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왼쪽부터 딥티크 롬브르 단 로, 아닉구딸 쁘띠뜨 쉐리, 펜할리곤스 블루벨, 조 말론 런던 라임 바질 앤 만다린,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 랑콤 미라클.
[esc]
화장품 시장의 침체 속
향수 매출 쑥쑥 성장
수십만원대 고가 향수
속속 한국 상륙 지속된 불황 속
관심있는 제품에
과감히 돈 쓰는
가치 소비의 경향 향수 시장이 커지고 있다. 가히 ‘향기 대전’이라 불릴 만하다. 가수 리쌍이 “음… 오빠는 다 알아. 랑콤 미라클 쓰네”(‘별을 따라’)라고 노래했듯,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의 고급 향수들은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아 왔다. 샤넬 넘버파이브, 디오르 쁘와종, 랑콤 미라클, 에스티로더 플레저 등은 향수의 스테디셀러로서 10년 이상 한국 시장에서 굳건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세계를 휩쓴 경제불황 시기에 향수 시장은 대중화보다 개인화로 맞섰다. ‘오빠의 예전 여자친구’와 겹치지 않는 ‘나만의 향’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향수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다. 영국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컴퍼니스 앤 마케츠’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세계 금융위기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억제하는 환경 속에서 향수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섰고, 2011년 매출 증가율은 6%로 200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보건산업동향 주간브리핑, 2013년 1월11일). 지난해 말 삼성패션연구소는 ‘2010년 패션산업 10대 이슈와 2013년 전망’ 보고서에서 “지속된 불황으로 적은 돈으로 최상의 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효율적 소비성향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항상 저렴한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도 선뜻 구매하는 가치 소비의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화장품에 견줘 상대적으로 고가인 향수 시장이 증가하는 것도 ‘가치 소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배경에는 ‘니치 향수’ 마케팅이 있다. ‘니치’는 원래 틈새시장을 뜻하지만, 요즘 화장품 마케팅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최고급 제품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쓰인다.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2011년 글로벌 향수시장에서 신제품은 하루 3개가 출시되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니치 브랜드는 소규모 생산에 승부를 걸어 성공을 거뒀다. ‘향기의 개인화’를 바라는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자신만의 특별한 향기를 얻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고가 향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향수 가격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10배 이상 비싸지만 판매량은 급증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향수 매출 분석 결과, 일반 향수 매출 신장률은 전년도에 견줘 10%에 그친 반면 니치 향수는 최대 60%에 이르렀다. 이는 서울의 강남뿐 아니라 전국적인 경향으로 나타난다. 니치 향수 브랜드인 딥티크의 현경선 과장은 “한국 고객층의 선호도가 짧은 시간 안에 높아져 매년 10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지역매장의 판매율도 2배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펜할리곤스 홍보팀 김혜현 대리는 “지방에서 살거나 거리가 멀고 너무 바빠 매장을 직접 찾을 수 없지만 시향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택배비를 받고 밀봉한 시향지를 보내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고가 향수 체험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고급 향수 전쟁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국내 백화점엔 딥티크(프랑스)가 2009년 들어왔고, 2011년 세르주 루텐(프랑스), 2011년 펜할리곤스(영국), 2012년 조 말론 런던(영국)이 입점했다. 한국 백화점에서 세계 최고의 향수 종주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치열하게 순위다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도 2012년 세계적 고가 향수인 아닉구딸(프랑스)을 인수하면서 직접 개발한 롤리타 렘피카와 함께 쌍두마차 체제를 구축했다. 아닉구딸은 피아니스트이자 모델인 아니크 구탈이 만든 프랑스의 대표적 고가 향수 브랜드다. 남녀 구분이 없는 ‘젠더리스’ 향 위주인 고가 상품의 틈새에서 아닉구딸은 관능적이고 섹시한 가죽향(레더향)의 남성향수를 내놓아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향수 레이어링’의 유행도 식지 않고 있다. 두 가지 라인의 다른 향기를 섞어 쓰거나, 보디워시 또는 로션 제품과 향수를 함께 써 잔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아닉구딸, 조 말론 런던, 딥티크, 펜할리곤스 모두 비누나 보디용품, 오일, 파우더 향수 등 향기 화장품도 전진배치하고 있다. 향수 레이어링을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한 조 말론 런던 쪽은 “서로 다른 계열을 섞어 쓰면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같은 계열의 로션이나 향수끼리 조합을 하면 자연스럽고 오래가는 향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초화장품으로 인기가 높은 키엘도 스테디셀러 향수인 ‘오리지널 머스크 넘버원’과 더불어 쓸 수 있는 ‘아로마틱 블렌드’를 최근 선보여 레이어링 열풍에 가세했다.
향료 농도가 3~10%로 2~3시간 지속되는 ‘오드투알렛’이나 ‘오드콜론’(오드콜로뉴)이 아닌 퍼퓸(향료 농도가 15~25%로 6~7시간 지속)의 경우, 굳이 다른 계열의 향을 섞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백화점의 퍼퓸 매니저는 “조 말론 때문에 다른 계열의 향기 제품을 함께 쓰는 ‘센트 레이어링’이 국내에 유행했지만, 다른 브랜드들은 유럽 본사에서 한국 판매직원들에게 강의를 와서도 절대 다른 계열의 향수를 함께 쓰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딥티크나 펜할리곤스, 세르주 루텐 등은 레이어링한다면 같은 향조의 제품을 겹쳐 쓰는 방법을 권장하는 쪽이다. 플로럴 계열 향수라면 보디 제품이나 샴푸 등도 같은 플로럴 계열과 함께 쓰라는 식이다.
향수 판매에서 유명인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매우 크다. 딥티크는 ‘고현정 향수’, 아닉구딸은 ‘고소영 향수’, 펜할리곤스는 ‘다이애나 향수’라며 대중의 관심을 먼저 끌어모았다. 에뛰드하우스는 최근 아이돌 그룹인 샤이니 멤버들이 참여해 각각 좋아하는 여성상을 토대로 한 패키지 디자인과 그들이 직접 참여한 워터타입 향수를 만들어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향료연구팀 이은주 시니어 스페셜리스트는 “알코올 함량이 적은 워터타입 향수는 자극적이지 않고 수분을 많이 함유해 보디미스트로 쓸 수 있다. 오드투알렛처럼 강하지 않아 향수를 처음 접하는 10~20대에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제품협조 조 말론 런던, 딥티크, 펜할리곤스, 키엘, 랑콤, 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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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소비의 경향 향수 시장이 커지고 있다. 가히 ‘향기 대전’이라 불릴 만하다. 가수 리쌍이 “음… 오빠는 다 알아. 랑콤 미라클 쓰네”(‘별을 따라’)라고 노래했듯,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의 고급 향수들은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아 왔다. 샤넬 넘버파이브, 디오르 쁘와종, 랑콤 미라클, 에스티로더 플레저 등은 향수의 스테디셀러로서 10년 이상 한국 시장에서 굳건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세계를 휩쓴 경제불황 시기에 향수 시장은 대중화보다 개인화로 맞섰다. ‘오빠의 예전 여자친구’와 겹치지 않는 ‘나만의 향’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향수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다. 영국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컴퍼니스 앤 마케츠’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세계 금융위기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억제하는 환경 속에서 향수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섰고, 2011년 매출 증가율은 6%로 200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보건산업동향 주간브리핑, 2013년 1월11일). 지난해 말 삼성패션연구소는 ‘2010년 패션산업 10대 이슈와 2013년 전망’ 보고서에서 “지속된 불황으로 적은 돈으로 최상의 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효율적 소비성향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항상 저렴한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관심 있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도 선뜻 구매하는 가치 소비의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화장품에 견줘 상대적으로 고가인 향수 시장이 증가하는 것도 ‘가치 소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배경에는 ‘니치 향수’ 마케팅이 있다. ‘니치’는 원래 틈새시장을 뜻하지만, 요즘 화장품 마케팅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최고급 제품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쓰인다.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2011년 글로벌 향수시장에서 신제품은 하루 3개가 출시되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니치 브랜드는 소규모 생산에 승부를 걸어 성공을 거뒀다. ‘향기의 개인화’를 바라는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자신만의 특별한 향기를 얻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2. 향수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시향을 하고 있다.
3. 아모레퍼시픽 롤리타 렘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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