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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바퀴는 묵직하게, 롤-록으로 우아하게

등록 2012-04-04 18:44

[매거진 esc] 바퀴열전 ③ 앞바퀴가 두 개인 세바퀴 스쿠터 ‘피아지오 유어반 MP3 125’
세바퀴지만 기울어지는 차체
롤-록 기능 버튼 누르면
발 딛지 않고 설 수 있어

한때 멋진 ‘바이크 라이더’를 꿈꿨던 적이 있다. 스무살 대학생 시절, 근육질을 닮은 화려한 오토바이로 캠퍼스 안 언덕을 오르는 대학생 라이더들을 따라하겠다며 선배 형에게 빌려 타고 다니던 고물 스쿠터는 언덕 위에서 검은 연기를 위태롭게 내뿜곤 했다. 이어 도전한 오토바이로 그 언덕을 넘던 중, 어설픈 기어 변속 실력 탓에 여학생 인파가 쏟아지던 길 한복판에서 추하게 엎어지며 ‘바이크 라이더’를 향한 나의 꿈도 함께 엎어졌다.

그 뒤로 오토바이·스쿠터 등을 타지 않았지만, 아직도 멋진 이륜자동차를 보면 호기심에 눈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생계를 위해 오토바이·스쿠터를 타는 게 아니라면, 취미로 바이크를 탄다는 것 자체는 금전적으로나 운전실력 면에서 선뜻 다가가기 힘든 영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주·위험성 등 바이크를 따라다니는 호의적이지 않은 단어도 다가서기 힘들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 점을 고려한다 해도 이탈리아 스쿠터 제조업체인 ‘피아지오’(Piaggio)가 만든 ‘유어반(Yourban) 엠피(MP)3’ 스쿠터는 바이크 문외한에게 ‘한번 타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게 한다. 공상과학(SF)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양새에 앞바퀴가 두 개, 뒷바퀴는 하나라는 특이한 구조까지. 웬만해서는 길에서 마주치기 힘든 희귀한 모습은 10년 넘게 봉인된 ‘바이크 라이더’의 욕망을 해제시켰다. 이에 ‘유어반 엠피3 125’를 지난달 20일 하루 동안 직접 체험해봤다. 녹슨 운전실력 탓에 고생과 위기의 연속이었으나, 그만큼 새로운 운전의 맛도 느꼈다.

롤-록 조작키는 핸들 오른쪽 빨간색 런(Run) 조작키 아래에 있다(왼쪽). 김성환 기자가 ‘유어반 엠피(MP)3 125’를 타고 있는 모습.
롤-록 조작키는 핸들 오른쪽 빨간색 런(Run) 조작키 아래에 있다(왼쪽). 김성환 기자가 ‘유어반 엠피(MP)3 125’를 타고 있는 모습.

두 배 힘으로 끄는 앞바퀴로
눈·비 와 미끄러운 길에서
안정적 주행 가능

롤-록 기능 새롭네
“(스쿠터를) 별로 안 타 보셨다고요? 그렇다면 고생 좀 하실 텐데요.” ‘유어반 엠피3 125’를 타 보기 위해 이날 오전 찾은 서울 대치동 모토코파 매장에서 만난 전중기 모토코파 대표는 걱정과 미소가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모토코파는 국내에 피아지오 스쿠터를 수입·판매하고 있는 업체다. 보통 스쿠터와 다른 기능과 무게 탓에 운전법을 익히는 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어반 엠피3’ 시리즈는 배기량이 크고 덩치가 큰 이른바 ‘빅스쿠터’로 분류한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들어온 ‘유어반 엠피3’ 시리즈는 배기량에 따라 278㏄와 124㏄ 두 모델이 있다. 배기량 124㏄ 모델인 ‘유어반 엠피3 125’는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엔진으로, 최고속력은 시속 105㎞까지 나온다. 길이 2040㎜, 너비는 760㎜, 그리고 시트 높이는 780㎜다. 연료탱크 공간은 10.8ℓ에 이른다.

일반 스쿠터와 달리 유어반 엠피3 시리즈에는 오른쪽 핸들에 ‘롤-록’(Roll-lock) 기능 버튼이 있다. 시승을 해보기 전에는 세바퀴 스쿠터라 가만히 있어도 쓰러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앞바퀴에 쇼크업소버가 달려 있어 양옆으로 기울어지도록 돼 있었다. 이른바 ‘무릎 닿기’라고 부르는 코너링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롤-록 기능 버튼을 왼쪽으로 젖히면 앞바퀴가 잠기며 차체가 기울지 않게 된다. 신호대기 때나 차를 멈춰야 할 때, 발을 내리지 않고 우아하게 설 수 있다.

꿈 꺾인 바이크 라이더에게 운전은 만만치 않았다. 한쪽 발을 내리고 디딜 수 있는 일반 스쿠터와 다르게 205㎏인 차체는 한 발로 지탱해 서 있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예전 운전습관 탓에 한 발로 무리하게 세우다 보니, 몇 번 엎어질 위기를 거쳤다. “어어어….” 매장 근처에서 생초보 라이더를 지켜보던 모토코파 직원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국내 판매가 980만원인 이 스쿠터는 대부분 일반 스쿠터를 타다가 두번째 이상 구입하는 이들이 찾는다는 게 모토코파 직원들의 설명이다. 이날 오후 서울 공덕동 회사 근처 공터로까지 이어진 시승에서는 묵직하게 밀려드는 가속력을 느낄 수 있었다. 롤-록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니 발을 뻗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어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기판 밑에는 주차 브레이크가 따로 있어 차체를 고정할 수도 있었다.

왜 앞바퀴를 두 개로 만들었을까
피아지오는 유명한 클래식 스쿠터인 베스파(Vespa)를 만드는 회사다. 엠피3 시리즈는 2006년부터 생산하고 있다. 일종의 역발상이기도 한, 앞바퀴를 두 개로 놓은 설계를 한 것은 전륜 구동이 대부분인 스쿠터의 뒷바퀴가 구멍이나 장애물에 걸려 전복되는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묵직한 앞바퀴가 끌어주는 힘이 더 크기 때문에 눈·비 등 미끄러운 길에서 안정성을 더 확보하려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좁은 길이 촘촘한 구도심이 많은 유럽에서는 앞바퀴가 두개인 스쿠터의 인기가 높다. 프랑스의 자동차업체인 푸조도 피아지오 엠피3 시리즈를 닮은 트라이크 제품인 ‘에볼루션’을 2009년 ‘밀라노 인터내셔널 사이클 & 모터바이크 박람회’에 공개한 바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유어반 엠피3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와 있지만, 국내 규정과 맞지 않아 수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는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크를 즐기는 이들이 출퇴근용이나 단거리 이동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유어반 엠피3 125’는 ‘질주 본능’을 좇기보다는 좀더 안정적인 교통수단을 지향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life tip

다양한 세바퀴의 세계

세바퀴 개념을 도입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탈것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두바퀴보다는 개성 넘치게, 그러나 네바퀴처럼 식상하지 않으려는 다양한 세바퀴 탈것을 알아보자.

우리는 뒷바퀴가 두개 뒷바퀴가 두개인 트라이크는 배달·화물용이 많지만 안정성에 멋을 덧댄 제품도 있다. 병행수입 등으로 국내 마니아들이 즐기는 트라이크로는 혼다 ‘자이로’(사진), 포코리코 ‘보그’ 등이 있다. 캐나다 캔암(Can-am)사의 ‘스파이더 로드스터’는 피아지오 스쿠터처럼 앞바퀴가 두개이지만, 바퀴 사이가 넓어 기울어지지 않는다.



킥보드+자전거 ‘트라이크’(Trikke·사진)는 2002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으로 킥보드와 자전거 개념을 합친 탈것이다. 브이(V)자 형태의 보드를 발로 움직여 앞으로 가는 것으로 인력으로 가는 모델과 전기 동력을 함께 쓰는 모델도 있다. 국내에도 인터넷 동호회가 있다.




군 전역한 세바퀴, 사이드카 2차 세계대전 당시 자동차 조달이 어려워 자전거·오토바이 옆에 차량을 붙여 사용한 것이 ‘사이드카’(사진)의 시작이다. 당시에는 사람·기관총 등을 옆에 실었지만, 지금은 사이드카 모터스포츠나 레저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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