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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의 계절
도시락 메뉴에서
미식으로 진화한
별미 김밥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싱싱한 꽁치구이도
김밥 재료로 올라
건강식 속재료도 인기
소풍의 계절
도시락 메뉴에서
미식으로 진화한
별미 김밥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싱싱한 꽁치구이도
김밥 재료로 올라
건강식 속재료도 인기
김밥의 계절이 돌아왔다. 철쭉 만발한 유원지에는 김밥 도시락을 꺼내든 나들이객이 많다. 장안의 내로라하는 김밥집 주인장들의 손놀림도 바쁘다. 가수 자두가 노래 ‘김밥’에서 외쳤듯이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했다. 김밥의 단골 소재인 단무지, 시금치, 소시지는 이제 지루하다. 오징어무침이나 숯불고기가 들어가는가 하면 아삭한 상추, 고소한 꽁치도 주인공으로 나섰다. 맛은 기본이다. 툭 자른 단면은 세련된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친 듯 화려하다. 김밥은 지금 변신중이다.
지난 25일 정오, 서울 동교동 ‘찰스숯불김밥’ 본점. 1초, 2초, 3초, 땡! 몇 초 만에 큼지막한 김밥이 위풍당당 나타난다. 밀려드는 주문에 발맞춰 주방장은 리듬감 있게 달인의 솜씨를 발휘한다.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안 난다. 어찌된 일일까 싶다. 대신 숯불 향이 강하다. 속 재료로 들어간 돼지고기에서 나는 향이다. 제조과정을 눈여겨보니, 특이한 점도 목격되는바! 펼친 김에 밥알을 풀 바르듯이 얇게 깔고 그 위에 김 반장을 더 붙인다. 정승 나리 턱에 붙은 수염처럼 검은 김이 더 달린 것이다. 점장 손봉균씨는 “우리 김밥은 들어가는 게 많아서”라고 말한다. 옆구리 터진 김밥의 비극적인 탄생을 피할 방법이다. 돼지고기가 변신의 선봉장이다. 미로처럼 복잡한 김밥 꼴은 신기하다.
속이 신기하기로는 제주도 제주시 ‘다가미’ 김밥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귀한 흑돼지 삼겹살을 한낱 김밥의 재료로 쓴다고? “김밥을 흔히 간식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끼 식사가 되도록 든든하게 준비했어요.” 제주 사람 한비파씨의 말이다. 상추에 노릇노릇 익은 삼겹살을 얹어 먹는 게 삼겹살 쌈이다. 그게 김밥 안에 있다. 이름하여 ‘삼겹김치쌈김밥’. 쌈밥과 김밥의 절묘한 합체다. 장조림과 버섯쌈, 멸치쌈도 재료다. 1초, 2초, 3초 땡! 입에 다 들어가는 데만 찰스숯불김밥을 만드는 시간만큼 걸린다. 두 번은 족히 나눠 먹어야 할 크기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 미술의 구성요소인 점과 선, 면을 활용해 폼을 낸 김밥도 있다. 서울 안암동 ‘고대멸치국수’에는 각종 재료를 얇은 어묵이 둥글게 감싼, 매콤한 맛의 ‘어묵김밥’이 자랑이다. 어묵의 부드럽게 휜 선은 디자인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뿌려진 깨마저 훌륭한 장식이다. 날치 알이 듬뿍 박힌 해초김밥은 색감이 강렬하다. 디자인 세계에서 통일성은 시각적 이미지를 완성하는 데 필수품이다. 서울 방배동 ‘서호김밥’은 재료의 통일성이 돋보인다. 균일한 크기의 우엉, 당근, 유부 등이 ‘불가근불가원’ 거리 유지를 한다. 주인 지영윤씨는 “20여년 전에 어머니(이혜주)가 시작해, 이제 백화점에도 납품할 정도”라고 한다.
속 재료만 변신의 기수로 나설 순 없다. 서울 사당동 하나은행 이수역지점 앞 포장마차는 초라하다. 몰골은 남루해도 기가 죽지 않는다. 대박 할인행사장처럼 약 20여분 기다려야 겨우 “김밥 주세요”를 내지를 수 있다. 어라! 노랗다. 노란 달걀이 밥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이른바 ‘계란말이 김밥’. 나주가 고향인 주인은 “옛날 잘사는 집들, 밥 볶고 고기 볶고 계란 부쳐 덮잖아요. 오므라이스 같은 거 말이에요”라고 아이디어의 원천을 털어놓는다.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한 시간 ‘뻗치기’(기자들이 취재원이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걸 가리키는 말)해서 겨우 얻은 답이다. 서울에서 몇 손가락에 꼽는다는 ‘봉천동 진순자김밥’의 김밥도 노란색 달걀덮개로 인기를 모았다.
재료가 달라도 너무 달라 미각을 폭발 직전 팽팽한 긴장감에 몰아넣는 김밥도 있다. 꽁치김밥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에 있는 횟집, ‘우정회센타’. “꽁치김밥 하나 주이소.” 여행객이다. 까만 김의 앞뒤로 꽁치 머리와 꼬리가 삐죽 나와 있다. 비위가 약한 이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돌릴 만하다. “학생 때 횟집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주방장이 별미로 줬어요. (약 7년 전) 횟집 열면서 단골들한테 해줬더니 좋아하시더라구요.” 주인 강지원씨가 차근차근 꽁치김밥 탄생설화를 읊는다. 꽁치김밥은 상다리 휘어지는 횟집에서 농부들의 새참처럼 틈틈이 종업원들이 만들어 먹던 간식이었다. 노동의 땀이 흠뻑 밴 김밥이다. 서울 방배동 ‘해남원조김밥’은 직접 만든 단무지로, 연희동의 ‘연희김밥’은 맵게 양념한 오징어나 고추로 손님의 시선을 붙잡는다.
가장 최근 불고 있는 김밥 변신의 화두는 ‘건강’이다. 서울 소격동 ‘조선김밥’은 미나리, 유채, 취나물 등 제철나물이 주인공이다. ‘다가미’도 모두 제주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다. 서울 청담동 ‘모퉁이’의 김밥은 흑미다. 서울 신사동의 김밥집, ‘킴팝’은 1만5000원대의 비싼 김밥을 팔면서 고가의 가격을 책정한 이유가 ‘유기농’이다.
진화의 바퀴를 멈추지 않는 우리네 김밥은 탄생설이 여러 가지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김초밥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씨는 그저 추측일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 민족이 김을 먹기 시작한 때부터 따져야 한다”고 한다. 조선 정조 때 한치윤이 쓴 <해동역사>에는 삼국시대부터 해초를 채취한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의 태종실록에는 태전(苔田·바닷가에 김을 양식하기 위해 마련한 곳)에 관한 글이 있다. 종이 모양의 김은 숙종 무렵의 책 <성호사설>에 기록이 있다. 윤씨는 “조선 숙종 무렵부터 김밥을 싸서 먹었을 것이고, 순조 때는 (실제) 김에다 밥을 싸 먹었다는 기록이 여러 번 보인다”고 한다.
지난 3월 <슈퍼스타K2>의 스타 김지수와 장재인이 자두의 곡 ‘김밥’을 리메이크했다.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요리시연 홍신애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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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대멸치국수’의 어묵김밥.
2.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우정회센타’의 꽁치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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