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스 카페’ 레시피 공개한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
[매거진 esc] ‘에디스 카페’ 레시피 공개한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 인터뷰
오픈하는 레스토랑마다 인파를 몰고 다니고,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며, 밀물같이 밀려드는 방송·광고 촬영 요청에 “하루에 3시간만 자며 산 지 14년째”라는 우리 시대 최고 스타 셰프 중 한명인 에드워드 권(39·본명 권영민·사진)씨. 최근 출간한 <에드워드 권 에디스 카페>(북하우스 펴냄)도 출간 3주 만에 초판 3000부가 다 팔리는 기염을 토하며 독자몰이를 하고 있는 그를 인터뷰하러 간 지난 12일, 그는 어떤 질문을 해도 “한국 레스토랑의 가격 거품이 너무 심하다. 거품을 빼야 한다”는 대답을 2시간 동안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지난해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죽전점 안에 오픈한 캐주얼 레스토랑 ‘에디스 카페’가 하루 평균 800명의 손님이 몰린다고 하는데 인기비결이 뭐라고 보나?
“이렇게 인기 있을 거라고 예상은 못 했다. 강남에 있는 식당에 가보면 평범한 직장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다. 먹을 수 있는 가격대 식당은 스파게티집밖에 없다. 강남의 고급 식당들은 대중의 0.01%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나는 ‘모든 대중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게 목표다. 백화점은 상류층부터 서민층까지 다 올 수 있는 공간이다. 가격대도 비슷한 메뉴의 다른 식당에 비해 50% 정도 싼데다 세금도 물리지 않는다. 어떤 메뉴는 바로 옆의 백화점 푸드코트보다 싸면서 서빙까지 다 해준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에드워드 권’이라는 이름 때문에 가격대에 비해 20~30배의 높은 기대치를 갖고 온다. 그래서 ‘저에게도 숨 쉴 공간을 좀 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다.”
지난 5월 서울 이태원에 오픈한 ‘더 스파이스’는 어떤가?
“지금 예약을 하면 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인기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보기에도 알겠지만,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더 스파이스’ 역시 놀라운 가격대로 메뉴를 내놓고 있다. 3코스 메뉴는 2만7500원, 6코스 메뉴는 4만6500원이다. 한국에서 이런 코스 메뉴를 이런 가격에 내놓는 곳은 여기뿐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도쿄의 롯폰기힐스에 있는 <미슐랭 가이드> 3스타 출신인 조엘 로뷔숑이 세운 식당의 메뉴값이 3만원대다. 그런데 한국 청담동에선 3만원으로 턱도 없지 않으냐? 이런 건 고객에게 ‘삥땅’ 뜯는 거라고 생각한다. 셰프들이 음식값이 올라야 자신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식당은 대기업 총수와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이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더 스파이스’에선 그런 일이 발생한다.”
이번에 출간한 책 <에드워드 권 에디스 카페>는 ‘에디스 카페’에서 제공하고 있는 71가지 메뉴의 레시피를 전부 공개하고 있다. 또 ‘에디스 카페’와 ‘더 스파이스’는 3개월에 한번씩 메뉴를 통째로 바꾼다.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을 것 같다.
“베껴서 제2의, 제3의 ‘에디스 카페’가 생기면 어쩌려고 하느냐는 주변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게 모방을 통해 창조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다른 셰프들의 요리를 답습하다가 내 색깔을 입히고 변형을 시켜서 내 것으로 만들어왔다. 어차피 ‘에디스 카페’의 모든 메뉴는 3개월에 한번씩 통째로 바꾼다. 그래서 베껴도 상관없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내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에 출간한 책과 다른 요리책과의 차별성이 있다면?
“이번 책은 사진만 7000장을 찍었다. 퀄리티에 심혈을 많이 기울였다. 책이 워낙 두껍다 보니(247쪽) 한번 후르르 읽고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식재료는 모두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고, 여기에다 고급 요리의 테크닉만 접목한 것이다. ‘그린 비타민’이란 식재료를 보고 어디서 구하느냐고 묻는데, 그건 마트에서 다 팔고 있고 우리가 늘 봐왔던 야채인데 이름만 몰랐던 것뿐이다. 누구든 두번만 정독하면 만들 수 있는 ‘가정식 요리책’이다.”
요리사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최고의 요리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돈 좀 벌어야 한다.(웃음) 내국인, 외국인 조건 없이 30명을 선별해서 무료로 최고의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닭모이도 주고 송아지도 직접 받고, 그러고 나서 수업 듣고 저녁에는 식당 현장에서 장사를 실제로 하고. 시험도 엄격히 해서 중간에 통과하지 못하면 바로 탈락시키고. 주말에만 외출이 가능한 3년짜리 사관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바쁜 와중에도 학생들을 위한 강의는 거절하지 않고 한다고 들었다.
“학생들이 요청하면 웬만하면 지방에도 달려간다. 정말 돈이 없는 곳은 무료로도 강의한다. 내 책을 사보는 사람들은 요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이들이 없는 돈으로 책을 사 보는데 인세를 내가 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세는 무조건 어렵게 요리를 하는 학생들을 돕는 것으로 돌려주고 있다. 요즘엔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내가 하루에 400통가량의 전자메일과 쪽지 등을 받는데 그중 ‘부모님이 요리하는 걸 반대한다. 우리 부모님을 좀 설득해달라’는 게 많다. 심지어 어떤 부모님이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지금 공부를 해야 되는데 당신 때문에 요리를 하려고 한다. 좀 말려달라.’(웃음) 우리나라 부모님은 지금도 남의 자식이 요리한다고 하면 ‘요즘엔 그게 트렌드’라고 추어올리면서 자기 자식이 요리한다고 하면 반대한다. 그런 걸 좀 바꾸고 싶다.”
당신에게 요리는 무엇이고 요리사는 무엇인가?
“요리란, 정성을 손끝에 담아 그릇에 내놓는 당신의 얼굴이다. 즉 자신의 영혼과 얼굴이 담긴 거울이다. 그러니 정성과 열정을 다해야 한다. 화가는 그림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음악가는 연주를 통해 귀를 즐겁게 해준다. 요리사는 눈·코·입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훌륭한 예술가다. 음악은 안 들어도 되고, 그림은 안 봐도 되지만, 음식은 안 먹으면 죽는다.”
한쪽에선 텔레비전에 워낙 많이 나오고 하니깐 ‘연예인이 되려는 건가’ 하는 지적도 한다.
“연예인이 될 생각은 전혀 없다. 예능 프로나 광고 출연, 특히 홈쇼핑 쪽에서 요청이 많지만 다 거절하고 있다. 돈을 벌 생각은 없는데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많다. 100년, 200년이 지난 뒤에도 전설적인 이름의 셰프로 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앞으로 계획은?
“올해 안으로 식당을 두 군데 더 오픈할 예정이다. ‘더 스파이스’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책도 올해 안으로 나올 예정이다. 또 ‘에디스 카페’의 레시피도 계속 공개하는 시리즈물을 낼 것이다. 일본 진출도 고려하고 있어서 일본어 공부를 요즘에 하고 있다.”
글 김아리 기자 ari@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최근 펴낸 〈에드워드 권 에디스 카페〉 책을 곁에 두고 포즈를 잡은 에드워드 권씨.
〈에드워드 권 에디스 카페〉에 실린 요리 ‘버섯, 물냉이, 그릴에 구운 양파와 절인 레몬, 호두꿀 드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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