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풍미가 곁들여진 아이스 초콜릿
[매거진 esc]
쇼콜라티에 루이 강이 제안하는 여름철 별미
간단하고 특별한 초콜릿 음료수 만들기
“혹시 마셔보셨어요? 굴을 갈아 넣은 초콜릿 음료를!” 쇼콜라티에(초콜릿 요리사) 루이 강(본명 강호성·30)은 혀의 감각을 타고 뇌의 기억저장고에 새겼던 맛을 끄집어낸다. 그는 물컹한 향이 지옥의 문처럼 까만 초콜릿에 박혀 비릿한 풍미를 자랑했던 그 음료를 잊을 수 없다. 작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의 경험이다. ‘하늘이 내린 정력제’라는 굴과 초콜릿의 만남은 예사롭지 않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나무를 처음 발견한 마야인들과 아즈텍족이나 중세 유럽인들은 초콜릿 음료를 힘을 솟구치게 하는 식품이라고 믿었다. ‘사랑의 묘약’이라는 별명이 괜스레 나온 말이 아니다. 요즘 한반도는 멸치처럼 바삭하게 말려버리겠다고 작정한 것처럼 태양이 뜨겁다. 몸과 마음은 더위에 지쳐 간다. 시원하고 ‘힘이 솟구치게 할’ 초콜릿 음료로 이 더위를 날려보자. 초콜릿은 원래 산업혁명 이전에는 ‘씹어 먹는’ 식품이 아니라 ‘마시는’ 음료였다. 루이 강이 만들기 쉬운 ‘초콜릿 스무디’와 ‘코코넛 풍미가 곁들여진 아이스 초콜릿’을 선물한다.
흔치 않은 초콜릿 요리 재료
방산시장 가면 구할 수 있어 “카카오 닙 향을 맡아보세요.” 그가 내민 카카오 닙(cacao nib)은 달콤한 광풍이 몰아치는 탄자니아 세렝게티 평원이다. ‘카카오 닙’은 굵게 분쇄한 카카오 콩이다. 초콜릿은 럭비공만한 카카오나무의 열매 안에 있는 씨앗(카카오 콩)이 원료다. 카카오 콩을 발효시키고 건조하고 볶고 분쇄하면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를 얻는다.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 설탕이 초콜릿의 주재료다. “좋은 초콜릿을 알아보는 방법 아세요?” 루이 강이 질문을 던진다. 초콜릿 포장지 뒤의 성분표를 확인하라고 알려준다. “카카오 버터 100%인지 살피세요. 카카오 버터 대신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 것도 있어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 초콜릿은 질이 떨어지는 초콜릿이죠.” 카카오 버터는 다른 식물성 기름보다 10배는 비싸다. 이 카카오 버터 때문에 유럽은 한바탕 초콜릿 전쟁도 치렀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 국가들은 카카오 버터만을 주로 사용해 초콜릿을 만들었고 영국은 식물성 기름 등을 사용해 초콜릿바를 만들어 먹었다. ‘이 저질 초콜릿 만드는 놈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놈들’, 서로에 대한 비난은 약 30년간 이어졌다. 세상 모든 일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2000년 3월 영국산 초콜릿의 유럽대륙 판매 금지 조처가 해제되면서 전쟁은 끝이 났다. 유럽의회는 초콜릿 무게의 5%까지 식물성 기름 사용을 허용했다. 아즈텍인들이 카카오 콩을 화폐로 사용했다는 문명사를 읽은 이라면 이해가 갈 만한 사건이다.
차가운 초콜릿 음료에는
과일껍질 올리면 어울려
김치통 옆에 두면 냄새 배 루이 강이 본격적으로 만들기에 나선다. 그의 한쪽 귀로 저절로 시선이 간다. 까만 큰 점이 유럽대륙처럼 그려져 있다. 초콜릿 한 덩이가 묻은 모양이다. 타고난 초콜릿 요리사다. “‘초콜릿 스무디’부터 시작할까요. 이것은 뭐 요리법이라는 것도 없어요.” 간단하다. 10분도 안 걸린다. 그저 재료를 섞어 믹서에 갈면 완성이다. 냉장고에 한동안 넣어 두었다가 차게 해서 먹으면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시원하고 달콤하다. ‘초콜릿 스무디’는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게 관건이다. 루이 강은 방산시장을 자주 찾는다. “웬만한 재료는 다 있어요.” 툴툴 믹서가 돌아가는 소리가 높아질수록 땀이 달아날 준비를 한다. ‘코코넛 풍미가 곁들여진 아이스 초콜릿’은 ‘초콜릿 스무디’보다 조금 복잡하지만 이것 역시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그가 살짝 경고등을 켠다. “초콜릿이 얼핏 간단하기만 해 보이지만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아요. 초콜릿은 1도에도 맛이 달라져요. 실내온도, 습도도 영향을 미치죠.” 유럽의 고급 초콜릿 판매점에서는 가게에 들어오는 이들의 수조차 제한한다. 사람의 온도조차 초콜릿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코코넛 풍미가 곁들여진 아이스 초콜릿’은 갈색 탑에 흰색 구름이 올라간 모양새다. 구름을 뚫고 18년 동안 탑에서 산 라푼첼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릴 것만 같다. “다크초콜릿을 녹일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30초 이상 녹이면 안 된다. “타버리죠.” 30초 녹이고 꺼내 한번씩 저어주고 다시 30초 녹이는 방법을 이어가야 한다. “차가운 초콜릿 음료에는 레몬, 라임, 유자, 민트 등의 과일껍질을 넣으면 다른 맛을 선사합니다. 럼주나 코냑 같은 알코올도 색다른 풍미를 선물해요.” 따스한 초콜릿 음료는 시나몬 같은 향신료가 어울린다. “요즘 세계적인 초콜릿 장인들은 굴이나 캐비아 같은 고급 재료를 넣기도 하고 할라페뇨(멕시코 매운 고추)를 섞기도 하죠. 양파를 구워 껍질을 사용하기도 해요.” 초콜릿 음료도 진화하고 있다. 완성한 초콜릿의 보관도 중요하다. “잘 녹기 때문에 따스한 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급격한 온도차이가 최대 적이죠.” 차가운 데서 따스한 곳으로 급하게 옮기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습기가 생긴다. “맛이 달라져요. 그리고 초콜릿은 주변 냄새도 잘 빨아들여요.” 초콜릿을 냉장고 안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김치 옆에 두면 안 된다. “18~25도 실내보관이 좋아요. 여름에는 꼭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하는 게 낫고 먹기 10분 전에 꺼내 서서히 냉기를 없애고 먹는 게 좋아요.” 초콜릿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의 초콜릿 공방을 찾는 이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0년 문을 열었는데 매년 오시는 분이 늘어나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해요. 70%는 여성분들입니다. 창업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참고도서 <잘 먹고 잘 사는 법 100 초콜릿>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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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고 특별한 초콜릿 음료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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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시장 가면 구할 수 있어 “카카오 닙 향을 맡아보세요.” 그가 내민 카카오 닙(cacao nib)은 달콤한 광풍이 몰아치는 탄자니아 세렝게티 평원이다. ‘카카오 닙’은 굵게 분쇄한 카카오 콩이다. 초콜릿은 럭비공만한 카카오나무의 열매 안에 있는 씨앗(카카오 콩)이 원료다. 카카오 콩을 발효시키고 건조하고 볶고 분쇄하면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를 얻는다.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 설탕이 초콜릿의 주재료다. “좋은 초콜릿을 알아보는 방법 아세요?” 루이 강이 질문을 던진다. 초콜릿 포장지 뒤의 성분표를 확인하라고 알려준다. “카카오 버터 100%인지 살피세요. 카카오 버터 대신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 것도 있어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 초콜릿은 질이 떨어지는 초콜릿이죠.” 카카오 버터는 다른 식물성 기름보다 10배는 비싸다. 이 카카오 버터 때문에 유럽은 한바탕 초콜릿 전쟁도 치렀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 국가들은 카카오 버터만을 주로 사용해 초콜릿을 만들었고 영국은 식물성 기름 등을 사용해 초콜릿바를 만들어 먹었다. ‘이 저질 초콜릿 만드는 놈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놈들’, 서로에 대한 비난은 약 30년간 이어졌다. 세상 모든 일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2000년 3월 영국산 초콜릿의 유럽대륙 판매 금지 조처가 해제되면서 전쟁은 끝이 났다. 유럽의회는 초콜릿 무게의 5%까지 식물성 기름 사용을 허용했다. 아즈텍인들이 카카오 콩을 화폐로 사용했다는 문명사를 읽은 이라면 이해가 갈 만한 사건이다.
아이스 초콜릿의 거품을 만드는 과정(위), ‘초콜릿 스무디’(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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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껍질 올리면 어울려
김치통 옆에 두면 냄새 배 루이 강이 본격적으로 만들기에 나선다. 그의 한쪽 귀로 저절로 시선이 간다. 까만 큰 점이 유럽대륙처럼 그려져 있다. 초콜릿 한 덩이가 묻은 모양이다. 타고난 초콜릿 요리사다. “‘초콜릿 스무디’부터 시작할까요. 이것은 뭐 요리법이라는 것도 없어요.” 간단하다. 10분도 안 걸린다. 그저 재료를 섞어 믹서에 갈면 완성이다. 냉장고에 한동안 넣어 두었다가 차게 해서 먹으면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시원하고 달콤하다. ‘초콜릿 스무디’는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게 관건이다. 루이 강은 방산시장을 자주 찾는다. “웬만한 재료는 다 있어요.” 툴툴 믹서가 돌아가는 소리가 높아질수록 땀이 달아날 준비를 한다. ‘코코넛 풍미가 곁들여진 아이스 초콜릿’은 ‘초콜릿 스무디’보다 조금 복잡하지만 이것 역시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그가 살짝 경고등을 켠다. “초콜릿이 얼핏 간단하기만 해 보이지만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아요. 초콜릿은 1도에도 맛이 달라져요. 실내온도, 습도도 영향을 미치죠.” 유럽의 고급 초콜릿 판매점에서는 가게에 들어오는 이들의 수조차 제한한다. 사람의 온도조차 초콜릿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코코넛 풍미가 곁들여진 아이스 초콜릿’은 갈색 탑에 흰색 구름이 올라간 모양새다. 구름을 뚫고 18년 동안 탑에서 산 라푼첼이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릴 것만 같다. “다크초콜릿을 녹일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30초 이상 녹이면 안 된다. “타버리죠.” 30초 녹이고 꺼내 한번씩 저어주고 다시 30초 녹이는 방법을 이어가야 한다. “차가운 초콜릿 음료에는 레몬, 라임, 유자, 민트 등의 과일껍질을 넣으면 다른 맛을 선사합니다. 럼주나 코냑 같은 알코올도 색다른 풍미를 선물해요.” 따스한 초콜릿 음료는 시나몬 같은 향신료가 어울린다. “요즘 세계적인 초콜릿 장인들은 굴이나 캐비아 같은 고급 재료를 넣기도 하고 할라페뇨(멕시코 매운 고추)를 섞기도 하죠. 양파를 구워 껍질을 사용하기도 해요.” 초콜릿 음료도 진화하고 있다. 완성한 초콜릿의 보관도 중요하다. “잘 녹기 때문에 따스한 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급격한 온도차이가 최대 적이죠.” 차가운 데서 따스한 곳으로 급하게 옮기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습기가 생긴다. “맛이 달라져요. 그리고 초콜릿은 주변 냄새도 잘 빨아들여요.” 초콜릿을 냉장고 안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김치 옆에 두면 안 된다. “18~25도 실내보관이 좋아요. 여름에는 꼭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하는 게 낫고 먹기 10분 전에 꺼내 서서히 냉기를 없애고 먹는 게 좋아요.” 초콜릿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의 초콜릿 공방을 찾는 이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0년 문을 열었는데 매년 오시는 분이 늘어나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해요. 70%는 여성분들입니다. 창업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참고도서 <잘 먹고 잘 사는 법 100 초콜릿>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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