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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이 돌아왔다 알록달록 레고 블록으로

등록 2012-04-25 18:31수정 2012-04-26 11:28

나경배씨가 레고 블록 2만개로 만든 숭례문 모형과 그 뒤로 보이는 서양식 건물
나경배씨가 레고 블록 2만개로 만든 숭례문 모형과 그 뒤로 보이는 서양식 건물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국내 최대 레고 동호회 ‘브릭인사이드’의 레고 모형 제작 현장
유년시절 레고 사랑
동호회를 거쳐 직업으로

4년 전 불타 없어진 숭례문이 돌아왔다. 그것도 네모반듯 반짝이는 레고 블록으로!

그 역사적인 숭례문 복원의 현장은 서울 시내 한복판이 아닌 경기도 군포의 작은 빌라였다. 이 빌라는 장난감 전문 리뷰 업체인 ‘하비 앤 토이’의 사무실. 가정집을 개조한 이곳은 올해로 창립 10년째를 맞는 국내 최대 레고 동호회 인터넷 카페인 ‘브릭인사이드’(brickinside.com)의 운영자 김성완(38)씨가 있는 사무실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오후 찾은 사무실 한가운데에는 긴 테이블 위에서 폭이 1m가 넘는 숭례문의 레고 디오라마(실물을 축소한 조형물로 하나의 장면이나 풍경을 꾸며놓은 작품) 제작이 한창이었다. 테이블 옆으로는 마치 한약방의 약재서랍처럼 크기와 색깔을 구분해둔 레고 블록들이 서랍 안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김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의 브릭인사이드 회원들이 분주히 제작하고 있는 이 숭례문 모형은 다음달 9일부터 서울 잠실동 종합운동장 호돌이광장에서 열리는 ‘레고 월드타워 이벤트’ 행사장에 전시할 작품이기도 하다. 이들은 레고코리아의 의뢰를 받아 가로 1m, 세로 2m 크기로 숭례문과 10여개의 건물 모형을 레고로 꾸며 서울 도심을 표현한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위로 쌓는 것보다 옆으로 쌓기가 어려워
이들은 국내 대형마트의 레고 진열대에서 볼 수 있는 웬만한 디오라마를 도맡아 제작해온 국내에 몇 안 되는 제작자이기도 하다. “레고는 위로 블록을 쌓는 것보다, 옆으로 입체감을 내면서 쌓아가는 게 더 어려워요.” 숭례문 모형을 도맡아 만들고 있던 나경배(34)씨가 숭례문 앞 잔디밭을 꾸미며 이렇게 말했다.

나씨가 이달 초부터 2만개 블록을 쌓아 제작한 이 숭례문 모형은 마치 실제 건축물처럼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도면도 있다. “어떤 색깔의 블록을 쓸지, 그리고 처마는 어떻게 표현할지 등을 미리 짜 놓지 않으면 뜻대로 작품을 쌓아갈 수가 없거든요.” 이 때문에 레고 모형을 만드는 이들은 건축 디자이너들이 쓰는 ‘캐드’(CAD) 프로그램을 본뜬 ‘엠엘캐드’(MLCAD·Mike’s LEGO Computer Aided Design) 또는 ‘레고 디지털 디자인’(LDD)이라는 무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블록의 크기와 색상 등을 미리 짠 3차원 도안을 만들어 제작을 한다.

나씨는 틈틈이 실제 숭례문 모형 사진과 스스로 만든 도안을 비교해가며 블록을 맞춰갔다. 처마는 최대한 곡선을 표현하려 했고, 숭례문 성곽은 상아색과 회색의 블록을 섞어 써 오래된 성벽의 질감을 살리려 했다.

브릭인사이드 회원들이 레고 디오라마를 제작하는 모습(위) ‘레고 디지털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짠 숭례문 설계도(아래)
브릭인사이드 회원들이 레고 디오라마를 제작하는 모습(위) ‘레고 디지털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짠 숭례문 설계도(아래)
“레고의 매력은 정밀함
딱 맞아 들어갈 때의
그 희열이란”

취미로 시작했던 레고 제작
이들이 레고 작업을 하며 모이게 된 중심에는 ‘하비 앤 토이’ 대표이자 ‘브릭인사이드’ 운영자인 김성완씨가 있다. “대학원생 시절,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레고를 다시 모으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안 파는 부품을 인터넷·피시통신을 오가면서 수소문했어요. 그러다 제가 난생처음 해외 인터넷 쇼핑으로 레고 블록을 산 노하우를 정리한 홈페이지를 만들게 됐는데, 그게 커뮤니티로 발전하면서 ‘브릭인사이드’가 됐죠.”

프로그램 개발자였던 김씨는 그렇게 브릭인사이드를 통해 꾸준히 수백개의 레고 제품을 모으며 취미 삼아 레고를 즐겨왔다. 그러던 2009년, 김씨는 아예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 등으로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레고와 다른 장난감의 정보를 제공하고 디오라마를 제작하는 전문 업체인 ‘하비 앤 토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레고 로보틱스(레고로 로봇을 만드는 것) 교육업체를 다니던 공민식(36)씨와 한때 미술학도를 꿈꾸던 나씨, 그리고 레고를 ‘사랑’해 온 황선미(30)씨와 함께 4년째 레고 디오라마를 만들어오고 있다.

블록 맞아 들어갈 때의 그 희열이란!
김씨는 “마니아들 대부분이 1980년대 후반 레고를 접한 뒤,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된 뒤 추억을 더듬어 즐기는 30대 남녀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고유번호로 제품을 구분하는 레고 제품 가운데 성인층을 겨냥해 레고 블록의 수를 늘려 더 정교하게 만든 1만번대 제품들이 나온 것도 마니아층이 다양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김씨가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어른이 레고 사려면 문방구에서 눈치를 봐야 했지만, 지금은 마트에서 주변 의식 않고 쉽게 살 수 있게 된 점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요?”

이 때문에 최근 국내에서는 성인들이 미술품에 투자하듯이 희귀한 레고 제품을 미리 사 둔 뒤, 포장을 뜯지 않고 나중에 비싼 값에 파는 이른바 ‘레테크’(레고 재테크)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씨가 말했다. “레고의 재미는 맞추는 데 있는데, ‘레테크’를 하면 그 재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요?” 그 옆에서 숭례문 장인, 나씨도 한마디 거든다. “뭐니뭐니해도 레고의 가장 큰 매력은 정밀함이죠. 안 맞을 거 같은데 딱 맞아 들어갈 때의 그 희열이란!”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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