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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가 아트퍼니처에 빠진 날

등록 2011-03-03 10:20

빈티지한 멋을 살린 ‘로슈보부아’사의 소파(프랑스).
빈티지한 멋을 살린 ‘로슈보부아’사의 소파(프랑스).
[매거진 esc] 부띠크모나코미술관 ‘FMF 2011’ 전시회 3~17일
장난감과 옷.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상상력을 보태면 예술이 된다. 교구용 숫자와 알파벳 장식, 미니카, 레고블록이 디자이너들의 고뇌를 거쳐 아름다운 드레스로 변신했다. 감히 옷이 될 수 없을 것 같은 소재, 상상하기 어려운 실험적 디자인이 재밌고 신기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고의 패션디자이너를 뽑는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3>의 4회 미션에선 이런 실험이 실제로 이뤄졌다. 런웨이에 선 모델 이소라의 말처럼 “진보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자의 반짝이는 상상력이다.

패션의 마침표와 공간의 느낌표의 만남

서울 강남에 위치한 부띠크모나코미술관도 이런 상상력을 발휘해 색다른 전시를 선보인다. 3~17일 열리는 ‘에프엠에프(FMF: Fashion meets Furniture) 2011’은 패션과 가구라는 새로운 조합의 디자인 조화를 보는 전시다. 20~30대 젊은 국내외 패션디자이너와 가구디자이너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면서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찾는 실험이다.

업사이클링 부츠를 만든 ‘겸비’.
업사이클링 부츠를 만든 ‘겸비’.
연중기획으로 시작된 ‘에프엠에프 2011’의 첫 패션 소재는 ‘패션의 완성’으로 통하는 구두다. ‘킬힐 마니아’인 가수 서인영, ‘슈즈홀릭’인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처럼 구두는 여성들이 열광하는 패션 아이템 중 하나다. ‘패션의 마침표’가 ‘공간의 느낌표’인 가구와 만나 한 공간에서 빚어내는 앙상블이 이 전시회의 관람 포인트다.

‘구두, 가구를 만나다’가 부제인 이 전시회는 국내외 구두디자이너와 가구디자이너 48명이 참여했다. 국내파만 참여한 구두디자이너 10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가구디자이너다. 부띠크모나코미술관 최유진 큐레이터는 “독특한 콘셉트와 역사를 가진 디자이너들에게 ‘패션과 아트퍼니처의 만남’이란 전시회 취지만 설명하고 주제 없이 작품을 받았다”며 “각각의 디자이너들이 주제에 갇히지 않고 마음껏 예술적 감성을 뽐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루카 니케토와 마시모 가르도네가 디자인한 공예테이블(이탈리아).
루카 니케토와 마시모 가르도네가 디자인한 공예테이블(이탈리아).

애니멀 프린트 가죽으로 만든 ‘제셀반’ 구두.
애니멀 프린트 가죽으로 만든 ‘제셀반’ 구두.

구두 브랜드 ‘겸비’는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힌 ‘업사이클링’ 구두를 출품했다. 낡은 축구화에 검정 유성매직을 구두 굽으로 부착한 구두, 폐현수막의 글씨가 그대로 읽히는 부츠 등이 책장의 책처럼 신발장을 채운다. 이재용 가구디자이너는 인간의 감정을 이미지화한 실험적인 의자를 디자인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괴물의 입을 닮은 붉은색의 ‘몬스터 체어’는 사람이 앉으면 금방이라도 괴물에게 먹힐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된다. 이재하·정지호 디자이너가 함께한 가구브랜드 ‘러프디자인’은 금속과 나무의 대비를 통해 고전미와 현대미가 어우러진 테이블 세트를 완성했다. 버선코 모양의 구두 디자인이 동양적인 미를 뽐내는 ‘라플로채니’는 15.5㎝의 킬힐을 전시했다. 프랑스 파리 오트 쿠튀르 패션쇼에 선 모델들이 런웨이에서 신고 감탄했을 만큼 가볍고 안정적인 게 특징이다.

모든 전시품 예약구입 가능

구두와 가구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디자인을 하지만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철학은 묘한 공통분모를 만들어낸다. ‘자연주의’ ‘고전과 현대’ ‘상상과 실제’ 같은 주어지지 않은 주제로 묶어보는 게 가능하다. 목재와 철재를 사용한 가구, 색감이 강렬한 가구, 상상력이 기발한 가구 사이에 이와 어울리는 소재나 색감, 주제나 형식이 닮은 구두가 놓여 멋스럽고 재밌다.

‘에프엠에프 2011’은 참가한 디자이너와 출품된 작품 수가 많아 전시회를 2부로 나눴다. ‘겸비’ ‘라플로채니’ ‘라스트 애비뉴’ 등의 구두 브랜드와 이재용 디자이너, 미국 ‘에메코’사, 프랑스 ‘로슈보부아’사 등 국내외 가구디자이너의 작품이 지난 2월11~25일 열렸던 1부에서 소개됐다.

이삼웅 디자이너의 자개가구.
이삼웅 디자이너의 자개가구.

3~17일 열리는 2부 전시에서는 국내파 구두 및 가구 디자이너의 작품만 모았다. 이상봉 패션디자이너와 함께 ‘2010 파리컬렉션’에서 자개로 제작한 헬멧·액세서리·고글을 선보였던 이삼웅 디자이너는 자개를 한 땀 한 땀 붙인 조각품 같은 테이블 세트를 선보인다. 김동원·소은명 가구디자이너가 각각 만든 소파와 책장은 자연을 닮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구두는 패셔니스타들이 즐겨 신는 ‘더 힐’ ‘캣츠 온더 마스’ ‘세인트라이’ 등이 새롭게 공간을 채운다. ‘라플로채니’ ‘신’ 등 1부에 소개된 구두 브랜드는 2부에서도 다시 공개된다.

연예인들이 즐겨 신는 ‘왓 아이 원트’ 구두.
연예인들이 즐겨 신는 ‘왓 아이 원트’ 구두.

붉은색이 감각적인 론 아라드 소파(이스라엘).
붉은색이 감각적인 론 아라드 소파(이스라엘).

1부가 연예인과 일반인에게 친숙한 브랜드의 디자인으로 상업성을 강조했다면, 2부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예술성 높은 작품들로 꾸며졌다. 전시를 기획한 최유진 큐레이터는 “상업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구두와 아트퍼니처를 한 공간에서 담아내는 전시는 처음”이라며 “아트퍼니처와 어울릴 다음 패션 아이템으로 드레스, 가방, 주얼리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프엠에프 2011’에 전시된 구두와 가구 작품은 모두 판매가가 표시돼 있다. 전시된 작품이 가진 가치를 보여줄 목적으로 표기했으나 ‘팔리지 않는 예술작품은 없다’는 미술관의 정신도 한몫했다. 관람객들이 현장에서 구매의사를 밝히면 예약제로 작품 구입이 가능하다.

글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사진 제공 부띠크모나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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