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바다 바라보며 ‘나이스 샷!’ 날려 보셨는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이런 기분 낼 수 있는 곳이 있다. 동해고속도로 옥계휴게소 옥상이다. 놀이용에 가까운 미니퍼팅·아이언샷 연습장이지만, 옥상 난간 위에 발 디디고 서서 내려다보니 바다 경치와 어우러져 그럴싸해 보인다. 골프공 한 박스에 3000원. 운영주 김광용(54)씨는 “하루 종일 치다 가셔도 좋다”고 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어차피 막힐 귀성길, 휴게소 즐기며 가요
“창을 열어! 소리쳐봐! 우리는 바~다로 가요~ 까맣게 타서 돌아올 거예요!” 라디오에서 가수 김장훈의 노래 ‘고속도로 로망스’가 흥겹게 흘러나오네요. 고속도로 타고 고향 가는 길. 시원한 가을바람에 탁 트인 풍경, 보고 싶던 가족들까지. 생각만 해도 신나는 길… 이었으면 좋겠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네요. 시뻘건 정지등을 내뿜으며 꼬리 물고 늘어진 자동차 행렬. 게다가 가을이라면서 날씨는 왜 이리 푹푹 찌는지. 창을 열어 소리치고 싶네요. 마음만 시커멓게 타서 돌아올 거 같아요!
짜증 한가득 안고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징징대는 아이 손을 끌며 미어터지는 화장실을 뚫고 지나,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피해 우동 한 그릇 뚝딱 해치웁니다. 빨리빨리. 귀성전쟁의 승리자가 되려면 민첩한 행동은 기본이겠죠.
어허, 그런데 이건 아니죠.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부터가 아니라, 출발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이거든요. 한가위 교통체증, 하루이틀도 아니잖아요. 마음을 바꿔 보세요. 가는 길, 오는 길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일부랍니다. 후다닥 빠져나갈 생각을 접어두면, 회색빛 고속도로 옆으로 정말 멋지고, 맛나고, 아름다운 장소가 펼쳐집니다.
가 올해는 맘먹고 휴게소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으로 나섰습니다. 휴게소는 이제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복합 놀이공간입니다. 특별취재팀이 서울~부산을 3번 넘게 오고갈 장장 2792㎞를 돌아다니면서 듣고 온 전국의 휴게소 이야기를 펼쳐봅니다. 띵동! 잠시 후,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휴게소 특집이 펼쳐집니다. 아, 깜빡이 넣는 거, 잊지 마세요!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