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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점을 찍듯 부드럽게 빚어볼까

등록 2012-04-18 19:19수정 2012-04-18 19:21

황톈푸 셰프는 하가우(사진 왼쪽)와 샤오룽바오(뒤)를 선보이고 부추교자(앞)도 만들어 보였다. 수정피로 싼 부추교자는 속이 훤히 보인다.
황톈푸 셰프는 하가우(사진 왼쪽)와 샤오룽바오(뒤)를 선보이고 부추교자(앞)도 만들어 보였다. 수정피로 싼 부추교자는 속이 훤히 보인다.
[매거진 ecs]
조선호텔 ‘홍연’ 황톈푸 주방장
조선호텔 ‘홍연’ 황톈푸 주방장

조선호텔 ‘홍연’ 황톈푸 주방장에게 배우는 딤섬 만들기

전분으로 만드는
쫀득한 수정피
반죽은 뜨거운 물로

딤섬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음식이 아니다. 우리네 만두와 닮은 딤섬(點心)은 중국 광둥지역의 음식이지만 ‘딘타이펑’(대만의 딤섬 전문점)이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50여곳에 매장을 거느릴 정도로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이 됐다. 한국에도 최근 몇년 사이 딤섬 전문점이 부쩍 늘어났다.

외식의 메뉴로만 고르던 딤섬,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의 딤섬 전문 주방장 황톈푸(黃添福·45·사진)를 사부로 모시고 가 직접 만들어봤다. 그는 18살부터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딤섬을 빚기 시작한 전문가다.

지난 12일 오후 2시, 뽀얀 김이 올라오는 딤섬 찜기 옆에 요리사 황톈푸씨가 있다. 주름진 얼굴과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는다. 그가 가르쳐 줄 딤섬은 총 세가지. 미식가들에게 가장 많이 선택받는 하가우(蝦餃), 새우춘권, 샤오룽바오다. 셰프는 “가정에서도 만들기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솜털만큼 흰 요리사복을 기자에게 건넨다. 하가우부터 시작한다. 하가우는 새우와 죽순이 들어가는 딤섬이다.

그가 ‘앗’ 소리 지를 정도 뜨거운 물을 전분 가루에 붓는다. “딤섬은 쌀가루, 찹쌀가루도 쓰지만 주로 전분 가루로 만들어요. 그래야 안이 훤히 보이죠. 반죽은 꼭 뜨거운 물!” 셰프는 반죽이 끝나자 전분 덩이를 추로스(Churros. 얇고 긴 막대 모양의 튀긴 빵)처럼 길게 늘어뜨린 다음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로 뚝뚝 자른다. “딤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 만들기입니다.” 나무도마에 자른 전분 덩이를 올리고 손바닥으로 누른다. 오른손으로 네모난 중식 칼의 손잡이를 잡는다. 칼은 덩이 위에 올라간다. 지지대다. 오른손은 움직이지 않고 칼의 윗부분에 올라간 왼손으로 살살 타원형을 그리듯이 돌리기 시작한다. 전분 덩이는 이리저리 밀려 납작해진다.

드디어 도마의 나무 무늬가 훤히 비칠 정도로 얇은 피가 완성된다. 4초도 안 걸린다. 수정피라고 부른다. 물이 들어가, 속이 훤히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분은 잘 마르기 때문에 반죽이 끝나자마자 비닐에 넣어두어야 한다. 우리네 만두처럼 피를 다 빚고 만두소를 넣으면 안 된다. 2~3장 만들고 빚고 다시 2~3장 만드는 식이다. 칼이 눈에 띈다. 딤섬용 칼은 날카로운 날이 없다.

“자, 한번 해보세요.” 하루 중식 막내요리사로 입문한 기자는 떨린다. 셰프와 같은 자세로 밀었다. 쭉쭉, 바로 찢어진다. “에헤,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힘 빼고!” 다시 도전! “에헤, 두껍네. 얇아야지.” 다시 도전! 이번에는 얇다! 그런데 모양이 한반도 지도다. “에헤, 괜찮아요. 잘라서 쓰면 되니깐.” 다시 도전! 이번에는 동글게 조카의 얼굴처럼 귀여운 모양새를 겨우 갖춘 피가 완성되었다. 셰프보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누구든 도전해볼 만하다. 황톈푸는 꼬마 요리사일 때 매일 연습했다. 선배 요리사에게 갖은 욕을 먹으면서 퇴근 후에 1~2시간 빚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얇고 동그란 피를 만드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클릭하면 이미지가 확대됩니다.)

하가우 만들기 과정

1. 도마에서 중식 칼 윗부분을 잡고 타원형으로 돌려 피를 만든다. 2. 완성된 하가우 피는 칼로 살살 뜯어낸다. 3. 새우 등이 들어간 소를 하가우 피에 얹는다. 4. 양손을 이용해 하가우를 완성한다. 5. 박미향 기자가 여러 번 실패를 통해 완성한 하가우.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순식간에 꽃처럼
빚어지는 하가우

“칼은 식용유 뿌린 키친타월에 계속 닦아야 합니다.” 딤섬의 소는 만두소보다 만들기 쉽다. 새우의 끈적거림이 없어질 때까지 흐르는 물에 씻고 양념을 넣고 으깬 다음 죽순, 돼지비계를 넣고 반죽하면 된다. 초보자에게 두 번째 큰 난관은 빚는 것. 하가우는 작고 아담한 조개에 한복의 섬세한 옷 주름이 잡혀 있는 모양이다. 셰프는 소를 넣고 반으로 살짝 접은 다음 오른쪽 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둔다. 왼손의 엄지와 검지는 집게 모양을 하고 출발신호만 기다린다. 오른손 검지는 지지대다. 엄지로 밖에서 안쪽으로 살짝 피를 밀면 주름이 생긴다. 왼손 집게는 주름이 생긴 피와 반대편 피를 붙인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몇 초가 안 걸린다. 선녀가 하늘에서 던진 보석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 같다. 기자 차례다. “에헤, 또 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하가우는 흉한 주름이 생긴 아가 똥이 돼버렸다. 다시 도전! 저 멀리 들리는 지글거리는 웍의 노랫가락은 잔뜩 주눅든 기자에게 그저 전쟁터 울부짖음 같다. 셰프는 주말마다 딤섬 빚기 라이브쇼를 호텔 식당에서 할 예정이란다.

새우춘권 차례다. 힘든 언덕을 넘어서인지 춘권은 상대적으로 쉽다. 한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춘권피의 정중앙 바로 아래 위치에 소를 얹고 말아야 한다. 이렇게 싸지 않으면 춘권은 두꺼운 면과 얇은 면이 무질서하게 겹쳐 김밥 옆구리 삐져나오듯이 터진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샤오룽바오는 밀가루 피다. 수정피는 제철소 쇳물처럼 뜨거운 육즙을 견딜 수 없다. 소를 주걱이 살짝 박힐 정도로 얼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셰프는 왼손 검지로 소를 누르면서 오른손 엄지로 피를 붙잡고 검지로 주름을 잡는다. 소담한 주머니가 완성된다. “밀가루 덩이를 피에 얹고 연습하세요!” 대나무 찜기에서 익혀 나온 딤섬은 야들야들, 보들보들하다. 피를 살짝 건드리면 물방울이 솟구쳐 튀어나올 정도로 탱탱하다. 셰프가 마지막 당부의 말을 한다. “딤섬은 한자 그대로 ‘마음의 한 점’입니다. 마음에 점을 찍듯이 편안하게 싸세요.”

recipe

하가우(蝦餃) 재료 새우 200g, 죽순 20g, 돼지고기 지방 조금, 소금 2g, 설탕 6g, 감자전분 4g, 닭가루 2g, 후추와 참기름 조금, 피(밀가루전분 40g, 감자전분 80g, 뜨거운 물 120㎖) 만들기 1. 새우, 죽순, 돼지비계를 다진다. 2. 새우에 양념 넣고 으깬 후 죽순, 돼지비계도 양념 넣고 으깨고 섞는다. 3. 피 재료를 섞어 반죽한 후 중식 칼로 밀어 수정피를 만든다. 4. 수정피에 만두소를 넣어 빚은 다음 4분간 찐다. ※딤섬용 칼과 재료는 만승상회(서울 중구 북창동) 등의 중식재료 상점에서 판다. 중식 칼의 가격은 2만원부터.

새우춘권 재료 새우 600g, 죽순 30g, 당근 30g, 셀러리 30g, 돼지고기 지방 20g, 춘권피 30장, 소금 6g, 설탕 18g, 전분 12g, 닭가루 10g, 후추 조금, 참기름 30g, 파 기름 30g, 밀가루 반죽 조금. 만들기 1. 새우와 돼지 지방을 손질해 다진다. 2. 죽순, 당근, 셀러리를 채썬다. 3. 2를 볶아 식힌 다음 1과 양념들을 섞는다. 4. 춘권피를 펼치고 소를 20g씩 넣고 싼다. 5. 끝에 밀가루 반죽을 풀처럼 묻혀 봉한다. 6. 170~180도 기름에 2분 튀긴다.

샤오룽바오 재료 돼지고기 간 것 200g, 다진 생강 5g, 소금 2g, 설탕 6g, 간장 4g, 굴소스 6g, 닭가루 2g, 육수 30g, 후추 조금, 참기름 조금, 육수젤리(육수 50g, 젤라틴 4g), 피(밀가루 140g, 물 150㎖) 만들기 1. 뜨거운 육수에 젤라틴을 넣어 육수젤리를 만든다. 2. 육수젤리, 돼지고기 간 것, 다진 생강에 육수 30g과 양념 재료를 섞어 소를 만든다. 3. 피 재료를 반죽해 만두피를 만든다. 4. 만두피에 소를 넣어 빚은 뒤 6분간 찐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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