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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 무대 뒤, 영화보다 흥미로운

등록 2010-10-27 21:19수정 2010-11-07 09:40

10돌 맞은 ‘디자이너 사관학교’ 서울패션위크 안팎 취재기
10돌 맞은 ‘디자이너 사관학교’ 서울패션위크 안팎 취재기
[매거진 esc] 10돌 맞은 ‘디자이너 사관학교’ 서울패션위크 안팎 취재기
패션, 알다가도 모르겠다. 매일 옷을 입고, 필요할 때마다 쇼핑을 하지만 늘 만만치가 않다. ‘옷 잘 입는 법’ 같은 정답을 따라 해도 ‘촌스럽다’고 하는 게 패션이니 ‘패셔니스타’와 ‘패션테러리스트’의 차이는 그야말로 ‘글쎄’다. 결국 패션이란 건 입고 있는 옷, 신고 있는 신발, 손에 들고 있는 가방 따위 아닌가. 어딘지 낯선 느낌이 드는 패션을 배우러 패션쇼에 갔다.

#1. 패션쇼 취재를 가다

‘뭘 입고 가지?’

10주년을 맞은 ‘서울패션위크’ 취재를 앞두고 옷장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22~28일 열리는 서울패션위크는 국내 최대 패션쇼다. 10년 동안 900여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21번의 패션쇼가 열렸다. 정욱준·송지오·손정완 등 내로라하는 국내 디자이너들이 서울패션위크의 주요 행사인 서울컬렉션 무대를 거쳤다.

서울패션위크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경쟁하는 무대지만 행사장을 찾는 패션피플들의 스타일 대결도 볼거리다. 패션쇼 취재에 앞서 고민한 것도 수많은 패셔니스타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을 패션이다. 짧은 미니스커트, 아껴 입는 고가 브랜드의 니트재킷 따위가 옷장 밖으로 끄집어내졌다. 하지만 집을 나설 때의 옷차림은 여느 때처럼 청바지와 셔츠. 노트북을 넣은 백팩과 카메라를 메고 뛰어다녀도 불편하지 않을 최적화된 취재 복장이다. 스타일의 자존심은 운동화 대신 구두를 신는 것으로 지켰다.


패션피플 간의 스타일 경쟁은 서울컬렉션이 열리는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 전시장과 연결된 지하철 입구부터 시작된다. 지하철역부터 전시장까지 ‘런웨이’(쇼 무대)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개성 넘치는 옷차림을 한 패션피플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재밌는 건, 진짜 런웨이처럼 가상의 런웨이 끝에도 카메라가 있다. 바로 스트리트 패션을 취재하는 패션지 기자들이다. 이들의 날카로운 레이더망에 걸린 이가 오늘의 패셔니스타다.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눈에 띄는 옷차림을 한 패션피플을 향한 취재기자들의 촬영 구애가 뜨겁다. 난? 말 붙여주는 사람 없이 그냥 통과다.

#2. 흥미로운 공연무대가 된 패션쇼

패션쇼는 현장에서 직접 봐야 그 맛을 안다. <도전 슈퍼모델> <프로젝트 런웨이>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캣워크’(모델들의 독특한 걸음걸이), 런웨이 등의 단어가 대중들에게도 익숙해지면서 패션쇼는 당대 가장 흥미로운 공연문화가 됐다. 옷을 실컷 구경하면서 시즌보다 앞서 패션 트렌드를 익힐 수 있고, ‘걸어다니는 마네킹’이라고 할 수 있는 멋진 모델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캣워크에 힘을 보태는 최신음악과 세트장처럼 꾸며진 화려한 무대장치는 귀로 듣고 눈으로 즐기는 즐길거리로도 충분하다. ‘쟈니 헤잇 재즈’의 최지형 디자이너는 런웨이 위에서 드럼 연주를, ‘앤디 앤 댑’의 김석원 디자이너는 샹들리에 모양의 무대연출을 선보였다. 정혁서·배승연 디자이너 컬렉션은 ‘도시 안의 정글’을 연상케 하는 음악과 무대 분위기가 돋보였다.


패션쇼장에서 먼저 확인한 2011년 봄/여름 시즌 남성복 트렌드는 ‘클래식’이었다. 리넨과 면 소재가 많이 쓰였고, 파스텔 색상과 검정·흰색 같은 기본색을 이용한 귀엽고 단정한 정장들이 눈에 띄었다. ‘제너럴 아이디어’ 최범석 디자이너는 요즘 유행인 밀리터리룩을 빈티지하게 풀어낸 봄/여름 의상을 선보였다. 김석원 디자이너는 격자무늬 철창과 샹들리에 같은 인테리어 요소를 디자인적으로 패션에 접목한 정갈한 남성복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성복의 경우도 소재나 색상 면에서 남성복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전반적으로 독특한 커팅이나 패턴을 이용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미니멀한 의상이 많았다. 서울컬렉션을 보러 일본에서 온 한 의류업체 관계자(사진)는 “한국의 패션은 일본에서도 관심이 많다”며 “올해는 유럽 스타일로 발전하며 더욱 고급스러워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3. 패션쇼 무대 아래 숨겨진 이야기

패션쇼는 런웨이 의상을 관람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은 아니다. 패션쇼를 찾은 프런트 로(객석 앞줄)의 스타를 보는 것도 패션쇼의 묘미다. 프런트 로는 보통 패션지 편집장이나 연예인, 외국 바이어 같은 브이아이피(VIP)들을 위해 마련된다. 공효진·박시연·이혜영·장윤주 등 다양한 스타들이 서울패션위크 기간에 패션쇼장의 프런트 로를 빛냈다. 프런트 로 좌석엔 특별한 선물도 놓인다. 디자이너 협력업체가 제공하는 비타민 음료, 미니어처 양주 등이다.

쇼 타임 20분보다 긴 무대 리허설과 무대 뒷모습도 흥미롭다. 머리 손질과 화장을 끝낸 모델들은 리허설에서 맨발로 런웨이를 걸었다. 쇼에서 보여줄 옷은 옷걸이째 손으로 든 상태였다. 조명과 음악이 바뀌며 모델들이 순서를 익히는 사이, 한쪽에선 무대 디자인을 완성하고 다른 쪽에선 청소가 이뤄진다. 80명이 넘는 디자이너들이 하루에 8명 이상씩 쇼를 보여주다 보니 무대 꾸미는 시간은 촉박하다. 모델들도 바쁘다. 쇼에 오를 때마다 화장과 머리를 고치고 의상을 점검해야 하니 연달아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마른 몸이 더 마를 지경이다. ‘로리엣’ 홍승완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에겐) 쇼를 준비하는 시간이 짧고, (관람객들은) 앞 쇼의 잔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채로 다른 쇼를 보게 돼 나중에 혼돈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쇼 간격 시간이 조금 더 여유로웠으면 한다”는 바람을 비쳤다.


10돌 맞은 ‘디자이너 사관학교’ 서울패션위크 안팎 취재기
10돌 맞은 ‘디자이너 사관학교’ 서울패션위크 안팎 취재기
패션쇼를 준비하는 이들은 쇼와 쇼 사이 길게는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숨가쁘지만 패션쇼장에 들어서려고 길게 줄을 늘어선 관람객들에겐 지루한 기다림이다. 20분을 보기 위해 1시간 넘게 줄을 서기도 한다. 좌석이 부족하기 때문에 1관에서 쇼가 끝나면 부리나케 다음 쇼가 열리는 2관으로 뛰어가기도 한다. 패션쇼장의 질서를 잡는 건 스태프로 동원된 패션 관련학과 학생들이다. 뷰티디자인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현장진행 일을 하느라 무대를 가까이 볼 수 없지만 패션쇼에 오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고 했다.

서울패션위크는 신진과 선진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올해는 10돌을 맞아 패션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홍승완 디자이너는 “나를 포함한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무대를 통해 데뷔하고 성장했다”며 “디자이너 사관학교 같은 곳”이라고 서울패션위크를 설명했다.

패션쇼를 제대로 즐기려면 고정관념이나 편견 같은 건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런웨이 위 모델들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감싼 모든 것이 패션을 완성한다. 그 머리끝과 발끝을 확인하려면 직접 보는 방법밖에 없다. 연극, 뮤지컬, 영화보다 짧지만 강렬한 재미가 패션쇼에 있다.

글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사진 제공 서울패션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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