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선 해물자장면
[매거진 esc]
싼값으로 손님 끄는 저렴이 자장면과 특급호텔 고급 자장면 맛 비교
싼값으로 손님 끄는 저렴이 자장면과 특급호텔 고급 자장면 맛 비교
그래픽디자이너이자 만화가인 조경규(38)씨는 중국음식 마니아이다. 중국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책만 세 권을 냈다. 최근에 출간된 <차이니즈봉봉클럽> 3권은 중국 베이징에서 3년간 탐험한 음식을 촘촘하게 꾸린 책이다. 그는 중국음식을 예민하게 감별하는 별난 혀를 타고났다. 책갈피마다 전문가의 식견이 녹아 있다. 그와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중화요리인 자장면 순례에 나섰다. 순례지는 수도권 일대에서 자장면 가격이 가장 싸다고 알려진 중국집 ‘사천왕짬뽕’(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과 1979년에 문을 연 서울 신라호텔의 고급 중식당 ‘팔선’이다. 이 두 곳의 자장면 가격은 약 20배 차이가 난다. ‘사천왕짬뽕’은 1000원, ‘팔선’은 2만원이다. 지난해 소비자원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자장면 평균 가격은 3000~4000원대이다.
1000원 자장면 하루 700그릇 팔려
일산 평범한 아파트단지에 있는 중국집 ‘사천왕짬뽕’. 12시가 되자 자장면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다. 한 그릇 넉넉한 양이 까만 소스에 푹 파묻혀 나온다.
기자 맛 어떠세요? 면이 너무 굵고, 전분도 많은 느낌이네요.
조경규(이하 조) 1000원인 것 감안해야죠. 흔한 면이죠. 면은 얇을수록 맛있어요. 우리 중식은 전분을 너무 많이 써요. 맛을 흐리게 하는 요인입니다. 배달문화와 관련 있어요. 중국에는 배달이 없어요. 중식은 정말 뜨거울 때 먹어야 하는 음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분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식지 않게 하려고. 그런데 1000원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사천왕짬뽕’은 1년 전 자장면 가격을 1000원으로 내렸다. 주인 이찬씨는 “제가 주방장입니다. 직접 하니깐 인건비가 덜 들죠. 경기가 안 좋아서 내렸습니다”라고 말한다. 하루 평균 700인분이 나간다고 한다. 까만 소스에는 손톱만한 돼지고기 덩어리가 몇 개 보인다.
조 이 집의 맛을 논할 수는 없어요. 3000원으로 더 맛있는 거 만들면 좋겠지만 1000원으로 내려야 하는 현실이 슬픈 거죠. 집 앞이라면 몰라도 일부러 이곳을 찾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자 적은 돈으로 두둑하게 배를 채우는 거죠. 조 그렇게 따지면 맛도 나쁘지 않아요. 따끈한 면 요리를 1000원에 먹기가 쉽지 않죠. 분식점 라면도 1000원에 못 먹어요. 기자 부산에도 1000원 자장면이 있어요. 부산대 앞 ‘천냥짜장’(금정구 장전동)입니다. 면은 기계로 뽑지만 얇고, 후루룩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조 자장면은 중화요리를 알린 효자이자 우리 생활에 깊게 파고들게 한 일등공신이지만 망하게 한 문제아이기도 합니다. 중국집 하면 자장면이죠. 다른 중식에 관심을 덜 갖게 해요. 그래서 더 발전하지 못했어요. 중화요리 전체가 쇠퇴했다고 할까요. 서울 광화문의 중식당 ㅁ도 처음에는 자장면이 없었어요. 손님들이 찾으니깐 어쩔 수 없이 메뉴에 넣었지요. 연남동 ㅎ도 그런 예죠. 볶음밥에도 자장소스가 나오잖아요. 그 소스 때문에 밥에 간을 안 하죠. 볶음밥은 본래 자장소스 없이 먹는 요리인데 말이죠. 훠궈전문점이나 딤섬전문점처럼 다양한 전문음식점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기자 자장면은 국적 논쟁도 있죠? 우리식 자장면은 정작 중국에는 없으니. 1883년 인천에 온 산둥성 출신 중국인들이 들여왔다고 하죠. 한국인 입맛에 맞게 캐러멜을 춘장에 넣어 지금 같은 우리 자장면이 탄생했다죠. 1905년 문 연 ‘공화춘’이 시작이라는 게 정설이네요. 조 자장면은 분명 중국음식입니다. 우리 자장면은 변형된 거고. 우리는 고작 100년 정도지만 중국은 더 오래되었어요. 원나라 때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얼추 1000년은 된 거죠. 베이징 자장면은 한국식과는 달라요. 첨장(첨면장. 甛麵醬. 단맛이 나는 중국 된장. 첨장 발음이 변해 춘장이 됨)에 야채 안 넣고, 오겹살을 넣어 볶아요. 전분 안 써요. 소스를 볶다 보면 덩어리가 생겨 기름과 분리되죠. 이 장과 기름을 면에 붓는 거죠. 중국의 자장면은 원래 비벼 먹는 여름음식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은 겨울에 뜨거운 탕면을 주로 먹는다. 삶은 면을 찬물에 헹궈서 온도가 낮아지면 뜨거운 소스를 뿌린다. 먹기 좋은 온도가 된다. 면은 크게 2가지라고 한다. 손으로 잡아 늘이면서 치는 수타면과 우리네 칼국수처럼 칼로 자르는 면이 있다. 기자 중국인도 우리처럼 자장면을 많이 먹나요? 조 베이징 사람들은 ‘자장면 한 그릇에 생마늘 한 쪽 곁들인 것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맛’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정이 각별합니다. 중국 면 요리는 고명보다 면이 주인공입니다. 우리 자장면은 면 자체의 맛을 내는 데 소홀해요. 기자 한국에서 맛있는 자장면 집 추천한다면? 조 딱히 없어요. 한번 마포 ‘부영각’을 추천한 적은 있어요. 볶음자장의 원조죠. 볶음자장 하면 ‘짜파게티’가 생각나요. 일종의 볶음자장면인 셈이에요. 기자 ‘부영각’은 화교가 30년 이은 집이죠. 작년에 원로 화교 출신 요리사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중식은 기름 많고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많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조 잘못된 생각이죠. 찌고 삶은 음식도 많아요. 베이징에는 야채, 생선요리가 많아요. 살찐 사람은 별로 없죠. 차를 많이 먹어서 그런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기름기가 많지 않아요. ‘팔선’은 사천식자장면, 해물자장면, 유니자장면, 3가지가 있다. 우리 앞에 도착한 자장면은 해물자장면이었다. 수북한 양파 사이로 그리 크지 않는 새우, 해삼, 오징어, 관자 등이 보인다. 장금승 팔선 주방장은 “면은 직접 뽑아요. 화학조미료와 파우더(면이 쫄깃하게 되도록 돕는 가루)를 안 넣고, 소금만 넣어 반죽합니다. 춘장과 일본식 저염 된장을 1 대 3 정도 비율로 섞어 기름에 볶아요. 해삼, 새우 등은 국내산”이라고 말한다. 코스가 아닌 단품 자장면은 월 200그릇 정도 팔린다고 한다. 가격 보니 목구멍에 걸리는 기분 조 면이 좀 굳어 있네요. 2만원이라는 소리 듣고 면이 가장 궁금했어요. 그다지 특별한 거 없네요. 오징어, 해삼, 새우 맛있긴 한데, 보통 ‘잘한다’ 소리 듣는 중국집 자장면과 비슷한 맛이네요. 생강차가 1만5000원 하는 호텔이라는 걸 감안해도 2만원은 부담스럽네요. 맛은 있지만 굳이 2만원을 내고 먹을 생각은 안 드네요. 기자 가격과 음식의 맛은 참 정리하기가 힘든 부분이네요. 조 음식은 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비싸다고 맛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대로 값을 지불하고 제대로 된 맛을 보는 것이 중요하죠. 자장면은 3000~4000원이 적당한 선인 것 같아요. 집 앞 자장면이 제일 맛있어요. 먹던 맛이니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천왕짬뽕 자장면
조 이 집의 맛을 논할 수는 없어요. 3000원으로 더 맛있는 거 만들면 좋겠지만 1000원으로 내려야 하는 현실이 슬픈 거죠. 집 앞이라면 몰라도 일부러 이곳을 찾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자 적은 돈으로 두둑하게 배를 채우는 거죠. 조 그렇게 따지면 맛도 나쁘지 않아요. 따끈한 면 요리를 1000원에 먹기가 쉽지 않죠. 분식점 라면도 1000원에 못 먹어요. 기자 부산에도 1000원 자장면이 있어요. 부산대 앞 ‘천냥짜장’(금정구 장전동)입니다. 면은 기계로 뽑지만 얇고, 후루룩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조 자장면은 중화요리를 알린 효자이자 우리 생활에 깊게 파고들게 한 일등공신이지만 망하게 한 문제아이기도 합니다. 중국집 하면 자장면이죠. 다른 중식에 관심을 덜 갖게 해요. 그래서 더 발전하지 못했어요. 중화요리 전체가 쇠퇴했다고 할까요. 서울 광화문의 중식당 ㅁ도 처음에는 자장면이 없었어요. 손님들이 찾으니깐 어쩔 수 없이 메뉴에 넣었지요. 연남동 ㅎ도 그런 예죠. 볶음밥에도 자장소스가 나오잖아요. 그 소스 때문에 밥에 간을 안 하죠. 볶음밥은 본래 자장소스 없이 먹는 요리인데 말이죠. 훠궈전문점이나 딤섬전문점처럼 다양한 전문음식점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기자 자장면은 국적 논쟁도 있죠? 우리식 자장면은 정작 중국에는 없으니. 1883년 인천에 온 산둥성 출신 중국인들이 들여왔다고 하죠. 한국인 입맛에 맞게 캐러멜을 춘장에 넣어 지금 같은 우리 자장면이 탄생했다죠. 1905년 문 연 ‘공화춘’이 시작이라는 게 정설이네요. 조 자장면은 분명 중국음식입니다. 우리 자장면은 변형된 거고. 우리는 고작 100년 정도지만 중국은 더 오래되었어요. 원나라 때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얼추 1000년은 된 거죠. 베이징 자장면은 한국식과는 달라요. 첨장(첨면장. 甛麵醬. 단맛이 나는 중국 된장. 첨장 발음이 변해 춘장이 됨)에 야채 안 넣고, 오겹살을 넣어 볶아요. 전분 안 써요. 소스를 볶다 보면 덩어리가 생겨 기름과 분리되죠. 이 장과 기름을 면에 붓는 거죠. 중국의 자장면은 원래 비벼 먹는 여름음식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은 겨울에 뜨거운 탕면을 주로 먹는다. 삶은 면을 찬물에 헹궈서 온도가 낮아지면 뜨거운 소스를 뿌린다. 먹기 좋은 온도가 된다. 면은 크게 2가지라고 한다. 손으로 잡아 늘이면서 치는 수타면과 우리네 칼국수처럼 칼로 자르는 면이 있다. 기자 중국인도 우리처럼 자장면을 많이 먹나요? 조 베이징 사람들은 ‘자장면 한 그릇에 생마늘 한 쪽 곁들인 것이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맛’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정이 각별합니다. 중국 면 요리는 고명보다 면이 주인공입니다. 우리 자장면은 면 자체의 맛을 내는 데 소홀해요. 기자 한국에서 맛있는 자장면 집 추천한다면? 조 딱히 없어요. 한번 마포 ‘부영각’을 추천한 적은 있어요. 볶음자장의 원조죠. 볶음자장 하면 ‘짜파게티’가 생각나요. 일종의 볶음자장면인 셈이에요. 기자 ‘부영각’은 화교가 30년 이은 집이죠. 작년에 원로 화교 출신 요리사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중식은 기름 많고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많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조 잘못된 생각이죠. 찌고 삶은 음식도 많아요. 베이징에는 야채, 생선요리가 많아요. 살찐 사람은 별로 없죠. 차를 많이 먹어서 그런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기름기가 많지 않아요. ‘팔선’은 사천식자장면, 해물자장면, 유니자장면, 3가지가 있다. 우리 앞에 도착한 자장면은 해물자장면이었다. 수북한 양파 사이로 그리 크지 않는 새우, 해삼, 오징어, 관자 등이 보인다. 장금승 팔선 주방장은 “면은 직접 뽑아요. 화학조미료와 파우더(면이 쫄깃하게 되도록 돕는 가루)를 안 넣고, 소금만 넣어 반죽합니다. 춘장과 일본식 저염 된장을 1 대 3 정도 비율로 섞어 기름에 볶아요. 해삼, 새우 등은 국내산”이라고 말한다. 코스가 아닌 단품 자장면은 월 200그릇 정도 팔린다고 한다. 가격 보니 목구멍에 걸리는 기분 조 면이 좀 굳어 있네요. 2만원이라는 소리 듣고 면이 가장 궁금했어요. 그다지 특별한 거 없네요. 오징어, 해삼, 새우 맛있긴 한데, 보통 ‘잘한다’ 소리 듣는 중국집 자장면과 비슷한 맛이네요. 생강차가 1만5000원 하는 호텔이라는 걸 감안해도 2만원은 부담스럽네요. 맛은 있지만 굳이 2만원을 내고 먹을 생각은 안 드네요. 기자 가격과 음식의 맛은 참 정리하기가 힘든 부분이네요. 조 음식은 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비싸다고 맛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대로 값을 지불하고 제대로 된 맛을 보는 것이 중요하죠. 자장면은 3000~4000원이 적당한 선인 것 같아요. 집 앞 자장면이 제일 맛있어요. 먹던 맛이니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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