부서 사원들은 임원 보고 때문에 현장 피디들보다 좀더 포멀하게 입는 편이다. 그룹 차원에서 면접을 볼 땐 정장을 입고 오라고 해 감색 슈트를 입고 갔었다. 입사 뒤엔 지금처럼 데님 차림을 즐긴다.

사실 정현훈씨처럼 위아래 ‘청-청 패션’으로 입는 게 쉽지가 않다. 정말 센스 있으신 것 같다. 바짓단을 접은 것도 남다르다.

여러 방법으로 바짓단을 접어봤는데, 아무래도 얇게 접는 건 안 어울리더라. 바지통은 정말 중요해서, 아주 붙는 건 아니고 적당해야 한다. 내 경우엔 옷을 입었을 때 바지통이 약간만 커도 사람이 너무 붕 떠 있는 것처럼 ‘키다리 아저씨’ 같아 보인다. 자기 체형을 잘 활용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다.

바지통은 정말 중요하다.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정말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여자들은 바지를 입으면 예쁘고 쫙 달라붙는 스타일이 나오는데 우린 왜 그런 건지…. 내 경우 허벅지가 다른 신체에 비해 굵다. 어떻게 하면 체형을 극복하고 내 몸에 맞는 통을 찾을지 수선도 많이 해보고, 정말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다.

예전엔 바지통이 큰 ‘아저씨 패션’이 정해져 있었는데, 요즘은 나이가 좀 있는 팀장들도 에스피에이 브랜드의 날렵한 바지를 사서 젊게 잘 소화한다. 홈쇼핑 구매자들이 젊어 보이는 제품을 선호하는데, 회사 안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신입사원들은 아예 무지개색 바지를 다양하게 시도하더라.

우리 회사에서 스타일 변신으로 유명한 아무개 차장님의 경우에도 작년 여름부터 바지를 몸에 맞게 수선해 입고 스타일이 완전히 변했다. 바지통은 0.5㎝의 작은 차이가 옷맵시를 완전히 좌우한다. 요즘은 바지 길이도 중요하다. 구두 위로 두세번씩 접어 입으면 다리가 짧아 보인다. 젊은 사람들은 트렌드를 따라 다소 ‘깡총하게’도 입으나 바지가 구두를 살짝 덮는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짧은 바지를 입었을 때 양말이 보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페이크 삭스’(덧버선 형태의 목이 낮은 양말)를 주로 신고, 양말을 잘 안 신는다. 누군가 주의 깊게 봤을 때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대놓고 멋쟁이라기보다는 센스 있다고 느낄 정도가 좋다.

다리가 길어서 바지가 항상 짧은데 지금은 짧은 바지가 유행이라 다행이다. 예쁜 양말로 그 틈을 커버하는 걸 즐긴다.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색깔별 양말이 있다. 지금 상의에 부토니에르를 단 것처럼 작은 돈을 들여 포인트로 큰 효과를 주는 것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비즈니스 캐주얼’을 강조하는 곳이 많은데, 너무 막연하지 않나?

우리 회사는 그룹 차원에서 비즈니스 캐주얼을 ‘티피오(TPO: 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입는 것’이라고 정의해 알려줬다. 상대방이 봤을 때 포멀한 느낌이 안 들면 비즈니스 캐주얼이 아니라 아예 캐주얼이라고 하더라. 포멀한 느낌이 들되 좀더 자유로운 것이 비즈니스 캐주얼이다. 셔츠, 노타이, 핏감을 살린 바지 정도다. 정장 바지는 비즈니스 캐주얼이 아니다. 너무 정장은 아니지만 포멀한 느낌이 아예 없으면 안 된다.

사실 그런 게 정말 어려운 거다. 그냥 정장에는 화이트 셔츠 하나면 되지만, 캐주얼 정장은 정말 쉽지 않다. 본인이 옷 입기에 관심이 많으면 괜찮지만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서 캐주얼을 입으라고 하면 그것도 고민이다.

아직까지는 옷차림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회사가 많다. 누군가 행커치프가 붙은 재킷을 입고 갔는데 상사가 그 자리에서 바로 뜯어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은 길이가 짧은 바지가 유행인데 “너는 무슨 거지처럼 입었냐”고 타박을 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패션이 확실히 경쟁 요소가 됐다. 예전엔 패션감각이 있으면 ‘날라리 같다’든지 ‘멋만 부리고 일은 안 한다’는 관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갖춰 입은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 이제는 ‘옷에 좀 신경을 쓰라’는 얘기를 반대로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해도 요즘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 나오는 소지섭씨처럼 일상적으로 더블브레스티드 슈트(더블 재킷)를 입고, 길이가 깡총한 바지에 양말을 안 신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윤·정 (이구동성) 그런 패션은 아무나 소화할 수 없다. 몸매도 돼야 한다.(웃음)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몸매인 건가?

내 경우 헤어스타일에 많이 신경쓴다. 머리카락을 한가닥 한가닥 매만져야 한다. 아무리 옷을 잘 입어도 헤어스타일이 안 좋으면 전체 스타일링을 망치기 때문이다. 파마를 하면 손질이 쉬워서 두달에 한번 정도 한다. 왁스는 강도에 따라서 네 종류를 쓴다. 해외 직구로도 구매한다.

‘머리발’이 확실히 크다. (얼굴이 작은데?) 얼굴이 작아서 오히려 더 그렇다. 머리랑 얼굴이랑 비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전체적 이미지가 헤어스타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심지어 고데기를 쓰고, 출장을 가야 해서 머리 손질이 어려울 땐 파마를 한다. 좋은 왁스를 찾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다. 잘 씻기면서도 잘 고정되는 게 중요하다.

나는 다른 것보다 안경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사람들이 봤을 때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나에 대해선 늘 ‘동그란 안경’을 먼저 떠올린다. 안경이 한 6개 정도 되고 테의 굵기나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둥근 모양이다. 대학교 때 내게 이런 모양이 어울린다는 것을 찾게 됐다. 동그란 안경을 끼면 사람이 왠지 독특하면서 똑똑해 보이는 것 같고, 근성이나 고집이 있어 보인다.

-대기업 입사 면접 철인데, 후배들에게 옷 입기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자기 스타일을 알고 면접 복장을 했으면 한다. 무조건 공식을 따르지 말고, 내가 가진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색깔과 느낌을 갖고 갔으면 한다. 사실 사람이 하는 게 면접이니까, 포멀한 복장에서도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것이 좋겠다. 예컨대 안경이나 타이의 색깔도 약간 비틀어주는 게 필요하다.

면접은 격식을 지키면서 개성을 표현해야 한다. 회사의 상징색을 활용 포인트로 하고 그 회사를 존중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그 회사를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임원들이다. 내 경우 회사 상징색에 맞는 행커치프 천까지 사서 만들고 꽂아서 연출했다. 부토니에르처럼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옷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게 입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차분하고 포멀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을 지키는 것이 낫겠다. 우리 회사는 ‘캐주얼 면접’이라 정말 튀게 입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 들어오는 질문에 잘 대답하면 좋지만, 패션회사의 고수들 앞에서 괜히 아는 척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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