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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가 올겨울 뜨는 까닭은?

등록 2010-11-11 10:03수정 2010-11-14 14:41

1, 2, 3. 자칫 뚱뚱해 보일 수 있는 모피는 코트가 아닌 조끼형으로 입으면 좀더 날씬해 보인다. 요즘은 이런 천연모피를 흉내낸 다양한 인조모피 조끼들이 많아지고 있다.(쉬즈미스, PAT, 에스티에이 제공)
1, 2, 3. 자칫 뚱뚱해 보일 수 있는 모피는 코트가 아닌 조끼형으로 입으면 좀더 날씬해 보인다. 요즘은 이런 천연모피를 흉내낸 다양한 인조모피 조끼들이 많아지고 있다.(쉬즈미스, PAT, 에스티에이 제공)
[매거진 esc] 강추위·값싸고 실용적인 인조모피 확산이 젊은층 사로잡아
과거의 ‘괴담’ 하나.

‘○○○○’를 입고 택시를 타면 납치 대상이 된다.

과거의 ‘현상’ 하나.

‘○○○○’를 입고 거리를 걸으면 지나가는 여성 10명 중 9명은 뒤돌아본다.

‘○○○○’를 채우는 건 부유한 중년여성을 상징했던 모피(퍼)코트다. 모피는 다이아몬드와 함께 화려함과 부유함을 상징하는 패션 품목 중 하나다.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에서 백만장자를 사로잡은 마릴린 먼로는 다이아몬드와 모피로 아름다움을 뽐냈다. 다이아몬드와 모피의 값어치는 현재도 고가지만 가치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한낱 돌에 지나지 않는 다이아몬드가 ‘변치 않는 아름다움’ ‘여자들의 친구’로 불리며 숭상받는 것과 달리 모피는 동물을 희생해 얻는 유행 아이템으로 지탄받는다. ‘신사는 모피를 안 입은 금발을 좋아한다’는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의 반대구호도 있었다. ‘여름엔 쪄 죽고 겨울엔 얼어 죽을’ 멋쟁이도 동물애호가라면 포기해야 할 패션 아이템이 모피다.

다양한 가격대로 풍성하고 화려해진 모피코트


4,5 따뜻한 느낌이 나는 모피로 장식한 플랫슈즈와 어그부츠.(플라스틱아일랜드, 에고이스트 제공)
4,5 따뜻한 느낌이 나는 모피로 장식한 플랫슈즈와 어그부츠.(플라스틱아일랜드, 에고이스트 제공)
그렇다고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모피를 소유하고픈 여성의 욕망이 줄었을까.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천연모피를 대신해 인조모피가 모피 특유의 보온성과 화려함을 이어받았다. “겨울이 되면 으레 나오는 게 모피”라고 생각해 옷장 속에 모피 제품 하나 넣어두지 않은 여성들만 한숨을 쉬게 생겼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진 모피가 가격·디자인·소재에서 가볍고 다양해지더니 몇년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상한파와 폭설이 이어진 지난해에 이어 추위가 일찍 찾아온 올해도 모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코트·조끼·치마 따위 옷 외에도 부츠·가방·모자 따위 액세서리까지 모피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쏟아진다. 이제 모피를 입은 이들이 구경거리가 되지도 않고, 모피를 입어 납치 대상이 됐다는 괴담도 들리지 않는 시절이다.

이번 가을겨울 모피 제품의 인기는 빙하가 녹는 북극을 무대 위로 옮겨놓은 듯한 2010 가을겨울(F/W) 샤넬 쇼에서 예견됐다. 모델들이 곰처럼 두툼한 모피코트를 입고 종아리를 감싼 모피부츠를 신고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테디베어’ 혹은 ‘바야바’ 스타일로 부를 만큼 길고 풍성한 털을 가진 모피코트는 중년여성이 부의 상징으로 뽐내던 예의 그 모피코트가 아니었다. 북극에서도 얼어 죽지 않을 만큼 포근해 보이는 것은 여전했으나 한결 밝고 경쾌해진 색과 디자인이 둔해 보이기보다 섹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진짜 모피가 아니었다는 사실. 한때 “모피는 울이나 실크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소재일 뿐”이라고 했던 카를 라거펠트는 인조모피로 천연모피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화려함, 우아함을 살려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패스트패션 수입브랜드인 자라, 에이치앤엠도 젊은 층을 겨냥한 다양한 인조모피 제품을 내놓았다. 재킷이나 코트에 모피가 부착된 ‘패치형’ 모피제품, 민소매 모피조끼 등이다. 패션스타일리스트 서정은씨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빈티지스럽고 캐주얼한 밝은 색의 모피 제품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가죽이나 니트 같은 소재와 믹스매치한 제품은 물론 깃, 소매, 주머니에서 모피를 포인트로 사용한 제품까지 모피 제품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6. 앞면만 모피를 사용한 니트조끼에 벨트를 매주면 허리라인을 살릴 수 있다.(엘페 제공) 7, 8. 길이가 짧은 모피조끼는 귀엽고 섹시해 보인다.(꼼빠니아, 에스티에이 제공) 9. 밝은 색상으로 한층 젊어 보이는 모피코트.(에이치앤엠 제공)
6. 앞면만 모피를 사용한 니트조끼에 벨트를 매주면 허리라인을 살릴 수 있다.(엘페 제공) 7, 8. 길이가 짧은 모피조끼는 귀엽고 섹시해 보인다.(꼼빠니아, 에스티에이 제공) 9. 밝은 색상으로 한층 젊어 보이는 모피코트.(에이치앤엠 제공)

모피 제품은 털의 길이만으로도 촉감과 광택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짧은 길이의 모피는 벨벳처럼 은은한 광택이 돌면서 귀엽고, 중간 길이의 모피는 볼륨감이 풍성해 우아해 보인다. 깃털처럼 털이 길고 가벼우면 화려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일명 ‘테디베어’ 스타일로 통하는 이 코트는 도톰한 질감이 자칫 ‘복부인’처럼 보일 수 있어 안에 입는 옷을 몸에 붙게 입어야 세련되고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다. 애니멀 프린트의 모피코트는 지난해보다 한층 더 색과 무늬가 강렬해졌다. 코트가 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안에 입는 옷은 모피의 느낌과 반대되는 시스루나 시폰류의 소재를 함께 연출하면 멋스러움을 살릴 수 있다.

스타일을 연출할 때 실패 확률이 작은 모피조끼

두께감이 있는 모피코트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모피조끼를 선택하면 후회가 없다. 길이가 짧고 경쾌한 볼레로 스타일, 벨트가 달린 벨티드 스타일, 엉덩이를 덮는 긴 기장의 코트형 스타일까지 다양해 조끼 하나만 있으면 평상시 청바지 차림부터 연말 모임의 파티복까지 여러 가지로 활용해볼 수 있다.

코트나 재킷, 조끼가 아니더라도 모피를 활용한 부츠, 가방, 목도리 같은 액세서리도 겨울 멋쟁이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크리스찬디올은 빅백을,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는 모자를, 소니아 리키엘은 헤어밴드에 모피를 사용해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따뜻한 패션 소품을 만들어냈다. 여우 꼬리처럼 늘어진 가방 액세서리, 눈송이처럼 뭉쳐진 털뭉치가 올라간 플랫슈즈도 따뜻함을 전달하는 엣지있는 액세서리가 된다. 이때 예쁘다고 모피 제품을 두 개 이상 착장하면 부담스럽게 보일 수 있으니 과용은 금물이다.

추운 계절과 함께 찾아온 모피의 유행이 복고풍 아이템을 되살렸다. 10여년 만에 무스탕의 전성기도 돌아오는 중이다. 겉은 가죽, 안쪽은 곱슬곱슬한 털을 가진 양털인 무스탕은 두툼한 질감과 무게감 탓에 ‘아저씨스럽다’는 평을 받아왔다. 가격대는 고가이면서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이 모피에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밀리터리룩이 유행하면서 한결 편안하고 멋스러워진 무스탕이 눈길을 끈다. 오토바이 탈 때 입는 바이커 재킷처럼 짧고 깡총한 디자인, 니트 위에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조끼 등 다양하다. 스타일리스트 서정은씨는 “사치스럽게 여겨졌던 모피가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유행하면서 미친 여파”라고 설명했다.

짧고 곱슬거리는 무스탕의 양털이든, 북극곰을 연상시키는 ‘테디베어’ 스타일의 모피코트든 모피는 이름값을 하느라 인조모피여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밍크나 여우에 비해 털이 잘 빠진다고 괄시받는 토끼털도 패딩점퍼의 후드 부분이나 소매 등에 덧붙게 되면 옷값이 더 올라간다. 그러니 한때의 유행이나 나와 무관한 패션 아이템으로 치부해 외면할 게 아니라면 살까 말까 끝없이 고민하느라 허송세월하는 것보다 얼른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이상한파와 폭설로 모피가 유행했던 지난해에 빈 옷장을 바라보며 한숨 쉬었던 기억이 떠오르거나 화려하고 날씬해진 모피로 한껏 멋을 낸 거리의 여성들이 부럽게 느껴진다면 사서 하루라도 많이 입는 게 남는 장사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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