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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낼 수 없는 병어회

등록 2012-12-21 09:54

독자사연 맛 선물
지금은 결혼 5년차. 두 딸아이와 사랑하는 남편과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결국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내겐 10년 가까이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보니, 지난 내 10년은 말 못할 기억이 되어버렸다. 그 기억 중에 하나만 살짝 꺼내본다.

오랫동안 한 연애이다 보니 그쪽 가족과도 잘 알고 지냈다. 남자친구의 어머니, 아버지, 형 등 내 가족이 될 줄만 알았던 그들. 하지만 결국 인연이 닿지 못했던 사람들. 그들 중 어머니는 나를 무척 예뻐하셨다. 집안에 딸이 없었던지라 나를 딸 삼아 예쁜 거 좋은 거를 많이 주셨다. 귀걸이를 사셔서 우편으로 보내주시고 가방도 남친편으로 주셨다. 지방에 살다가 취직을 해서 서울 생활을 하게 되자 어머니는 때마다 김치며 과일이며 밑반찬까지 챙겨 주셨다. 가끔 저녁 초대를 받고 가면, 전라도 분이시라 그런지 해주시는 음식 모두가 정말 맛있었다. 그중에서도 장어구이가 최고였다. 간장양념에 절인 통통한 장어를 구워주셨는데 아직도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크기가 크고 살집이 통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먹을 수가 없겠지! 가족모임에서 저녁을 먹고 내가 설거지라도 하려 하면, “어디 가서 일 잘하려고 하지 마. 계속하게 돼” 하시며 나를 말리셨다. 어머니는 병어회를 아주 좋아하셨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병어회를 푸짐하게 사 오셨다. 온 가족 둘러앉아 집에서 병어회를 먹는 걸 좋아하셨다. 그때 처음 먹어본 달달한 병어회! 나도 좋아하게 되었다.

옛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성당에 가시면 어딜 가서든 잘 살아야 한다며 나를 위해 기도를 하셨단다. 결혼을 하고, 내 시어머니와 몇 번의 문제가 있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친정엄마가 아닌 기억 속 그 어머니셨다.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주셨던 분이셨다.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고 고마우신 분이다. 그때는 어리고 몰라서 받기만 했었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푸짐한 병어회를 사들고 어머니께 가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실패한 오래된 연애의 단점이다.

한진숙/강원도 춘천시 퇴계동

※ 응모 방법 ‘맛 선물’ 사연은 esc 블로그(blog.hani.co.kr/hesc)의 게시판 또는 끼니(kkini.hani.co.kr)의 ‘커뮤니티’에 200자 원고지 5장 안팎으로 올려주세요. 문의 메일에 연락처와 성함을 남겨주세요. 상품 로헤 5종 세트(냄비 3종, 프라이팬 2종) 문의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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