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전문 음식점인 바우본가의 한정식.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한방바이오 엑스포’ 앞둔 제천에서 맛보는 약선음식들
‘식약동원’(먹는 음식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
‘약초의 본향’이라고 불리는 충청북도 제천에 가면 ‘식약동원’을 기치로 삼은 음식점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제천이 약초로 유명해진 까닭은 일교차가 큰 고랭지와 석회암의 사질토양을 갖춘 자연조건이 우수한 약초를 키우는 데 한몫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천에선 순대에도 약초와 인삼을 넣고, 막국수 국물도 한약재로 우려내며, 닭갈비의 양념에도 약재를 쓴다. 홍화씨로 매운탕 육수를 내고 당귀로 김치를 담근다.
제천시는 오는 16일부터 10월16일까지 한달간 ‘2010 제천 국제 한방바이오 엑스포’를 연다. 제천시 왕암동 제2 바이오밸리 일대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엔 약초·허브 전시·판매부터 각종 한방기기 소개, 중국·일본·필리핀 등 15개국의 고유 의술 비교체험 등 다양한 한방문화 이벤트가 마련된다.
100만명의 관람객 참가를 예상하는 이 행사에 마련된 푸드코트에선 제천의 다양한 약선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엑스포 관람차 들렀다면 본격적인 약선음식을 선보이는 음식점에도 들러볼 것을 권한다.
대보명가 | ‘크게 보하고 밝게 가꾼다’는 뜻의 대보명가는 3년 전에 문을 연 곳이지만 제천에서 제법 유명한 약초밥 전문점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먼저 이곳에서 직접 만든 효소들로 만든 음료를 내주는데 그 맛부터 예사롭지 않다. 차림표는 한우약초쟁반, 한우약초떡갈비, 약초밥상 등 3가지 메뉴로 단출하다. 안창호(51) 사장은 “워낙 음식들이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이라 다양하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우약초쟁반은 황기·오가피 등 16가지 약초물에 산야초(곤드레나물·산뽕잎 등)와 능이·송이·표고·목이 등 버섯에다 각종 씨앗(구기자·연자·은행·잣) 등의 재료를 한우 수육과 함께 끓여서 먹는 음식이다. ‘전국 한방요리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요리이기도 하다. 한우약초떡갈비 역시 각종 약초물을 활용해 요리한 떡갈비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인 약초밥상은 각종 산야초로 만든 밑반찬에 생선과 불고기까지 더해진 푸짐한 한끼 정찬인데 가격은 1만원으로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은 상차림이다. 뽕잎무침, 오가피 장아찌, 산야초 장아찌, 사과 약지, 차조기·양배추 김치, 산마늘잎 장아찌 등 시중에선 만나기 어려운 약선음식들이 아주 맛깔스럽게 나온다. 밥은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따로 구분해 주는데, 남자는 기를 보해주는 인삼·백출 등을 쓰고 여자는 혈을 보해주는 당귀·천궁 등을 쓴다. 웬만한 채소는 식당 바로 옆 밭에서 직접 키우거나 채취하며 산야초로 온갖 효소도 직접 다 만든다. 한방음식 연구에 흠뻑 빠져 있는 안 사장은 조만간 ‘체질음식 연구소’도 세울 예정이란다.
위치: 제천 대원과학대 입구.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명절 제외 연중 무휴. 예약·문의: (043)643-3050.
바우본가 | 이곳 식당 입구에 들어서면 된장·고추장·장아찌 등이 담가진 22개의 장독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박화자(53) 사장은 1994년 8개월 시한부 암선고를 받았지만 거뜬히 이겨내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 이유가 ‘산나물과 약채’에 있다고 생각한 그는 100가지 독소를 해독하는 것으로 알려진 ‘순채’를 비롯한 각종 산나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 그 연구성과를 음식물로 내놓고 있으며, 그래서 바우본가는 “농약과 방부제 등으로 오염된 인체를 해독하는 음식을 내놓는 해독 전문 한방음식점”이라고 설명한다. “28년간 식당을 하면서 손님 걱정은 안 해봤을 정도로” 손맛이 뛰어난 박 사장은 충청북도에서 열린 각종 음식 경연대회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박 사장은 지난 7월 출범한 ‘제천 약선음식 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다.
정식은 1만5000원부터 4만원까지 있는데 겉보기에는 생선부터 쇠고기까지 다양한 한식들로 차린 평범한 한정식인데, 곳곳에 구기자·효소 등이 숨어 있다. 우엉을 쓴다 하면 치자물을 들이거나 복분자물을 들여서 쓴다. 묵도 약초를 이용해 만들고, 구절판 밀전병도 백련초·치자·쑥·감국 등을 활용한다. ‘순채 전문가’라는 사장의 명성에 걸맞게 순채 메뉴가 많다. 청정 연못에서만 사는 순채는 혀에서 녹는 듯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어린잎이다. 앞으로는 식당에서 직접 손님들의 체질검사를 한 뒤 체질별로 따로 반찬을 줄 예정이란다.
위치: 제천 버스터미널 근처.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둘째·넷째 일요일 휴무. 예약·문의: (043)652-9931~2. cafe.daum.net/bawoobonga
마이락 | 피자와 돈가스, 롤가스도 약채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식당이다. 마이락 피자(1만2000원)는 제천에서 유일한 수제 화덕 피자인데, 황기물로 반죽하고 당귀·뽕잎·시금치 등으로 소스를 쓰며 피자 위에는 당귀잎을 올린다.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맛이 뛰어난데 이미 제천의 엄마들 사이에선 ‘강추 어린이 간식’으로 유명하다. 만두, 돈가스와 롤가스 등에도 당귀, 황기, 뽕잎 등을 써서 느끼한 맛이 덜하고 약초 특유의 맛이 난다. 김승균(39) 사장은 “다른 곳에선 구하기 어려운 약초들을 여기선 싼값에 쉽게 구할 수가 있어서 약초를 이용한 이런저런 레시피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치: 청전사거리 근처.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연중무휴. 예약·문의: (043)642-8887.
동궁 | 1만원짜리부터 5만원짜리까지 다양한 한정식 코스를 파는 곳이다. 비쌀수록 시중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약선 메뉴들이 포함돼 있다. 모든 코스에 포함된 약초샐러드엔 복분자, 당귀, 치자 등이 들어간다. 사물연저육찜은 원기 회복에 좋은 사물(당귀, 황기, 숙지황, 천궁)과 계피, 삼백초 등 10가지 약초를 넣어 푹 삶은 돼지고기 찜요리다. 십전대보 불고기엔 사물 외에 인삼, 계피, 대추 등이 들어간다. 오미자탕수초는 오미자를 소스로 하여 개발한 탕수육이다. 후식으로 나오는 호박식혜도 눈길을 끈다. 2003년부터 이 식당을 운영한 이문도(50) 사장은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잡기 어렵다”고 귀띔한다.
위치: 제천 대원과학대 입구.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명절 제외 연중무휴. 문의: (043)652-9955. www.동궁.kr
글 김아리 기자 ari@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대보명가의 약초밥상.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마이락의 수제 피자.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동궁의 샐러드.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대보명가.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위치: 제천 대원과학대 입구.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명절 제외 연중 무휴. 예약·문의: (043)643-3050.
바우본가.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마이락.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동궁.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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