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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출입금지 신설동 비밀 지하철역 가보니

등록 2012-11-14 18:17수정 2012-11-15 15:43

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지하에 있는 ‘유령역’은 군자차량기지로 회송하는 전동차가 지나갈 뿐이다.
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지하에 있는 ‘유령역’은 군자차량기지로 회송하는 전동차가 지나갈 뿐이다.
[매거진 esc] 라이프
지하철 설계 역사의 부침 속에서 폐공간이 된 신설동역 지하 숨겨진 역을 가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지하에는 또다른 역이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철도마니아 사이에 유령역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지난 7일 서울메트로 쪽 협조를 얻어 유령역을 탐사했다.

성수역에서 갈라져나온 2호선 전동차가 도착하는 플랫폼.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사이 좁은 공간으로 보라색 철문이 보인다. 문에는 통상적인 용도 표지가 없다. 잠긴 문을 열자 계단이 뚝 떨어지고 멀리 형광등 불빛이 희미하다. 오랫동안 고였던 지하의 공기가 훅 밀려온다.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려가자 금단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뻥 뚫린 공간에 단선 레일이 깔렸고 창백한 형광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켜져 있다. 얼금벌금한 플랫폼에 노란색 안전선이 희미하다. ‘11-3 신설동역’이란 낡은 표지판 하나가 달랑 붙어 있을 뿐, 폐광에 들어선 느낌이다. 초벌미장한 벽은 먼지가 더께로 앉고 곳곳에 지하수가 흘러내리다 말라붙은 흔적이 허옇다. 천장으로 전기선과 통신 케이블이 직선으로 뻗어나간다. 안내하는 역 직원이나 따라가는 기자의 걸음이 무척 힘겹다. 38년 동안 가라앉은 시간을 헤쳐나가기가 어찌 쉽겠는가.

신설동 유령역을 아시나요?

유령역으로 통하는 입구.
유령역으로 통하는 입구.
플랫폼 계단과 엘리베이터 사이
보라색 철문을 열면
폐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유령역의 시작은 총소리였다.

때는 1974년 8월15일 오전 11시. ‘종로선’, 즉 지하철 1호선 개통식이 열렸다. 그런데 주빈인 박정희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다. 1시간 전인 10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재일동포 문세광이 쏜 총탄에 아내를 잃은 터, 테이프를 끊을 형편이 못 됐던 것. 피격사건 책임을 지고 청와대 경호실장, 내무부 장관이 사퇴하고 이어 광복절 기념식 주관자이자 지하철공사 책임자였던 양택식 서울시장이 물러났다.

양택식 시장은 별명이 ‘두더지’. 그는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으로 물러난 ‘불도저’ 김현옥씨 후임으로 1970년 4월부터 서울시를 떠맡았다. 별명처럼 엄청난 토목공사를 일으켰는데, 가장 덩치가 큰 것이 서울지하철공사다. 취임 첫해 6월 본부장 포함 직원 6명으로 지하철건설본부를 출범시켰다. 다음해 4월부터 일제히 서울역~청량리 구간 9.54㎞ 종로선 굴착이 시작됐다. 지상에서 바로 파들어가는 오픈 컷 방식. 비용 적고 공기를 줄일 수 있는 반면 시민들에게 엄청난 인내와 희생이 강요됐다. 그로부터 3년4개월 만에 대공사를 마쳤다.

그런데 1호선 생김새는 특이했다. 도심을 통과하는 종각~종로3가~종로5가~동대문 구간이 널찍하게 자리잡았고, 가운데 플랫폼 하나로 상하행을 모두 이용하는 섬식 플랫폼이 아니라 두개가 마주보는 방식인 상대식 플랫폼이었다. 복복선으로 확장이 가능한 구조다. 별도로 동대문역에서 가지를 뻗어 동대문구청 앞(현재 2호선 신설동역 지하)에 지하역을 만들었다. 모든 것이 5호선(연희동~종각~동대문~천호동)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양 시장 후임은 구자춘씨. 그는 5·16쿠데타 중심세력의 한명으로, 가나다순으로 배열하면 항상 맨 첫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인물. 서울시장에 부임해 자신이 탄 승용차가 잘 빠지지 않자 도시계획이 잘못됐다며 도시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손정목씨.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을 파나가면서 도심부에 주차장을 만들지 않아야 교통혼잡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인물이었다. 구 시장은 의견이 다른 손 국장을 밀어내고 다핵도시론자 김아무개의 의견을 중용하여 강북-영등포-영동을 잇는 3핵도시론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 첫 단추가 지하철 순환선의 건설. 포병장교 출신답게 지도 파악력이 뛰어난 그는 20분 만에 2호선 계획안을 늘여 3핵을 연결하는 타원형 노선을 그렸다. 이로써 종로선 구간을 공유하는 5호선 계획은 틀어지고 미리 건설된 동대문구청앞 역은 지하에 묻혀 지금의 폐역이 됐다.

터널 벽에 ‘11-3 신설동’이란 옛 표지판이 달려 있다.
터널 벽에 ‘11-3 신설동’이란 옛 표지판이 달려 있다.
2호선, 5호선 노선 변경되면서
부활의 기회 잃어
회송 전동차만 간간이 불 밝혀

2호선은 1978년 3월에 착공돼 1980년 10월31일 1호선과 이어지는 신설동~성수~종합운동장(14.3㎞) 구간이 처음으로 개통된다. 세차례 기공식과 다섯차례 준공식을 거쳐 84년 5월22일 서울대입구~을지로입구(19.2㎞)를 끝으로 6년2개월에 걸친 대장정이 끝난다. 이때 을지로를 지나는 도심선이 성수로 이어지면서 신설동~성수 노선은 지선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후 1985년 3호선(구파발~종로3가~충무로~압구정~고속터미널~양재), 4호선(상계~동대문~서울역~삼각지~동작~사당)이 잇따라 개통되는데, 교외 개발예정지역 10곳을 두곳씩 짝지어 4대문 안에서 U턴 하는 계획은 남북방향으로 교차하는 X자 형으로 바뀌었다.

‘동대문구청앞 역’이 복권될 기회는 80년대 후반 5호선 노선을 선정할 때 찾아왔다. 하지만 당시 복복선을 염두에 둔 종로선 여유공간은 이미 상수관, 중수관, 전력케이블, 통신케이블 등이 지나는 공동구로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종로3가는 3호선과의 환승공간으로 용도가 바뀌어 있었다. 그에 따라, 답십리에서 신설동역을 거쳐 종로선으로 도심을 통과하려던 계획은 왕십리 쪽으로 방향을 틀어 신금호~청구~동대문운동장(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지로4가로 우회해 종로3가를 거치는 구불구불한 노선으로 변경됐다. 신금호 지역 대규모 재개발에 따른 인구이동도 고려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폐역에는 휴대전화 기지국이 설치돼 통신사 직원이 가끔 드나들고 1호선에서 군자차량기지로 회송하는 전동차가 스쳐지나갈 뿐이다. 플랫폼에는 기자재를 보관하는 창고가 들어서 있다. 지상의 동대문구청 역시 1994년 옛 동마장터미널 자리로 옮겨가 ‘동대문구청앞 역’은 가칭의 이름조차 잃고 지하 유령역이 됐다. 하지만 38년 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예술 작품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현직 형사가 쓴 추리소설 <살인자의 책>의 주요배경이 됐으며, 지난해 2월에는 그곳에서 텔레비전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이 촬영됐다. 서울메트로 일각에서는 지하철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폐역에 머무는 30분 동안 군자차량기지로 가는 전동차 두 대가 지나갔다. 텅 비어 있어야 할 플랫폼에서 유령을 발견한 기관사가 깜짝 경적을 울렸다.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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