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톈푸 셰프는 하가우(사진 왼쪽)와 샤오룽바오(뒤)를 선보이고 부추교자(앞)도 만들어 보였다. 수정피로 싼 부추교자는 속이 훤히 보인다.
[매거진 ecs]
조선호텔 ‘홍연’ 황톈푸 주방장
쫀득한 수정피
반죽은 뜨거운 물로 딤섬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음식이 아니다. 우리네 만두와 닮은 딤섬(點心)은 중국 광둥지역의 음식이지만 ‘딘타이펑’(대만의 딤섬 전문점)이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50여곳에 매장을 거느릴 정도로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이 됐다. 한국에도 최근 몇년 사이 딤섬 전문점이 부쩍 늘어났다. 외식의 메뉴로만 고르던 딤섬,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의 딤섬 전문 주방장 황톈푸(黃添福·45·사진)를 사부로 모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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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꽃처럼
빚어지는 하가우 “칼은 식용유 뿌린 키친타월에 계속 닦아야 합니다.” 딤섬의 소는 만두소보다 만들기 쉽다. 새우의 끈적거림이 없어질 때까지 흐르는 물에 씻고 양념을 넣고 으깬 다음 죽순, 돼지비계를 넣고 반죽하면 된다. 초보자에게 두 번째 큰 난관은 빚는 것. 하가우는 작고 아담한 조개에 한복의 섬세한 옷 주름이 잡혀 있는 모양이다. 셰프는 소를 넣고 반으로 살짝 접은 다음 오른쪽 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둔다. 왼손의 엄지와 검지는 집게 모양을 하고 출발신호만 기다린다. 오른손 검지는 지지대다. 엄지로 밖에서 안쪽으로 살짝 피를 밀면 주름이 생긴다. 왼손 집게는 주름이 생긴 피와 반대편 피를 붙인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몇 초가 안 걸린다. 선녀가 하늘에서 던진 보석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 같다. 기자 차례다. “에헤, 또 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하가우는 흉한 주름이 생긴 아가 똥이 돼버렸다. 다시 도전! 저 멀리 들리는 지글거리는 웍의 노랫가락은 잔뜩 주눅든 기자에게 그저 전쟁터 울부짖음 같다. 셰프는 주말마다 딤섬 빚기 라이브쇼를 호텔 식당에서 할 예정이란다. 새우춘권 차례다. 힘든 언덕을 넘어서인지 춘권은 상대적으로 쉽다. 한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춘권피의 정중앙 바로 아래 위치에 소를 얹고 말아야 한다. 이렇게 싸지 않으면 춘권은 두꺼운 면과 얇은 면이 무질서하게 겹쳐 김밥 옆구리 삐져나오듯이 터진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샤오룽바오는 밀가루 피다. 수정피는 제철소 쇳물처럼 뜨거운 육즙을 견딜 수 없다. 소를 주걱이 살짝 박힐 정도로 얼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셰프는 왼손 검지로 소를 누르면서 오른손 엄지로 피를 붙잡고 검지로 주름을 잡는다. 소담한 주머니가 완성된다. “밀가루 덩이를 피에 얹고 연습하세요!” 대나무 찜기에서 익혀 나온 딤섬은 야들야들, 보들보들하다. 피를 살짝 건드리면 물방울이 솟구쳐 튀어나올 정도로 탱탱하다. 셰프가 마지막 당부의 말을 한다. “딤섬은 한자 그대로 ‘마음의 한 점’입니다. 마음에 점을 찍듯이 편안하게 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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