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이렇게 즐겨요’
우아함이 흘러넘칠 것만 같은 이소영(사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의 사무실에는 간이침대가 놓여 있었다.
지난 5일, 그는 내년 공연 계획을 세우느라 사흘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새로운 공연을 올리느라 여유가 없을 법도 했지만, 오페라의 ‘O’도 모르고 들이닥친 기자는 다짜고짜 물었다. “도대체, 오페라 어떻게 즐기면 되는 건가요?”
이탈리아어가 대부분인 오페라, 어떻게 즐기라는 거죠?
“오페라 즐기기는 마치 등산 같은 거예요. 처음에는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여유가 생기고 나면 산속의 꽃도 나무도 눈에 들어오잖아요. 오페라를 본다고 따로 노력해야 할 것은 없어요. 오페라는 말과 소리, 몸짓이 더해진 거죠. 물론 알면 알수록 오페라를 보고 얻게 되는 게 늘겠지만, 날 때부터 자연의 소리를 듣고 어깨춤을 들썩일 줄 안다면 그걸로 돼요.”
오페라 보기 전 준비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잘 만들어진 오페라는 준비가 안 되더라도 몰입이 되죠. 인간의 한계를 넘으려고 하는 성악가가 마이크와 스피커 같은 기계적인 장치를 거치지 않고 거대한 오페라 극장을 꽉 메우는 소리를 듣자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거든요. 인생의 첫번째 오페라는 엄마가 들려준 자장가예요. 오페라를 알고 태어난 것과 다름없죠.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를 모르는 어린이들이나, 오페라를 난생처음 들어본 시골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오페라를 얼마나 재미있어하는지 아세요?”
오페라,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할 때였어요. 유학생이 최대한 많은 오페라를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은 극장의 꼭대기 4층 입석 자리를 구하는 것뿐이었죠. 입석에 꽉 들어찬 관람객들은 저 같은 유학생들이 많았어요. 4층 입석도 음의 떨림 자체를 흡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죠. 비싼 브이아이피(VIP)석은 그만큼의 서비스와 편한 환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일 뿐이에요.” 오페라 극장에서 꼭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을까요? “브라보! 마음껏 외쳐주세요. 다만, 대사가 끝나고 나서 바로는 말고요. 오케스트라 연주의 마지막 음이 끝난 뒤도 아니에요. 바로 마지막 연주음의 여운을 느끼고 난 뒤죠. 잠시의 멈춤, 그 여운 안에서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거든요. 옷차림은 남 눈치를 보며 형태 안에 자신을 가둬두는 ‘격식’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1년 넘게 목소리를 연마하며 무대에 오른 이들을 위한 ‘존중’의 마음을 표현하면 충분해요. 준비하는 만큼 설렘과 떨림은 더해지겠지만요.” 글 이정연 기자<30FB>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할 때였어요. 유학생이 최대한 많은 오페라를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은 극장의 꼭대기 4층 입석 자리를 구하는 것뿐이었죠. 입석에 꽉 들어찬 관람객들은 저 같은 유학생들이 많았어요. 4층 입석도 음의 떨림 자체를 흡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죠. 비싼 브이아이피(VIP)석은 그만큼의 서비스와 편한 환경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일 뿐이에요.” 오페라 극장에서 꼭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을까요? “브라보! 마음껏 외쳐주세요. 다만, 대사가 끝나고 나서 바로는 말고요. 오케스트라 연주의 마지막 음이 끝난 뒤도 아니에요. 바로 마지막 연주음의 여운을 느끼고 난 뒤죠. 잠시의 멈춤, 그 여운 안에서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거든요. 옷차림은 남 눈치를 보며 형태 안에 자신을 가둬두는 ‘격식’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1년 넘게 목소리를 연마하며 무대에 오른 이들을 위한 ‘존중’의 마음을 표현하면 충분해요. 준비하는 만큼 설렘과 떨림은 더해지겠지만요.” 글 이정연 기자<30FB>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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