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사랑은 맛을 타고
우리 아빠의 딸에 대한 사랑은 아주 유별납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 발이 땅에 닿은 적이 없을 정도로 항상 저를 안고 다니셨던 것은 물론 중학교 때는 생리대가 여자의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아시고 직접 천을 잘라 생리대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런 제가 3년 전에 결혼을 했고, 아빠는 결혼식이 끝난 후 제 방에 들어가셔서 대성통곡을 하며 우셨다고 합니다. 이런 아빠의 사랑은 2년 전부터 요리가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2년 전에 제가 아이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저를 위한 첫 요리는 연포탕이었습니다.
애를 낳고 병원에 있는 동안 아빠는 매일 수산시장에 가서 낙지, 전복 등을 사와 국물이 시원한 연포탕을 끓여주셨습니다. 처음 먹은 연포탕은 정말 애 낳은 것도 잊게 할 만큼 맛있었습니다. 아빠의 사랑이 우러났던 것 같습니다. 또 모유수유를 했던 저는 매운 것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아빠는 그런 저를 안쓰럽게 생각하셨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황태국에 반한 아빠는 그 집 황태 2만원어치를 사고 비법을 물어보셨다고 합니다. 다음날 그 황태로 국을 끓여주셨습니다. 아빠의 사랑이 고소함과 더해져 더욱 맛있었습니다. 모유수유가 끝나고 제일 먼저 먹은 매운 음식 역시 아빠가 만들어주셨습니다. 아빠 본인이 개발했다고 하시면서 수산시장에서 산 갈치로 조림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개발한 맛이 안 난다고 속상해하셨습니다. 다음날 아빠는 마늘을 안 넣은 것 같다며 다시 갈치조림을 해주셨습니다. 아빠의 사랑이 매콤하게 느껴졌습니다. 브로콜리가 인기있었을 때에는 브로콜리 생크림죽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당시 제과점에서 생크림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고 달라고도 하셨습니다. 결국 판매용 생크림을 사서 만들어주셨습니다.
지금은 제 딸(손녀)이 밥을 먹게 되자 멸치조림을 해주시곤 합니다. 그런데 그 멸치조림은 항상 두가지 종류입니다. 하나는 손녀를 위한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 아주 가는 멸치조림이고 하나는 제가 먹을 중간 크기의 멸치조림입니다. 그 외에도 아빠는 갈비탕, 소고기뭇국, 들깨죽, 고등어구이, 닭볶음탕 등 많은 요리를 저만을 위해 해주고 계십니다. 저는 감기 한번 안 걸리는 튼튼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저에 대한 사랑이 손녀에게로 조금씩 움직여가는 것을 볼 때면 조금 속상하지만, 그래도 아빠 마음속에서 저는 항상 1등이라 생각합니다. 아빠의 요리로 항상 행복한 저는 아빠의 사랑 속에서 영원히 행복할 것입니다.
문찬희/서울 동작구 사당동
● 주제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맛 ● 분량 200자 원고지 8장 안팎 ● 응모방법 esc 블로그 ‘사랑은 맛을 타고’ 게시판에 사연을 올려주시거나 한겨레 요리웹진 끼니(kkini.hani.co.kr)의 ‘커뮤니티’에 내용을 올려주시면 됩니다. ● 상품 네오플램 친환경 세라믹 냄비 ‘일라’ 4종과 세라믹 프라이팬 ‘에콜론팬’ 2종. ● 발표·게재일 개별 연락/격어렸을 때부터 제 발이 땅에 닿은 적이주 목요일 한겨레 매거진 esc 요리면 ● 문의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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